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大臣)에게 전교하였다.

"10월은 순음(純陰)의 달인데, 천둥·번개가 여름과 다름없이 일어나니, 하늘이 보이는 비상한 재변이 크거니와, 어찌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하늘의 생각이 반드시 있을 터인데, 어찌 예사로 생각하여 바삐 강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임금은 하늘을 갈음하여 만물을 다스리되, 혼자 다스릴 수는 없고 반드시 대신과 함께 성의가 사이 뜸이 없게 하여 함께 삼가고 공경하여 상하가 서로 화합해야 나라가 다스려지고 백성이 편안하고 만물이 번성하여 밝은 정치에 이를 수 있는데, 내가 즉위한 지 1기(紀)⁸²⁴⁾ 동안에 재변이 거듭 나타나고 인심(人心)과 사습(士習)이 날로 굴러가고 민생이 고달파서 정치의 공효(功效)가 드러나지 않으니, 이는 내가 덕없는 몸으로 조종(祖宗)의 어렵고 큰 사업을 이어받아 한갓 조심할 뿐이고 나라를 다스리는 요령을 모르고 정성으로 대신에게 위임하지 못하여, 조정에 허위가 풍습을 이루어 독실한 일이 적다. 그러므로 이 폐단을 구제하고자 이미 의정부(議政府)로 하여금 서사(署事)하게 하였으나, 체통이 서지 않고 기강이 문란하여 상하가 전도되고 정령(政令)이 여러 곳에서 나와 호령이 한결같지 않으니, 이러고서도 지극한 정치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 어찌 어렵지 않겠는가! 경 등(卿等)은 마땅히 더욱더 독실하게 돕고 마음껏 보도(輔導)하고 집을 잊고서 나라를 근심하여, 아랫사람이 위를 공경하고 신민(臣民)이 국법을 두려워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대소(大小)가 각각 제 도리를 알고 존비(尊卑)가 각각 제 질서를 찾아서,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아비가 아비답고 아들이 아들답고 형이 형답고 아우가 아우다와 각각 제 도리를 다하게 되면 천의(天意)에 보답할 수 있어 재변이 사라질 것이다. 옛말에 ‘임금이 어진 사대부(士大夫)를 만나볼 때가 많으면 자연히 기질(氣質)을 함양(涵養)하고 덕성(德性)을 훈도(薰陶)하게 된다.’ 하였으니, 더구나 재상은 더욱 자주 친히 만나보아야 하는데, 근래 재상이 조강(朝講)에만 들어오고 주강(晝講)·석강(夕講)·야대(夜對)에는 다 입참(入參)하지 않는다. 내 생각으로는 재상(宰相)이 조강에만 들어오는 것은 조종조(祖宗朝)의 구례(舊例)이기는 하나 이제 특별히 주강·석강·야대에 모두 입참하여도 법을 고치는 것과는 다를 듯하니, 이 뒤로는 재상은 경연(經筵)의 직(職)을 띠었든 안 띠었든 간에 주강·석강·야대에 2원(員)이 갈아들어서 고문(顧問)에 갖추는 것이 어떠한가? 야대에는 형세가 불편할 듯하나 야대는 어쩌다 있는 것이니, 그날 오후에 미리 알려서 입참한 뒤에 이어서 직숙(直宿)하고 이튿날 나가게 하는 것이 어떠한가?"

• 【태백산사고본】 15책 30권 3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334면
• 【분류】
  과학-천기(天氣)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왕실-경연(經筵)

• [註 824]
  1기(紀) : 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