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에 나가 《예기》를 진강하다. 집의 유보가 향음주례의 바른 시행을 아뢰다
조강에 나아갔다. 《예기》를 진강하였는데, 집의 유보(柳溥)가 글에 임하여 아뢰기를,
"지금 비록 향음주례(鄕飮酒禮)227) 를 거행하고 있지만, 모두 빈껍데기의 형식만 하는 것이요, 그 심오한 것은 모릅니다. 대저 옛 예법을 지금 그대로 행하지도 못하고 또한 수령(守令)도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한갓 형식만 다루기 때문에 인심과 풍속이 지극히 야박해져, 효성스럽지 못하고 공손스럽지 못한 자가 생기게 되니 모름지기 실지를 행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하고, 시독관 조광조는 아뢰기를,
"무릇 예문(禮文)대로 시행하는 것은 하루 사이에 다 잘할 수도 없는 것이요, 또한 거행하기 어렵다고 그만둘 수는 없는 것이며, 또한 한갓 형식만 다루고 말 수도 없는 것으로 모름지기 먼저 배양(培養)하여 인심과 풍속이 순후하고 아름다와지게 한 후에야 마을에 선한 풍속이 생기는 법이니, 모름지기 조정에서 먼저 예의와 겸양을 실행해야 합니다."
하고, 영사 정광필은 아뢰기를,
"예의와 겸양은 백성을 교화(敎化)시켜 풍속을 이루어가는 것이니, 조정으로 근본을 삼는다는 조광조의 말이 옳은 말입니다. 그러나 세민(細民)들은 굶주림과 추위의 근심이 있어서 거주하는 고장에 안정되지 못한다면 예의와 겸양을 실행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요사이 조정 안에서 날마다 논하는 것이 비록 황왕(皇王)의 도리이기는 하지만 외방 백성들이 주림과 추위에 시달리고 있으니, 진념(軫念)하시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유보와 헌납 이청이 노영손 등의 일을 논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27권 52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266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풍속-예속(禮俗) /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註 227]향음주례(鄕飮酒禮) : 존현(尊賢)·양로(養老)를 목적으로 베푸는 주연(酒宴). 《주례》에 향대부(鄕大夫)가, 향학(鄕學)에서 3년 동안의 학업을 닦은 사람 중에서 우수한 자를 임금에게 천거할 때, 송별하기 위해 향로(鄕老) 및 향대부가 전별하는 잔치를 베풀었으니, 이것이 곧 향음주의 시초인데, 《의례(儀禮)》의 향음주례와 《예기》의 향음주의(鄕飮酒義)도 그 내용은 이와 비슷하다. 선유(先儒)의 설에는 향음주가 네 가지이니, 첫째는 3년마다 현능한 사람을 빈객(賓客)의 예로 천거하는 것이요, 둘째는 향대부가 국중의 현자에게 주연을 베푸는 것이요, 세째는 주장(州長)이 활 쏘는 연습을 하며 술을 대접하는 것이요, 네째는 당정(黨正)이 사제(蜡祭:연말에 지내는 제사)를 지내며 술대접하는 것인데, 대체로 모두 존현·양로하기 위한 것이다.
○庚子/御朝講, 講《禮記》。 執義柳溥臨文曰: "今雖行鄕飮酒之禮, 而皆爲糠粃之事, 不知其蘊奧也。 大抵古禮, 不能行於今也, 且守令不能盡其責, 徒爲虛文, 故人心、風俗至薄, 而至有不孝、不弟者矣。 要須行之以實, 可也。" 侍讀官趙光祖曰: "凡禮文之事, 不可以一日之間, 盡能之, 又不可以難行而止之, 亦不可徒爲文具而已。 先須培養, 使人心、風俗醇美, 然後鄕有善俗, 朝廷須先行禮讓, 可也。" 領事鄭光弼曰: "禮讓, 化民成俗者也。 光祖以朝廷爲本之言, 是也。 若小民飢寒愁嘆, 而不安於田里, 則不得行其禮讓矣。 近者朝廷之上, 日日所論, 雖是皇王之道, 外方百姓, 困於飢寒, 可不軫念乎?" 溥與獻納李淸論盧永孫等事, 不允。
- 【태백산사고본】 14책 27권 52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266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풍속-예속(禮俗) /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