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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 26권, 중종 11년 8월 8일 정사 5번째기사 1516년 명 정덕(正德) 11년

위관을 인견하고, 헌부의 일에 대해 단서가 없으면 형신할 수 없다고 이르다

상이 위관(倭官) 정광필과 의금부 당상(義禁府堂上) 권균(權鈞)·임유겸(任由謙)·성몽정(成夢井)을 인견하였다. 광필이 아뢰기를,

"대저 불의한 짓을 하는 자는 법사가 용서없이 다스리면 저절로 안정될 것이니, 이 때문에 분요(紛擾)를 일으킬 것은 없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의심쩍은 사람이 없다면 형신할 수 없다."

하매, 광필이 아뢰기를,

"신의 뜻에는 남품(濫品)593) 등의 일은 국가가 마땅히 양·천(良賤)을 상세히 가려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자연히 인심이 진정될 것입니다. 분수를 넘는 죄는 작은 것 같지만 실상은 큰 것이니, 남김없이 추탈 정죄(定罪)하는 것이 가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삼의사(三醫司)594) 의 남품자도 정죄해야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한품(限品)595) 에 관한 일은 헌부가 스스로 추찰(推察)할 것이니, 이것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하매, 광필이 아뢰기를,

"악을 징계코자 하는 뜻이라면 반드시 잘못될 것도 없습니다."

하고, 유겸은 아뢰기를,

"증거가 있는 자도 때로는 추고할 수 없는 경우도 있거든, 하물며 근거가 없는 일이겠습니까?"

하고, 몽정은 아뢰기를,

"이 일은 익명서(匿名書)의 경우와 같아서, 일은 비록 크지만 추국은 할 수 없습니다. 범인이 설사 이들 가운데 있다 하더라도, 죄 없는 사람이 혹시 장하에서 죽는다면 어찌 형벌을 삼가는 뜻이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내 생각에는, 대옥이 이미 이루어졌으니 그들을 가볍게 석방할 수는 없겠는데, 이제 만약 겨우 한 차례 형문(刑問)한 뒤에 석방하면 너무 가벼운 것 같지마는, 끝내 의심쩍은 단서가 없다면 더 이상 형신하지 않고 내보내도 무방하겠다."

하매, 광필이 아뢰기를,

"일태(一笞)·일장(一杖)이라도 만약 그 죄가 아니면 함부로 때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하물며 형신은 생사가 달려 있는 것이니 어찌 경솔히 쓸 수가 있겠습니까? 상교는 이와 같이 지극합니다. 단지 한품에 대한 정죄의 뜻은 헌부에 하유(下諭)하심이 옳겠습니다. 간세(奸細)한 자가 어느 때인들 없겠습니까? 세종조(世宗朝)에 허계(許誡)가 지나치게 사치하므로 법사(法司)가 이를 금하니, 헌부의 문에 언서(諺書)로 써 붙이기를 ‘너의 낯 가죽을 벗겨서 내가 신발을 만들어 신었느냐? 어찌 이다지도 심하게 하는가?’ 하였습니다. 이처럼 간세한 무리는 없는 때가 없지만, 그러나 풍헌(風憲)을 맡은 자는 이 때문에 그 하는 일이 흔들려서는 아니 되는 것입니다."

하고, 승지 윤은보(尹殷輔)는 아뢰기를,

"헌부가 하는 일은 모두가 남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지만, 남직(濫職)으로 바뀐 사람이라 장차 그 녹봉이 추환(追還)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더욱 원망하는 것입니다."

하니, 광필이 묻기를,

"법에 ‘추징’이란 것이 있습니까?"

하니, 은보가 대답하기를,

"헌부에서는 ‘외람되게 녹봉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그들은 장차 추징하지 않을까 하고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하니, 광필이 말하기를,

"오래된 일은 추징할 수 없을 것이다."

하니, 은보가 아뢰기를,

"또 환천된 것을 원망하고 있는데 상인(常人)이란 반드시 크게 분한 일이 아니고 조금 분한 일이라도 이런 짓을 하는 것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26권 6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207면
  • 【분류】
    사법-치안(治安) / 사법-재판(裁判) / 인사-관리(管理) / 재정-국용(國用) / 신분-신량역천(身良役賤)

  • [註 593]
    남품(濫品) : 외람되게 품계를 수수한 일.
  • [註 594]
    삼의사(三醫司) : 내의원(內醫院)·전의원(典醫院)·혜민서(惠民署).
  • [註 595]
    한품(限品) : 신분에 따라 직품 수여를 달리하는 일.

○上引見委官鄭光弼、義禁府堂上權鈞任由謙成夢井光弼曰: "夫爲不義者, 法司不須容恕而治之, 則自然安定, 不須爲此紛擾。" 上曰: "若無可疑之人, 則不可用刑訊也。" 光弼曰: "臣意, 濫品等事, 國家當詳解其良賤。 如是則自然鎭靜人心。 踰越其分, 其罪似小, 而大矣。 盡令追奪定罪, 可也。 不特此也, 三醫司濫品者, 亦可定罪。" 上曰: "限品事, 憲府自可推察, 而不必以此爲疑也。" 光弼曰: "欲懲惡之意, 則未必非也。" 由謙曰: "有證左者, 亦或終不得推, 況此無據之事乎?" 夢井曰: "此事, 有同匿名事, 雖大關, 亦不推鞫。 假使所犯之人, 雖在此中, 而無罪之人, 亦斃於杖下, 則豈愼刑之意哉?" 上曰: "予意, 大獄已成, 不可輕易解之。 今若刑一次後釋之, 則似輕, 終無可疑之端, 則雖不用刑訊而釋之, 亦無妨也。" 光弼曰: "雖一笞一杖, 若非其罪, 不可妄加。 況刑訊死生所係, 豈宜輕用? 上敎若此, 至矣盡矣。 但以限品定罪之意, 諭于憲府, 可也。 奸細之徒, 何代無之? 世宗朝, 許誡之奢靡, 法司乃禁之, 以諺書貼于憲府門扉, 其書曰: ‘脫汝之腮皮, 作履而著之乎? 何爲至此甚耶’ 然則奸細之徒, 無世無矣。 爲風憲者, 不可以此, 動搖我所爲耳。" 承旨尹殷輔曰: "憲府所爲, 類皆見疾於人。 濫職見改之人, 恐將追還其祿, 以此尤怨矣。" 光弼曰: "法有追徵者乎?" 殷輔曰: "憲府以爲濫受其祿, 故恐追徵也。" 光弼曰: "久遠之事, 不可徵也。" 殷輔曰: "又以還賤爲怨, 常人不必因大忿, 雖小忿, 亦可爲此矣。"


  • 【태백산사고본】 13책 26권 6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207면
  • 【분류】
    사법-치안(治安) / 사법-재판(裁判) / 인사-관리(管理) / 재정-국용(國用) / 신분-신량역천(身良役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