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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 31권, 중종 12년 12월 17일 무오 2번째기사 1517년 명 정덕(正德) 12년

승도·무격·도망간 공사천 등 15가지에 달하는 정병 최숙징의 상소

서소(西所)에 입직(入直)한 정병(正兵) 최숙징(崔淑澄)이 상소하였는데, 그 대략은 이러하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병인년 중흥(中興) 이래 전쟁은 이미 종식되어 군사들은 쉬게 되고, 군자를 친근히 하고 소인을 멀리하며 바른말을 살펴 받아들이고 간언을 따르기를 마치 물흐르듯이 하신 지 지금 10여 년이 되었으니, 이는 참으로 정사를 밝게 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여 태평시대를 이룰 때입니다. 그러나 고래의 법이 다 정비되지 못한 점이 있으므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불편합니다. 그 불편한 내용을 상달하려 했으나 상달할 길이 없어 상달하지 못했습니다.

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군사로서 어리석은 의견이 이와 같으므로 조별(條別)로 나누어 아뢰겠습니다.

1. 근년 이래로 외방 사람이 재궁(齋宮)을 설치하여 승도(僧徒)들이 많이 살고 있으니 청컨대 그것을 허물어 버리고 그 재목으로 학궁(學宮)을 수리하고, 승도들을 찾아내서 군역(軍役)에 소속시키소서.

1. 무격(巫覡)이 성행하여 혹세 무민하고, 성황(城隍)과 총사(叢祠)에 허위(虛位)를 설치하여 받들고 공양합니다. 청컨대 모두 헐어버리고 후직(后稷)의 위(位)955) 를 설치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받들게 하소서.

1. 아들 하나만 둔 70세 이상된 사람에게는 모두 시정(侍丁)을 정해 주소서. 《대전(大典)》의 뜻에 의하면, 환(鰥)·과(寡)·고(孤)·독(獨)은 균일하게 그 은혜를 받도록 되었습니다.

1. 도망간 공사천(公私賤)을 숨겨서 사역(使役)시키는 자는 전가 사변(全家徙邊) 한다는 법이 법전에 실려 있는데, 근년에는 역(役)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며 세도가 있는 집에 의탁한 자가 매우 많으므로 군액(軍額)이 날로 점점 줄어 듭니다. 지금부터는 역이 있는 백성을 숨긴 자는 공사천(公私賤)의 예에 의해 죄를 주고, 숨겨 준 사람을 5인 이상 고발한 자는 그의 신역(身役)을 면해 주면 군액이 날로 늘어날 것입니다.

1. 경성(京城)의 인가에는 비부(婢夫)라 칭하고 숨겨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청컨대 각별히 추쇄(推刷)하여, 혹 한 사람이라도 숨긴 자가 있을 경우 중죄로 논한다면 호구가 날로 늘어날 것입니다.

1. 경외(京外) 송관(訟官)의 판결이 분명하지 못합니다. 금년에 아무 송관이 원고(元告)에게 유리하게 판결한 것을, 명년에는 아무 송관이 그 판결을 번복하여 척인(隻人)에게 유리하게 판결하고, 또 그 다음 해에는 아무 송관이 도로 원고에게 유리하게 판결합니다. 그러므로 1∼2년 동안에 판결이 번복되고 되풀이되어 이를 기화로 하여 간사한 무리들이 분분하게 고소를 하게 됩니다. 청컨대 《대전》에 의하여 잘못을 알고도 그릇 판결한 관리나 원고나 척인 중에서 간사한 짓을 한 것이 뚜렷한 자는 모두 죄를 준다면 사송이 저절로 덜어질 것입니다.

1. 양계(兩界)는 방어(防禦)의 일이 가장 긴급한 곳인데, 땅은 넓고 사람은 적으므로 하삼도(下三道)의 백성 가운데 부실(富實)한 자를 뽑아서 들어가 살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죄없는 백성이 고향과 친척을 떠나와서 서로 애호(哀號)하니, 매우 불쌍합니다. 청컨대, 지금부터는 도류(徒流) 이상의 죄를 범한 자와 공사천을 숨겨서 사역한 자, 그리고 양민(良民)을 많이 점유한 자, 도망간 군사를 숨긴 자, 이웃간에 화목하지 못한 자, 숙질·형제 간에 화목하지 못한 자를 제도(諸道)의 여러 고을에서 추쇄하여 들여보내 살게 하면, 백성 중에 억울한 자가 없고 방수(防戍)도 저절로 튼튼해질 것입니다.

1. 각 고을마다 유향소(留鄕所)와 경재소(京在所)를 설치한 것은 한 고을의 풍속을 규정(糾正)하기 위한 것인데, 지금은 풍속을 바르게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백성과 하급 관리를 침해하여 유망(流亡)하게 하는 폐단이 없지 않습니다. 청컨대 소복(蘇復)되는 동안은 우선 경재소와 유향소를 없애소서.

1. 당번한 정병(正兵)을 각사(各司)에 나누어 보내면 하전(下典)·고자(庫子)956) 가 여러 가지로 침학하고 혹 늦을 때가 있으면 그 관원에게 말하여 형장(刑杖)을 혹독히 가합니다. 지금부터는 하전·고자가 사사일로 사환시키거나 침학하는 경우에는 그 관원까지도 아울러 추고하면 이후로는 침학하는 폐단이 없어질 것입니다.

1. 유망한 인민의 부안 전지(付案田地)957) 와 빈민(貧民)이 힘이 없어서 경작하지 못하는 토지는 비록 여러 해 동안 묵어도 모두 부세를 징수하므로 백성이 매우 고통스러워합니다. 지금부터는 자세하게 적간(摘奸)하여, 초목이 우거진 묵은 전지는 다시 양전(量田)할 때까지 면세해 주면, 백성이 장차 소복될 것입니다.

1. 공조에 안부(案付)된 각종 장인(匠人)은 대호(大戶)는 30여 명, 중호(中戶)는 20여 명, 소호(小戶)라도 15명이나 되어, 장실(壯實)한 자를 많이 거느리고 부유한 자가 자못 많습니다. 이 때문에 군사와 공천이 도망해서 그 집에 의탁합니다. 지금부터는 정군(正軍) 5명 이외의 거느린 한잡인(閑雜人)은 모두 추쇄하여 도로 본역(本役)에 소속시킨다면 군액이 날로 늘어날 것입니다.

1. 각사(各司)의 조례(皂隷)·나장(羅將)은 한 달마다 번(番)을 바꿉니다. 경기 사람은 왕래하기가 어렵지 않지만, 충주(忠州)·음성(陰城)·진천(鎭川) 등 고을은 서울과 상거가 4백여 리나 되어 농사지을 겨를이 없어 날로 더욱 빈궁해집니다. 지금부터 조례·나장은 경기 근읍의 보정병(步正兵)으로 바꾸어 입역(立役)시키면 인민이 소복될 것입니다.

1. 조수군(漕水軍)은 모두 산군(山郡)에 사는 사람으로 정하여 대대로 그 직임을 이어가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군 사람은 수로(水路)에 익숙하지 못할 뿐 아니라, 1년에 세 번을 교대하므로 먼 길을 왕래하며 입역하기에 간고(艱苦)를 겪습니다. 이로 인하여 유망(流亡)하는 자가 매우 많으니, 지금부터는 연해 지방의 토착 수군으로 서로 바꾸어가며 역을 소속시킨다면 수군이 정예해지고 이로써 유리하는 백성도 없을 것입니다.

1. 빈궁한 사람이 부잣집에서 곡식을 꾸었다가 혹 흉년으로 인하여 곧 상환하지 못하면, 탐포한 무리들이 이자를 계산하여 독촉하되 의복과 가산을 빼앗거나, 또 전지(田地)와 우마(牛馬)를 탈취해 갑니다. 이로 인해서 부자는 더욱 부해지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집니다. 지금부터는 일본 일리(一本一利)958) 외에 침학하여 징수하는 자는 중죄로 논한다면 가난한 자들이 안정하여 살 것입니다.

1. 신이 살고 있는 충주는 길가의 고을로 피폐가 막심합니다. 전 목사 이귀(李龜)가 재임할 적에는 유망한 사람들이 차츰 모여들었고, 목사 이현보(李賢輔)가 정치함에 백성들이 열복(悅服)하였는데, 그의 부모가 예안현(禮安縣)에 있다 하여 지금 바뀌어 안동 부사(安東府使)가 되었습니다. 인민이 소복할 동안에는 그대로 눌러있게 하소서."


  • 【태백산사고본】 16책 31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369면
  • 【분류】
    향촌-지방자치(地方自治) / 호구-이동(移動) / 신분(身分)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금융-식리(殖利) / 정론-정론(政論)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군사-군역(軍役) / 농업-전제(田制) / 교통-수운(水運) / 재정-역(役) / 재정-전세(田稅) / 사법-재판(裁判) / 인사-임면(任免)

  • [註 955]
    후직(后稷)의 위(位) : 여기서는 곡신(穀神)인 직(稷)을 제사하는 단(壇)을 말한다.
  • [註 956]
    하전(下典)·고자(庫子) : 하전은 아전(衙前), 고자는 창고를 맡아보는 사람.
  • [註 957]
    부안 전지(付案田地) : 문안(文案)에 기록된 전지인 듯하나 미상.
  • [註 958]
    일본 일리(一本一利) : 이자 액수가 본전 액수를 넘지 못하는 것.

○西所入直正兵崔淑澄上疏。 略曰:

謹按丙寅中興以來, 干戈已息, 按甲休兵, 親君子遠小人, 察納雅言, 從諫如流, 今已十餘年矣, 此誠明政、安民、太平之秋也。 然古來之法, 有未盡條劃, 而愚惑之民, 未安其意, 雖欲上達, 無因緣未發而已。 臣以無知軍士, 愚意如是, 逐條以聞。 一, 近年以來, 外方人設爲齋宮, 僧徒多居。 請破毁材木, 以修學宮, 搜括僧人, 以定軍役。 一, 巫覡興行, 惑世誣民, 城隍、叢祠, 竝設虛位, 備辦供奉。 請皆破毁, 仍設后稷之位, 使人民共奉。 一, 年七十以上親者唯有一子, 皆以(侍)〔待〕 丁定給, 依《大典》本意, 則鰥寡孤獨, 均蒙其恩。 一, 逃亡公私賤, 容隱役使者, 全家徙邊之法, 載在令典, 而近年以來, 流離避役, 依托於豪勢之家者頗多, 軍額日漸虛踈。 今後有役百姓容隱者, 依公私賤例科罪, 隱漏人陳告五口以上者, 免其身役, 則軍額日增。 一, 京城人家, 稱爲婢夫, 人民多隱。 請令各別推刷, 或有一人隱漏者重論, 則戶口日增。 一, 京外訟官, 不能明斷, 今年某官決給于元告者, 則明年某官改決于隻人, 又明年某官還決于元告者, 一二年間, 展轉變決, 由是奸詐之徒, 紛紜告狀。 請依《大典》, 知非誤決官吏及元、隻中奸詐見著者, 皆定其罪, 則詞訟自簡。 一, 兩界防禦最緊, 而地廣人稀, 故下三道居民富實者, 抄出入居、無罪之民, 去鄕離親, 相向哀號, 至爲可矜。 請自今徒流以上及公私賤容隱役使者, 多占良民者, 避役軍士容隱者, 隣里不睦者, 叔姪、兄弟不和者, 令各道各官推刷入居, 則民無冤抑, 而防戌自實。 一, 各官設立留鄕所、京在所者, 將以紏正一鄕風俗也。 今者非徒不正風俗, 而人吏被侵, 不無流亡之弊。 請於蘇復間, 姑罷京在、留鄕所。 一, 當番正兵, 分送各司, 下典、庫子, 多般侵暴, 幸有遲晩, 則訴其官員, 酷加刑杖。 自今下典、庫子, 以私事擅便使喚侵暴者, 竝推其官員, 則後無侵責之弊。 一, 流亡人民付案田地及貧民力弱不得耕耘者, 雖累年陳荒, 而徵納賦稅, 民甚悶焉。 今後詳悉摘奸, 草樹茂盛者, 限改量免稅, 則民將蘇復。 一, 工曹案付各色匠人, 大戶則三十餘名, 中戶則二十餘名, 小戶則十五餘名, 多率壯實人富居者頗多, 故凡軍士及公賤, 逃托於其戶。 今後正軍五人外, 所率閑雜人, 詳盡推刷, 還定本役, 則軍額日增。 一, 各司皂隷、羅將, 一朔遞番。 京畿人則往來不難, 至於忠州陰城鎭川等官, 距京四百餘里, 業農無暇, 日益貧窮。 自今皂隷、羅將, 京幾近邑步、正兵, 相換立役, 則人民蘇復。 一, 漕水軍, 竝以山郡人定之, 世傳其任。 非徒不能慣習水路, 一年中三番相遞, 遠路來往, 立役艱苦, 因此流亡頗多。 自今沿海土着水軍, 相換定役,則水軍精習, 民無流離。 一, 貧窮稱貸富家, 或因年荒, 未卽還償, 於是貪暴之徒, 計利督促, 奪衣服家財, 又取田地、牛馬。 由是富者益富, 貧者益貧。 今後一本一利外, 侵暴剝徵者重論, 則貧者得安其所。 一, 臣所居忠州, 乃路傍之邑也, 疲弊莫甚。 前牧使李龜治任之時, 流亡漸集, 今牧使李賢輔爲政, 民旣悅服, 而因其父母在禮安縣, 今換爲安東府使。 人民蘇復間, 請仍任。


  • 【태백산사고본】 16책 31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369면
  • 【분류】
    향촌-지방자치(地方自治) / 호구-이동(移動) / 신분(身分)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금융-식리(殖利) / 정론-정론(政論)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군사-군역(軍役) / 농업-전제(田制) / 교통-수운(水運) / 재정-역(役) / 재정-전세(田稅) / 사법-재판(裁判)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