건춘문에 글을 묶은 화살이 날아온 사건에 대해 논의하다
어떤 사람이 건춘문(建春門)에 화살을 쏘았는데 화살에 글이 묶여 있었으니 곧 익명서(匿名書)였다. 정원이 즉시 태워버리게 하고 인하여 아뢰니, 전교(傳敎)하기를,
"이 일은 매우 놀랍다. 내가 말할 것이 있으니, 도승지(都承旨)는 합문(閤門) 밖으로 오라."
하였다. 상이 사정전(思政殿)으로 나아갔다. 상이 이르기를,
"지난달 26일 밤을 이용하여 궐내(闕內)에 화살을 쏜 일이 있었다. 처음엔 부랑아들이 새를 쏘려다가 잘못 들어온 것으로 여겼었는데, 다음날 가져다보니 화살대에 낀 글이 있었으므로 내가 말하려다가 취실(取實)할 것이 못 되겠기에 말하지 않았었다. 오늘 정원이 마침 동문(東門)에 화살을 쏜 일을 아뢰기에 말하는 것인데 그 글은 곧 조정(朝廷)의 일을 말할 것이요 그 문장은 진실로 미열(迷劣)한 자의 소위가 아니었다. 무릇 두 번의 전서(箭書) 내용이 모두 같았으며, 그 글에 ‘아무날엔 정부의 문에 쏘았고 아무 날엔 영추문(迎秋門)에 방문(榜文)을 붙였고 아무 날엔 사헌부의 문에 쏘았고 아무 날엔 육조(六曹)에 투서(投書)하였는데, 이렇게 해도 계달(啓達)하는 자가 없으므로 상달(上達)하게 하기 위하여 쏜다.’ 하였는데, 정부 등의 관원이 취실할 만할 일이 못된다 여겼으므로 아뢰지 않았으리라. 생각건대 이는 모두 한 사람의 소위인 것 같다."
하매, 승지 권벌이 아뢰기를,
"간세(奸細)한 무리가 경동(驚動)시키려고 그렇게 한 것으로 이는 반드시 한 사람의 소위이니, 망령되이 경동해서는 안 됩니다. 순장(巡將)이 밤에 잡인(雜人)을 금하는 것은 나라에 법령이 있는데, 지금은 방금(防禁)이 없으니 이는 불가한 것 같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궐내(闕內)에 화살을 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대신에게 말하여 조금이라도 경동함이 있게 된다면 이는 또한 술중(術中)에 빠지는 것이므로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이제 또 이같이 하였으니 이는 반드시 한 사람의 소위라 누구의 짓인지 알고 싶을 뿐이요 추구(推究)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매, 권벌이 아뢰기를,
"모만(侮慢)이 이와 같으니 국위(國威)에도 손상됨이 있습니다. 그러나 추구할 증빙이 없으니 경솔히 추열(推閱)을 가하여 요란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35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507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乙亥/有人射建春門, 約矢以書, 乃匿名書也。 政院卽令焚之, 因啓之, 傳曰: "此事甚可驚也。 予有所言, 都承旨來閤門外。" 上御思政殿。 上曰: "前月二十六日, 乘夜有箭射闕內。 初以爲浪兒輩, 要射烏鵲而誤入也, 翌明取見, 則箭竹之中有書。 予欲卽言, 而不足取實, 故不言耳。 今日政院適啓東門着矢之事, 乃言之耳。 其書乃言朝廷間事, 其文字固非迷劣者所爲, 凡二箭書辭皆同。 其書曰: ‘某日射政府門, 某日粘榜迎秋門, 某日射司憲府門, 某日投書於六曹。 如是而猶無啓達者, 故欲要上達, 而射之。’ 政府等官蓋以不可取實之事, 故不啓也。 想此皆一人所爲也。" 承旨權橃曰: "奸細之徒, 欲驚動而然, 此必一人所爲也。 不可妄爲驚動。 如巡將夜禁雜人, 國有法令, 今無防禁, 是似不可。" 上曰: "射矢闕內, 事甚可驚。 然若言之於大臣, 少有驚動, 則是亦陷於術中, 故不爾也。 今又若是, 此必一人所爲, 但欲知之耳, 不可推究也。" 權橃曰: "如是侮慢, 國威亦有損焉。 然無憑究, 不可輕加推閱, 以致擾亂。"
- 【태백산사고본】 18책 35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507면
- 【분류】사법-치안(治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