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등용하는 것으로 의정부와 예조가 의논하여 서계하다
의정부와 예조가 함께 의논하여 서계(書啓)하기를,
"지난번 전교에 이르시기를, ‘나라를 다스리는 도(道)는 어진 인재를 얻는 데 달려 있다. 지금 정신을 가다듬어 치세를 이루고자 목이 마른 듯이 어진이를 구하고 있는데, 사람을 골라 쓰는 길이 또한 넓지 않은 것이 아니나, 정상적으로 행하는 과거는 단지 문예(文藝)만을 겨루는 것이니 어진 인재를 얻기가 어렵다. 간간이 천거가 있기도 하나 이 또한 출신(出身)에 구애되어서 다 쓰지 못하고 있다. 이 까닭에 치적을 이룩하려는 생각이 간절하다 해도 그 치효(治效)는 나타나지 않으니 큰 걱정이다. 조종조의 취인(取人)하는 제도에 식년(式年)은 본래 항식(恒式)이 있으나, 별시(別試)는 그 시험이 있을 때마다 품달하여 결정하는 것이지 특별히 어떤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옛날의 현량과(賢良科)256) ·효렴과(孝廉科)257) 등을 본받아 서울과 지방에서 재행(才行)이 쓸 만한 사람을 널리 천거하게 하고, 내가 친히 나아가 책취(策取)258) 하여, 그의 온축(蘊蓄)한 포부를 본다면 거의 대체에 밝은 쓸 만한 실재(實才)를 얻어 나의 다스림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천거할 때에 조금이라도 정하게 살피지 못하여 명(名)과 실(實)이 어긋나는 일이 있으면, 이로 인하여 어진 사람을 쓰는 길이 흐리게 될 것이니, 이는 작은 일이 아니요 또 내가 널리 훌륭한 인재를 찾아내려는 뜻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천거 책취(薦擧策取)에 관한 절목(節目)이 소홀하거나 번잡하지 않고 적절하도록 거듭 신중히 연구하여 해조(該曹)와 함께 의논할 것을 정부(政府)에 전교하라.’ 하시었습니다.
이제 역대(歷代)의 취재법(取才法)을 상고하건대, 그 규제(規制)가 각각 달라서 두루 다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전후(前後) 양한(兩漢)의 효렴(孝廉)·현량(賢良) 등의 과목(科目)이 가장 고제(古制)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선거(選擧)하는 방법을 사책(史冊)에 상고해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즉 원삭(元朔)259) 5년(124)에 ‘군국(郡國)260) 현관(縣官)은, 문학(文學)을 좋아하거나, 장상(長上)을 공경하거나, 정교(政敎)에 엄숙하거나, 향리(鄕里)에서 순정(順正)하거나 하여, 출입(出入)에 모범에 되는 자로서 특별히 드러난 자가 있거든, 상(相)·장(長)·승(丞)으로 하여금 그들이 속해 있는 이천석(二千石)261) 에게 적어 올리도록 하고, 이천석은 다시 그 중에서 합당한 사람을 잘 살펴서 계자(計者)262) 와 함께 보내도록 하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건무(建武)263) 12년(36)에는 ‘삼공(三公)과 광록훈(光祿勳)·감찰 어사(監察御史)·사례(司隷) 그리고 주목(州牧)들은, 해마다 무재(茂才)264) 와 사행(四行)265) 각 1인씩을 천거하라.’는 조서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사행이란 곧 순후(淳厚)·질실(質實)·겸손(謙遜)·절검(節儉) 등 네 가지 인품을 말하는 것으로서, 군국(郡國)의 무재가 계자(計者)와 함께 경사(京師)에 이르면 천자(天子)가 헌(軒)으로 나와 친히 책문(策問)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에 관한 절목(節目)이 아주 상세하게 구비되어 있으니, 이제 이것을 본떠서 재행(才行)이 겸비하여 쓸 만한 사람을 중앙과 지방에서 명(名)과 실(實)을 잘 살피어 추천하게 하소서. 그래서 서울에서는 사관(四館)이 이를 전장(專掌)하되, 유생(儒生)·조사(朝士)를 막론하고 성균관(成均館)에 천보(薦報)하고, 성균관에서는 이를 다시 예조에 전보(轉報)하고, 중추부(中樞府)와 육조·한성부(漢城府)·홍문관(弘文館)에서 역시 아는 인재를 천거하여 예조에 이문(移文)하게 하소서. 그리고 외방에서는 유향소(留鄕所)가 본읍 수령(本邑守令)에게 추천하고, 본읍 수령은 이를 관찰사에게 보고하고, 관찰사는 다시 심사하여 예조에 이문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예조에서는 서울과 외방에서 천거한 인재를 모두 합해서 그 성명(姓名)과 행실(行實)을 적어 가지고 의정부에 보고하여 계문(啓聞)한 뒤에, 전정(殿庭)에서 친히 책문(策問)할 일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계품(啓稟)하여 정하소서. 그러나 명과 실이 어긋나서 천거를 간혹 잘못하는 폐가 있으면 이 또한 걱정스런 일이니, 거주(擧主)266) 의 성명도 아울러 녹계(錄啓)하여 후일의 참고를 삼게 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그리하라’. 전교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33권 46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451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역사-고사(故事)
- [註 256]현량과(賢良科) : 전한(前漢)·후한 시대에 관리 등용의 한 방법으로 시행한 과거의 이름. 내용은 전국 각군(各郡)으로부터 어질고 선량한 인재를 천거하게 하여 이들에게 책문(策問) 시험을 보여 우수한 사람을 선용(選用)하였는데, 이를 현량방정과(賢良方正科)라고도 하였다. 조선 시대에는 조광조의 주창으로 한 번 실시하였으나 조광조의 실각으로 폐지되었다. 《한서(漢書)》 문제기(文帝紀), 사물 기원(事物紀源) 학교 공거부(學校貢擧部) 현량(賢良).
- [註 257]
효렴과(孝廉科) : 역시 한대(漢代)에 거행하던 과거의 일종. 효행이 있고 청렴결백(淸廉潔白)한 자로 전국 각지로부터 추천하게 하여 책문(策問) 시험을 보여서 뽑아 썼는데, 이것은 양한(兩漢) 시대뿐만 아니라, 당(唐)·송(宋) 이후에도 가끔 시행하였는데, 청대에는 이것을 효렴방정과(孝廉方正科)라 하였다. 《한서(漢書)》 무제기(武帝紀), 《후한서(後漢書)》 백관지(百官志).- [註 258]
책취(策取) : 책문(策問)으로 시취(試取)함.- [註 259]
원삭(元朔) : 한 무제의 연호.- [註 260]
군국(郡國) : 한대(漢代)에는 군현 제도(郡縣制度)와 봉건 제도(封建制度)를 병용하였기 때문에 지방을 군국이라 불렀다.- [註 261]
이천석(二千石) : 한대에 구경(九卿)·낭장(郞將)으로부터 군수(郡守)·위(尉)에 이르기까지 모두 2천 석의 녹봉(祿俸)을 받았으므로 이들을 총칭한 말이나, 여기서는 지방관인 군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註 262]
계자(計者) : 계부사(計簿使), 즉 군국(郡國)의 장부(帳簿)를 가지고 경사(京師)로 올라가는 관리. 본문에 있는 조서(詔書)의 내용은 《문헌통고(文獻通攷)》 권28 선거(選擧) 1 가운데서 확인할 수가 있는데, 동서(同書) 주(註)에 따르면 ‘계자상계부사야(計者上計簿使也)’로 되어 있다. 일반 사서(辭書)에 ‘계해(計偕)’를 한 덩어리의 단어로 표출해 놓고 있는 것은 잘못이다. 계해(計偕)는 계자와 동행(同行)한다는 뜻이다.- [註 263]
건무(建武) : 후한 광무제의 연호.- [註 264]
무재(茂才) : 지방관이 추천한 현량(賢良)·효렴(孝廉)의 선비. 원래 수재(秀才)라고 하던 것을, 후한 광무제(後漢光武帝) 유수(劉秀)의 휘(諱)를 피하기 위해 무재로 고쳤다.- [註 265]
사행(四行) : 한대(漢代) 거사(擧士)의 네 가지 과목(科目). 본문의 기술(記述)대로 순후(淳厚)·질실(質實)·겸손(謙遜)·절검(節儉) 네 가지를 말하는데, 일설에는 질박(質朴)·돈후(敦厚)·손양(遜讓)·유행의(有行義)의 네 가지를 드는 때도 있다. 《한서(漢書)》 하무전(何武傳) 주(注).- [註 266]
거주(擧主) : 천거한 사람.○議政府、禮曹同議書啓曰:
曾有傳敎云: ‘爲治之道, 在得賢材。 今厲精圖治, 求賢如渴, 選用之路, 亦非不廣, 然常行科目, 只較文藝, 難得賢才, 間以薦擧, 亦拘出身, 未盡實用。 以此求治雖切, 而治效未著, 予甚憂焉。 祖宗朝取人之制, 式年則自有恒式, 別試則因試稟裁, 別無定規。 今欲倣古賢良、孝廉等科, 令京外廣薦才行可用之人, 親臨策取, 以觀其蘊抱, 庶得明體適用之實材, 以輔予治。 但薦擧之際, 或小不精審, 名實紕謬, 則因此賢路溷淆, 所繫非輕, 甚非予搜羅俊乂之意。 其薦擧策取節目, 不疎不冗, 務使得中, 反覆詳盡, 與該曹共議事, 傳于政府。’ 今考之歷代取才之法, 規制各異, 難以遍擧, 惟兩漢孝廉、賢良等科, 最爲近古。 又其擧選之方, 考諸史可見。 元朔五年詔, 郡國縣官, 有好文學、敬長上、肅政敎、順鄕里、出入不悖所聞, 令相、長、丞, 上屬所二千石, 二千石, 謹察其可者, 令與計偕。 建武十二年詔, 三公、光祿勳、監察御史、司隷、州牧, 歲擧茂材、四行各一人。 四行, 謂淳厚、質實、謙遜、節儉。 郡國茂材, 偕計到京師, 天子臨軒親策。 右件節目, 詳悉備具, 今宜倣此, 才行兼備可用之人, 令京外審覈名實而廣薦。 京中則四館專掌, 勿論儒生、朝士, 薦報成均館, 成均館轉報禮曹, 中樞府、六曹、漢城府、弘文館, 亦擧所知, 移文禮曹。 外方則留鄕所報本邑守令, 守令報觀察使, 觀察使更加詳察, 移文禮曹。 合取京外所薦, 開具姓名、行實, 報議政府, 啓聞後, 殿庭親策事, 臨時啓稟。 間有名實乖戾謬擧之弊, 亦可爲慮, 其擧主姓名竝錄啓, 以憑後考何如?
傳曰: "可。"
- 【태백산사고본】 17책 33권 46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451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역사-고사(故事)
- [註 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