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에서 《소학》을 강하다가 ‘성색’에 대하여 듣고, 장순손과 조계상을 파직시키다
주강(晝講)에 나아갔다. 《소학(小學)》을 강하다가 ‘성색(聲色)’이란 말에 이르러 참찬관 조광조가 아뢰기를,
"남녀의 정욕은 달인(達人)이라도 없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금 보건대 조정의 선비 중에는 제법 쓸 만한 사람이 있어도 남녀에 관한 일을 잘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침체된 채 다시는 진용(進用)되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진용하고자 해도 대절(大節)을 이미 상하였기 때문에 은연히 물론에 용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혹 시종(侍從)에 쓸 만한 경우도 있지마는 대신이 ‘대절을 상하였다.’ 하여 다시는 거용(擧用)하지 않는 것입니다. 남녀가 때에 알맞게 만나서 정도(正道)를 잃지 않는다면 이는 곧 도심(道心)이지 사욕(私慾)이 아니니, 지나치게 거절을 한다면 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음식과 남녀 관계는 다 없을 수가 없는 것이지마는 중도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욕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곧 상도(常道)이니 폐할 수 없는 것이다."
하였다. 조광조가 아뢰기를,
"성현(聖賢)이 아닌 사람으로서는 남녀 관계에 있어서 도심(道心)을 지키기가 매우 어려운 것입니다. 자고로 영웅호걸(英雄豪傑)의 풍도가 있는 임금들이, 그 영기(英氣)는 세상을 덮을 만해서 만사를 다 엄명(嚴明)하게 처리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색(女色)에 있어서만은 본심을 빼앗기지 않을 수가 없어서, 줏대가 약한 나머지 점점 빠져들어가다가 결국은 패망하는 지경에까지 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주상께서 이와 같으시다는 말씀이 아니라, 신자(臣子)의 안타까운 생각에서 부득불 이렇게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아뢰는 것입니다."
하고, 김정(金淨)이 아뢰기를,
"세종(世宗) 때로부터 사습(士習)이 떨치기 시작한 이래 성삼문(成三問)과 같은 이들은 국가의 위태로운 것을 보고서 목숨을 바쳤습니다. 그리하여 그 절의(節義)는 후세의 추복(推服)이 되었거니와, 학문과 의기가 배양된 것은 모두가 세종 때에 이룩되었던 것입니다. 임금은 일세(一世)의 추향(趨向)을 좌우하는 것이니 이는 진실로 우연히 되는 일이 아닙니다."
하고, 조광조가 아뢰기를,
"장순손과 조계상의 일을 대간과 시종이 모두 힘써 논집(論執)하고 있습니다. 소인들의 경우에 어찌 반드시 행적을 보고 난 뒤에야 내치겠습니까. 그들의 언행(言行)을 보면 알 수가 있는 일입니다. 만약 그의 행적이 드러나기를 기다린다면, 군자를 배함(排陷)하고 국가를 위란(危亂)시킬 것이니, 그때에는 이미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경솔하게 죄를 주어서는 안 된다.’ 한 것은 곧 깊이깊이 생각해서 한 말이기는 하지마는, 대간은 한 사람이 아니요 시종도 한 사람이 아니며, 대신 중에도 그의 부정(不正)을 말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를 만약 찬축할 수가 없다고 한다면 고신(告身)을 모두 빼앗고 파직하는 것이 가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고신을 모두 빼앗고 파직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33권 27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441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윤리-강상(綱常) / 사법-탄핵(彈劾)
○御晝講, 講《小學》。 至聲色之語, 參贊官趙光祖曰: "男女之慾, 雖達人不能無也。 以今見之, 在朝列可取者, 於男女之際, 不能善處, 以此沈滯, 不復進用。 雖欲用之, 而大節已毁, 隱然爲物論所不容。 此輩或可用於侍從, 而大臣以妨於大節, 而不復擧用。 如男女會合有時, 不失其正, 則此爲道心, 非私慾也。 若偏絶之, 則非人類也。" 上曰: "飮食男女, 皆不可無, 而不得其中, 故爲私慾也。 不然則乃是常道, 不可廢也。" 光祖曰: "聖賢以下, 於男女之際, 能遵道心甚難。 自古英雄豪傑之主, 英氣蓋世, 凡處事皆得嚴明, 而至於女色, 未免爲所奪, 而柔弱不振, 沈淫日漸, 終至於敗亡也。 臣非以主上爲如此也。 臣子懇惻之情, 不得不爾, 故啓之也。" 金淨曰: "自世宗朝士習始勵, 其後如成三問之徒, 見危授命, 其節義爲後世推服。 凡學問及義氣之培養, 皆根本於世宗朝也。 人君做一一世之趨向, 固非偶然也。" 光祖曰: "順孫、繼商事, 臺諫、侍從, 共力論執。 凡小人, 豈必見於施設, 然後逐之? 見言行而可知也。 若待其行事之迹, 則無及於排陷君子, 危亂國家也。 大臣所謂不可輕罪之說, 乃深思而言之, 然臺諫非一人, 侍從亦非一人, 而大臣亦有言其不正者。 若不可竄逐, 則盡奪告身而罷去, 亦可也。" 上曰 : "可盡奪告身, 罷其職。"
- 【태백산사고본】 17책 33권 27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44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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