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 권민수 등이 담양 부사 박상 등을 논핵하다
대사헌 권민수(權敏手)·대사간 이행(李荇)·집의 허지(許遲)·사간 김내문(金乃文)·장령 김영(金瑛)·지평 채침(蔡忱) 문관(文瓘)·헌납 유돈(柳墩)·정언 표빙(表憑)이 아뢰기를,
"담양 부사(潭陽府使) 박상(朴祥)·순창 군수(淳昌郡守) 김정(金淨)이 상소하여 감히 사특한 의논을 발하였으니, 지극히 놀랍습니다. 청컨대, 잡아다 조옥(詔獄)455) 에 내려 그 소이를 추고하소서. 이 두 사람은 무식한 사람이 아니어서 조금 문자를 아는데 이와 같으니 반드시 그 뜻이 있을 것입니다. 신 등이 근일 시관(試官)으로 들어갔다가, 금일에야 비로소 들었기 때문에 아룁니다. 그 소장(疏章)은 궁중에 머물러 두어서는 안되니, 속히 대신에게 보여 아랫사람으로 하여금 상의 뜻을 분명히 알도록 하는 것이 가합니다."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이행이 먼저 발언하기를 ‘박상 등이 이 사특한 의논을 내었으니, 추고하지 않을 수 없다.’ 하니,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바람에 쏠리듯 좇았다. 이행의 뜻은, 대개 장경 왕후(章敬王后)가 이미 원자(元子)를 낳고 승하(昇遐)하였으므로, 곤위(坤位)456) 는 비록 비었으나 나라의 근본은 이미 정하여졌으니, 만약 신씨(愼氏)를 복위하여 선후의 의리를 논하면, 신씨는 먼저이고 장경 왕후는 뒤이기 때문에 나라의 근본이 혹 동용될까 염려하여서였다. 헌납 유돈(柳墩)이 홀로 그렇지 않다고 논하였는데, 그 뜻은 대개 상소하였다고 잡아다 추고하면 언로(言路)에 방해가 될까 두렵다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돈도 능히 강제하지는 못하였다.
또 논한다. 삼훈(三勳)457) 은 추대한 공이 비록 크나, 왕비를 위협하여 폐한 죄는 만세에 벗어나기 어렵다. 만약 삼훈을 저승에서 일으켜 이 상소를 보이고 물으면, 또한 반드시 목을 움츠리고 부끄러워하기에 겨를이 없을 것이다. 대간이 모두 무식한 사람이라서 권민수와 이행의 말만을 믿고 바람에 쏠리듯 좇았으니, 애석하다.
또 논한다. 이행이 생각하기를 ‘장경 왕후가 훙(薨)하자 박상·김정이 신씨를 세워 왕후 삼기를 청하매, 신씨는 신수근의 소출이라 만약 뜻을 얻으면 어버이를 위하여 보복할 것이니, 이런 일이 반드시 없으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정이 반드시 그 재앙을 받을 것이다. 연산군이 폐비 윤씨(尹氏)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거의 사직을 위태롭게 하였으니, 마땅히 다시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되거늘, 더구나 우리 임금의 거룩하심으로써 뒷날의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있으랴?’하고 이에 박상·김정을 죄주어 뒷날의 재앙을 막기 위하여 청한 것이다. 사림(士林)들은 이런 깊은 생각을 모르고 죄를 청한 것을 허물로까지 여겼다.
전교하기를,
"나도 처음 상소를 보고 국가의 큰일을 경솔히 의논한다고 생각하였다. 내 의사도 그 이유를 추문(推問)하고자 하였으나, 다만 구언(求言)으로 인하여 상진(上陳)하였기 때문에 버려두고 쓰지 않으면 될 것이니, 반드시 추문하여 치죄할 것은 없다고 생각되어, 이로써 명하여 정원(政院)에 머물러두게 하였을 뿐이다. 그들이 지적하여 허물한 뜻을 보건대, 오로지 삼대신(三大臣)에게 죄를 돌렸다. 박상 등은 신진(新進)이 아니요 대간·시종의 반열에 오래 처하였었는데, 삼훈(三勳)이 이미 죽은 뒤를 틈타서 발론하였으니, 그 심술도 또한 알 만하다. 지금 대간이 아뢴 바를 들으니, 과연 옳다. 아뢴 대로 추문하라."
하고, 또 곧 정부 당상(政府堂上)을 불러 상소를 보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22권 58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9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비빈(妃嬪) / 사법-탄핵(彈劾) / 역사-사학(史學)
- [註 455]
○大司憲權敏手、大司諫李荇、執義許遲、司諫金乃文、掌令金瑛、持平蔡忱ㆍ文瓘、獻納柳墩、正言表憑啓曰: "潭陽府使朴祥、淳昌郡守金淨上疏, 敢發邪議, 至爲駭愕, 請拿致詔獄, 推其所以。 此二人, 非無識者, 稍識文字, 而如此, 必有其意。 臣等, 近入試官, 今日始得聞之, 故啓之。 其疏章, 不可留中, 速示大臣, 使下人洞知上意, 可也。"
【史臣曰: "李荇先發曰: ‘朴祥等出此邪議, 不可不推。’ 餘皆靡然從之。 荇之意, 蓋章敬旣誕元子而升遐, 坤位雖缺, 國本已定。 若復愼氏, 以先後之義論之, 則愼氏先也, 章敬後也, 然則國本或搖也。 獻納柳墩獨不然而難之, 其意蓋上疏而拿推, 恐妨言路。 然墩亦不能强焉。"】
【史臣曰: "三勳推戴之功雖大, 脅廢中闈之罪, 萬世難逃。 若起三勳於九原, 示此疏而問之, 則亦必縮頸慙恧之不暇。 臺諫皆無識者, 只信敏手、荇之言, 靡然從之, 惜哉!"】
【史臣曰: "李荇謂‘章敬之薨, 朴祥、金淨請立愼氏爲后, 愼氏, 守勤之出也。 若得志, 爲親報復, 未可保其必無也。 然則朝廷必受其禍。 燕山爲尹氏報怨, 幾危社稷, 不宜復蹈其轍。 況以吾君之聖。 而不爲後日之慮乎?’ 於是請罪祥、淨, 以杜他日之禍。 士林有不識深慮, 至以請罪爲咎。"】
傳曰: "予亦初見上疏以爲, 國家大事, 輕率議之也。 予意亦欲推問其由, 但因求言而上陳, 故置之不用而已, 不必推治, 玆以命留政院耳。 觀其指咎之意, 專以歸罪於三大臣。 祥等, 非新進之人, 久處臺諫、侍從之列, 而三勳旣死之後, 乘間而發, 其心術亦可知矣。 今聞臺諫所啓, 果是矣, 依所啓推之。" 又卽召政府堂上而示之。
- 【태백산사고본】 11책 22권 58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9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비빈(妃嬪) / 사법-탄핵(彈劾)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