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경연에서 사경 기준이 《근사록》은 성리의 근본이니 강마하여야 한다고 아뢰다
임시 경연에 나아갔다. 시독관 채침이 아뢰기를,
"《태극도설(太極圖說)》은 글이 비록 간략하나 천지 만물의 이치가 모두 그 속에 갖추어졌으니 진실로 심상한 글이 아닙니다. 신이 바라건대 한가하실 때 차분히 함영(涵泳)하여 깊이 이치를 탐구하셨으면 합니다."
하고, 사경 기준(奇遵)이 아뢰기를,
"《근사록》은 전부가 간절하게 묻고 자신의 주변에서 생각한 것인데, 반드시 《태극도설》을 앞에 놓은 것은 성리(性理)의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하고, 기사관(記事官) 유용근(柳庸謹)이 아뢰기를,
"성상께서 성리학에 잠심하시는데, 《근사록》은 더욱 일용(日用)721) 에 간절한 것이니, 마땅히 끊임없이 강마하셔야 합니다. 태극설은 비록 쉽사리 말할 수는 없으나, 또한 미묘하여 이름붙이기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한 몸에도 하나의 태극이 있고, 만물도 또한 각각 하나의 태극을 갖춘 것입니다. 사물(事物)에 접하게 될 때는 칠정(七情)이 비록 방탕해지기 쉬우나, 한가하고 적연(寂然)한 동안은 본성이 저절로 고요한 것이니, 근독(謹獨)하는 공부를 마땅히 이때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가하고 고요하게 있으면서 사물에 접하지 않았을 때를 ‘신독(身獨)’이라 하고, 한가지 생각이 발동하여 나만이 알고 있을 때를 ‘심독(心獨)’이라 하는 것이니, 희로 애락(喜怒哀樂)이 발동하지 않았을 때 능히 존양(存養)을 다하고, 이미 발동하여서는 성찰(省察)을 지극하게 하는 것이 곧 근독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하고, 준이 아뢰기를,
"용근의 말이 지당합니다. 군신(群臣)을 접하실 때는 자연히 엄숙하여 공력을 들이기 쉬우나, 한가할 때는 같이 있는 사람들이 환관(宦官)·궁첩(宮妾)들 뿐이므로, 존양하기 어려우실 것 같으니, 모름지기 경(敬)을 주로 삼은 후에야 극복하시게 될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논한 바는 지당하다. 성리학은 입으로 말만 해서는 안 되고, 한가한 동안에 잠심하여 자득(自得)함이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26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222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출판(出版) / 사상-유학(儒學)
- [註 721]일용(日用) : 일상 생활.
○御不時經筵。 侍讀官蔡忱曰: "《太極圖說》, 文雖約, 而天地萬物之理, 皆具於此, 實非尋常之文也。 臣願淸燕之中, 沈潛涵泳, 深究實理。" 司經奇遵曰: "《近思錄》, 皆是切問近思者, 而必以《太極圖說》爲之冠者, 性理之本原故也。" 記事官柳庸謹曰: "上潛心性理之學, 《近思錄》, 尤切於日用, 所當講劘不輟。 太極之說, 雖未易言之, 亦非微妙難名者也。 人之一身有一太極, 萬物亦各具一太極也。 應接事物之際, 情雖易蕩, 燕閑寂然之中, 則性自靜矣。 謹獨之功, 當致乎此。 燕閑靜處, 不接事物, 謂之身獨; 一念之發, 己所獨知, 謂之心獨。 喜怒哀樂之未發, 克致存養, 其旣發也, 省察亦至, 是乃謹之者也。" 遵曰: "庸謹之言至當。 其接群臣之時, 則自然嚴肅, 其用力也易, 燕閑之中, 則所與處者, 宦官、宮妾而已, 恐難存養, 須以敬爲主, 然後可克也。" 上曰: "所論至當。 理學, 不可徒口說而已, 潛心於淸燕之中, 使有自得。"
- 【태백산사고본】 13책 26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222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출판(出版) / 사상-유학(儒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