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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 27권, 중종 12년 4월 9일 갑인 2번째기사 1517년 명 정덕(正德) 12년

가례 도감이 중궁의 옥책과 교명문을 입계하다

가례 도감(嘉禮都監)252) 이 중궁(中宮)의 옥책(玉冊)253)교명문(敎命文)254) 을 입계하였는데, 그 옥책문에,

"거룩한 건강(乾剛)255) 도 역시 곤원(坤元)256) 을 힘입고, 왕화(王化)의 기본도 반드시 내치(內治)257) 가 있어야 하기에 《역경(易經)》도 그것에 근본하고, 국풍(國風)258) 에도 훈계를 남겨 분명히 말했는데, 과인(寡人)은 더욱 어진 배필이 긴요하다. 아, 윤씨(尹氏)는 명문에서 태어나 마음가짐이 옳고 발라서 엄숙하고 화기에 찬 거동은 보모(保姆)의 가르침에 수고를 끼치지도 않고, 현숙한 성품은 원래 천성으로 타고났으니, 이는 내가 자나깨나 찾던 사람으로 족히 온 나라의 소망을 만족시킬 것이다. 이에 성대한 예식을 거행하여 중위(仲闈)를 바루려 하노라. 삼가 모관(某官)에게 절(節)을 받들어 보내어 예절을 차려 이(爾)를 책명(冊命)하여 왕비를 삼노니, 아, 갈담(葛覃)의 근검(勤儉)259) 을 의당 덕으로써 시범(示範)하고, 계명(鷄鳴)의 경계260) 를 길이 아름답게 지키기 바라노라."

하고, 그 교명문에,

"건(乾)이란 만물이 자뢰하여 시작되는 것이고, 곤(坤)이란 만물이 자뢰하여 생하는 것이니, 건은 굳굳하여 쉼이 없고 곤은 순종하여 변함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롯한 덕이 있어야 모든 만물을 성취시키는 법이다. 생각하건대, 인도(人道)는 부부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서 대혼(大婚)을 하게 되매 만복이 시작되고, 함께 종묘(宗廟)를 받들며 하늘을 이어받아 만물을 통할하는 것인데, 모범 보이기는 오직 가정을 바로잡기에 달리고, 좋은 짝은 진실로 어진 덕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아, 윤씨의 가문은 훈신(勳臣)의 명망이 있고, 여덕(女德)은 산하(山河) 같은 선택에 합당하기에 위로 자전(慈殿)의 뜻을 품(稟)하고 아래로 인정(人情)을 살펴 왕비로 책봉하노니, 아, 왕후는 더욱 그 덕을 힘써 그 자리를 건공(虔恭)하게 지킬지어다.

생각하건대, 옛 동한(東漢) 적에 명덕 마후(明德馬后)261)음후(陰后) 받들기를 갖추 예를 다하였고, 숙종(肅宗)을 돌보아 기르기를 친아들보다 은혜가 더하였었는데, 이에 숙종도 효성이 순일 돈독하여 모자간의 자애(慈愛)가 종시 변함없었으니, 아, 마후와 같은 규범은 백대토록 우러러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위로는 자전께서 계시고 아래로는 원자가 있으며, 그 밖에 인아(姻婭)가 있으니, 오직 왕비는 함께 각기 그 도리를 다하여야 거의 뉘우칠 일이 없게 되리라. 이에 옛법에 따르고 겸하여 성대한 예식을 올려야 하는데, 고금의 인정과 예문을 참작하여 정비(正妃)의 근본을 닦아야 하기에 이렇게 교시(敎示)하노니, 마땅히 잘 알아 하리라 여기노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27권 58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269면
  • 【분류】
    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註 252]
    가례 도감(嘉禮都監) : 왕의 혼인·즉위 또는 왕세자·왕세손의 혼인·책봉 같은 일을 맡아보는 임시 관청이다.
  • [註 253]
    옥책(玉冊) : 임금이나 왕비에게 존호(尊號)를 올릴 때에 송덕문(頌德文)을 새기는 간책(簡冊)이다.
  • [註 254]
    교명문(敎命文) : 왕비·세자의 책봉시 임금이 훈유하는 글.
  • [註 255]
    건강(乾剛) : 임금의 위력을 뜻함.
  • [註 256]
    곤원(坤元) : 왕후의 덕을 뜻한다.
  • [註 257]
    내치(內治) : 왕후의 내조.
  • [註 258]
    국풍(國風) : 《시경》의 첫머리 13 국풍을 말한 것. 여기서는 특히 그중 첫편인 주남(周南)·소남(召南)편을 뜻하는 것으로, 이 두 편은 정가(正家)의 도리를 노래하고 있다.
  • [註 259]
    갈담(葛覃)의 근검(勤儉) : 갈담은 《시경》 국풍 주남편의 둘째장을 이름. 이 장은 칡덩굴을 베어다가 길쌈하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 [註 260]
    계명(鷄鳴)의 경계 : 계명은 《시경》 국풍의 하나인 제풍(齊風)의 첫장 이름. 이 장은 왕비가 임금에게 빨리 일어나 조회(朝會)보러 나가도록 경계한 것을 노래하고 있다.
  • [註 261]
    명덕 마후(明德馬后) : 후한(後漢) 명제(明帝)의 황후. 명덕은 시호. 덕이 궁중에서 으뜸이었고, 친정(親庭) 일을 조정에 바라는 법이 없었다. 《후한서(後漢書)》 권10.

○嘉禮都監以中宮玉冊及敎命文入啓, 其玉冊文曰:

乾剛之大, 亦資坤元; 王化之基, 必由內治, 《羲易》因之, 垂訓《國風》, 所以著稱, 矧在寡躬, 尤切良佐。 咨爾尹氏, 毓慶名族, 秉心義方, 肅雍之儀, 不煩姆敎; 幽閑之性, 本自天成。 寔應寤寐之求, 足慰家邦之望。 玆擧盛禮, 俾正中闈。 謹遣某官, 持節備禮, 冊命以爾爲王妃。 於戲! 《葛覃》儉勤, 固當先率以德; 《雞鳴》警戒, 庶幾永孚于休。

其敎命文曰:

乾爲資始, 坤乃資生, 乾健而無息, 坤順而不貳。 故惟全德, 寔成群品。 念惟人道, 肇經夫婦。 大婚旣至, 萬福所源。 而共事宗廟, 以承天統物, 厥刑惟在於正家, 好逑允屬乎賢德。 咨爾尹氏, 族姓有勳賢之望, 女德宜山河之選。 上稟慈旨, 下察人情, 乃庸冊爲王妃。 於戲! 王妃, 其祗勖厥德, 虔恭爾位。 念昔, 東漢 明德馬后, 奉承陰后, 禮則修備, 撫育肅宗, 恩過己出。 玆惟肅宗, 孝誠純篤, 母子慈愛, 終始不渝。 嗚呼! 如后儀則, 百代所仰。 今上有慈殿, 下有元子, 外有姻婭, 惟與王妃, 各盡乃道, 庶幾無悔。 玆率舊典, 兼稱盛禮, 斟酌古今之情文, 用修正妃之根基。 故玆敎示, 想宜知悉。


  • 【태백산사고본】 14책 27권 58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269면
  • 【분류】
    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