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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 24권, 중종 11년 3월 28일 기유 4번째기사 1516년 명 정덕(正德) 11년

석강에 나가 《고려사》 명종기를 진강하다

석강에 나아갔다. 《고려사》 명종기(明宗紀)를 진강하였는데, 최충수(崔忠粹)가 딸을 태자에게 시집보내려고 태자를 협박하여 그의 비(妃)를 폐출하도록 하고는, 거짓 나인(內人)에게 말하기를 ‘왕이 언제 태자비를 축출했는가?’ 하므로, 나인이 왕에게 고하자 왕이 할 수 없이 폐출하니, 태자비는 오열(嗚咽)을 이기지 못하고 왕후 또한 눈물을 흘렸으며, 궁인(宮人)들도 끊임없이 눈물을 쏟았다는 말에 이르러, 상이 누차 초연(愀然)히 한숨쉬었으며, 읽다가 누차 구두(句讀)를 분간하지 못했다.

사신은 논한다. 이로 헤아리건대, 신씨(愼氏) 폐출(廢黜)한 일을 상이 반드시 깊이 후회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강한 신하에게 제압되어 벌써 폐출했으니, 이제야 어찌할 것인가. 박원종(朴元宗) 등이 그 죄를 면하기 어려운 일이다. 박상·김정 등이 이 일로 봉사(封事)146) 를 올렸다가 귀양갔으니, 비록 한때는 굽히었지만 반드시 만세 뒤에는 펴질 것이다. 최충수의 한 짓이, 박원종이 임금을 협박하여 신씨를 폐출한 것과 대개 서로 비슷한데, 당초 상이 위태하고 의구스러운 시기에 처했을 때 한 나라의 호령이 원종 등의 손아귀에 있으므로, 새 임금을 협박하여 왕비를 폐출했고 상께서도 사세에 몰려 강한 신하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던 것이나, 군신의 자리가 안정되고 세월이 이미 오래되자 그때 일을 뒤따라 생각하매, 한탄스러운 뜻이 없지 못했던 것이다. 고사(古史)를 읽다가 사태가 서로 비슷하고 자취가 서로 흡사한 곳에 이르러, 마음속에 충격되는 바가 밖에 환히 나타남은 또한 가릴 수 없는 일이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24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153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비빈(妃嬪) / 역사-사학(史學) / 역사-전사(前史) / 정론-정론(政論)

○御夕講。 講《高麗史》 《明宗記》, 至崔忠粹欲以女配太子, 脅太子, 出其妃, 佯謂內人曰: "王已出太子妃乎?" 內人以告, 王不得已出之, 妃嗚咽不自勝, 王后亦流涕, 宮人亦抆淚不已之語, 上爲之愀然太息者, 屢矣。 讀之, 屢失其句讀。

【史臣曰: "以此度之, 廢愼氏之事, 上必深悔。 然旣爲强臣所制, 業已廢之, 今如之何? 朴元宗等難逃其罪也。 朴祥金淨等以此上封事見謫, 雖屈於一時, 必伸於萬世之下。 崔忠粹之事, 與朴元宗脅上廢愼氏, 大槪相似。 上初當危疑之際, 一國號令, 在元宗等掌握, 脅新君出其妃, 上亦迫於事勢, 不能拒强臣之請。 君臣定位, 歲月旣久, 追念其事, 不能無悔恨之意。 讀古史, 至事相近, 而迹相似者, 宸衷所激, 昭見于外, 亦莫能掩也。"】


  • 【태백산사고본】 12책 24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153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비빈(妃嬪) / 역사-사학(史學) / 역사-전사(前史)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