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 등이 진옥형·박윤경 등에게 진언하지 못함을 탓하다
임권(任權)이 물러나와서 정옥형(丁玉亨)·박윤경(朴閏卿) 등에게 말하기를,
"자네들은 어찌하여 진언(進言)하지 않았는가? 벼슬을 보존하려는 것인가?"
하니, 박윤경이 말하기를,
"우리들은 적는 일도 미처 해내지 못하는데, 어느 겨를에 진언하겠습니까?"
하였다. 경세창이 임권에게 말하기를,
"이들은 저마다 맡은 일이 있으니,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무라서는 안 되네."
하니, 임권이 말하기를,
"나는 경연(經筵)의 서벽(西壁)011) 【지경연(知經筵)·동지경연(同知經筵)·특진관(特進官) 등이다.】 이 말 한 마디 하지 않는 것이 늘 한스럽습니다."
하매, 경세창이 말하기를,
"진언하는 관원으로 대관(臺官)이 있고 시종(侍從)이 있으며, 영사(領事)로 말하면 가부를 살피는 것이요, 서벽이 가벼이 진언하지 않는 것도 예전부터 내려오는 관례일세."
하니, 임권이 말하기를,
"그러면 서벽에 목우인(木偶人)012) 을 앉히는 것이 옳습니다."
하매, 경세창이 말하기를,
"자네 아버지도 서벽에 참여하였는데 그 진언이 얼마나 되던가?"
하니, 이권이 대답하지 못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임권의 아버지 임유겸(任由謙)이 그때 특진관이었는데, 경세창이 임권의 아버지의 잘못을 들어서 아들의 입을 막으려 한 것은 심하거니와, 임권의 말도 지나치게 곧았으니, 두 사람의 기상을 여기서 상상할 수 있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23권 52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130면
- 【분류】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정론-정론(政論) / 역사-사학(史學)
○任權退謂丁玉亨、朴閏卿等曰: "若等何不進言? 欲保爵祿也?" 閏卿曰: "吾儕記事, 尙未能及, 何暇進言乎?" 世昌謂任權曰: "此輩各有其任, 不宜以不言責之也。" 任權曰: "吾每恨經筵西壁, 【知經筵、同知經筵、特進官之類也。】 未嘗出一言也。" 世昌曰: "進言之官, 有臺官焉、有侍從焉、若領事則相可否者也, 西壁之不輕進言, 亦古也。" 任權曰: "然則坐木偶人於西壁, 可也。" 世昌曰: "君之父, 亦參西壁, 其進言幾何?" 權不能對。
【史臣曰: "任權之父由謙, 時爲特進官, 世昌擧父過, 欲防子口, 甚矣! 任權之言, 亦過峭直, 二人氣像, 於此可想。"】
- 【태백산사고본】 12책 23권 52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130면
- 【분류】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정론-정론(政論)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