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에서 《예기》를 강하다
조강에 나아갔다. 《예기(禮記)》를 강하다가, 성왕(成王)이 어려서 왕위에 나아갔으나 능히 다스리지 못하매 주공(周公)이 성왕을 도와서 다스렸는데, 성왕이 과실이 있으면 백금(伯禽)347) 의 종아리를 때렸다는 등의 말에 이르러, 영사(領事) 정광필(鄭光弼)이 아뢰기를,
"임금은 이 책에서 체념(體念)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인신(人臣)으로서 지성스럽기가 어찌 주공 같은 사람이 다시 있겠습니까? 백금의 종아리를 때려 성왕을 가르침에 있어서 그 어려움을 모르지는 않겠으나, 참소와 비방을 계교하지 않고서 한 것은 친한 것으로 말하면 곧 숙부(叔父)였기 때문입니다. 그 유언(流言)348) 을 당하였을 적에는 주공이 거의 보전할 수 없었으나, 성왕의 깨달음을 힘입어서 면할 수 있었으니, 그 참소와 비방이 발생한 바 이유는 마땅히 분변하여야 할 것입니다. 무왕이 상(商)나라를 멸한 지 얼마 안되어 붕(崩)하고 성왕이 열 살에 즉위하였으니, 후세 국가에 장성한 임금이 있어야 한다는 뜻과 비교하면 어떠합니까? 문왕(文王)·무왕(武王)의 자손이나 형제가 또한 많았을 것이니, 어찌 성왕보다 장성한 자가 없었겠습니까? 개국 초기에 어린 임금을 세워서는 안되는데도 반드시 성왕을 세운 것은, 세적(世嫡)의 장(長)349) 을 바꿀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옛적에 이르기를 ‘제후(諸侯)가 재취(再娶)하지 않는 것은 예(禮)에 두 적사(嫡嗣)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였는데, 이에 대한 논의는 후세에 없었기 때문에 신은 매양, 제후는 종묘를 받드니 어찌 재취할 수 없겠는가 하고 의심하였더니, 이제 다시 생각해 보건대, 오로지 적사를 둘로 아니 하기 위하여 논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둘다 적사로 삼으면 그 폐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이때에 숙의(淑儀) 박씨(朴氏)350) 가 왕을 가장 가까이하여 총애를 받았고, 아들351) 을 두었는데 원자(元子)352) 보다 나이가 많아 반드시 원자와 서로 알력(軋轢)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정광필의 논의는 필시 이를 걱정하여 말한 것일 것이다.
정언 최호(崔灝)가 역승의 일을 아뢰었으며, 대사헌 권민수(權敏手)가 부장(部將)의 일을 아뢰고, 또 아뢰기를,
"한순(韓恂)이 초헌(超軒)을 타고 대간이 가지런히 서 있는 중간으로 지나갔으니, 대간을 업신여김이 심합니다. 율(律)에 의하여 죄주소서."
하였으나, 상이 답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22권 49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95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역사-고사(故事) / 역사-사학(史學) / 왕실-종친(宗親) / 왕실-비빈(妃嬪) / 정론-간쟁(諫諍)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임면(任免) / 교통-육운(陸運)
- [註 347]백금(伯禽) : 주공의 아들.
- [註 348]
유언(流言) : 주공이 모반하였다는 모함을 받았다.- [註 349]
세적(世嫡)의 장(長) : 적장자(嫡長子).- [註 350]
○辛亥/御朝講。 講《禮記》, 至成王幼, 不能莅阼, 周公相成王而治, 成王有過, 撻伯禽等語, 領事鄭光弼曰: "人君之於此書, 多有體念之事焉。 人臣至誠, 豈復如周公者哉? 撻伯禽, 敎成王, 非不知其難矣, 然不計讒謗而爲之者, 以親言之, 則乃叔父故也。 當其流言之際, 周公幾不能保全矣, 賴成王之悟, 乃得免也。 其讒謗所生之由, 所當辨也。 武王革商未幾崩, 成王十歲卽位, 其視後世, 國有長君之意, 爲何如也? 文王之穆、武王之昭, 亦皆多矣, 豈無長於成王者乎? 開國之初, 不可立幼沖之主, 而必立成王者, 以世嫡之長, 不得移易也。 古云: ‘諸侯不再娶, 於禮無二嫡。’此論, 後世所無, 故臣每疑, 諸侯奉承宗廟, 則豈不得爲再娶乎? 今更思之, 專爲不一嫡而論也。 若使竝嫡, 其弊有不可勝言者矣。"
【史臣曰: "時, 淑儀朴氏, 最見昵寵, 有子長於元子, 必與元子相軋。 光弼之論, 必慮此而發也。"】
正言崔灝啓驛丞事, 大司憲權敏手啓部將事, 又啓曰: "韓恂於臺諫齊立之處, 乘軒由中間過去, 其慢臺諫甚矣, 請依律抵罪。" 上不答。
- 【태백산사고본】 11책 22권 49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95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역사-고사(故事) / 역사-사학(史學) / 왕실-종친(宗親) / 왕실-비빈(妃嬪) / 정론-간쟁(諫諍)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임면(任免) / 교통-육운(陸運)
- [註 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