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승지 손중돈이 산릉의 묘자리에 돌이 있어 옮기는 일을 아뢰다
도승지 손중돈(孫仲暾)이 산릉(山陵)으로부터 와서 아뢰기를,
"전에 잡은 자리에 금정(金井)을 5자쯤 파내려가니 큰돌이 가로질러 있고, 그 뿌리가 방박(磅礴)171) 하여 끝내 파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자리 아래에 수도(隊道)를 삼으려고 파게 한즉 돌덩이가 있기는 하지만 윗자리 같이 큰 덩어리는 아니었습니다. 아랫자리로 옮기면 산형(山形)의 향배(向背)가 윗자리와 다름이 없고, 백호(白虎)·청룡(靑龍)과 그 수파(水破)172) 가 모두 틀리지 않으니 쓰는 것이 지당하겠습니다. 다만 이것은 큰일이라 마음대로 하는 것은 불가하므로 정승들이 신으로 하여금 아뢰게 하였습니다.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아랫자리의 길흉을 다시 지리관에게 물어 아뢰라."
하고, 곧 지리관 조윤(趙倫)을 불러서 물으니, 조윤이 아뢰기를,
"산형(山形)이 곧으므로 아랫자리에 옮기더라도 백호·청룡이 전혀 어그러지지 않고, 산형의 향배 또한 모두 같은데, 수파는 오히려 윗자리보다 승합니다. 당초 자리잡을 때에 모두들 아랫자리에 쓰라고 하였는데 다만 아랫자리를 쓰면 3단 계석 밖에 약간 보토(補土)할 곳이 있으므로 위로 옮겨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그러면 아랫자리로 옮겨 씀이 가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21권 73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68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 / 왕실-비빈(妃嬪)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丙戌/都承旨孫仲暾自山陵來啓曰: "前所點穴, 金井穿至五尺許, 則有大石橫據, 其根磅礴, 終不可伐去也。 其穴之下, 將欲爲隧道, 使掘之, 則雖有石塊, 不至如上穴之盤結也。 若移用下穴, 則山形向背, 無異上穴, 白虎、靑龍, 與其水破, 皆不差違, 用之至當。 但是乃大事, 不可自擅, 故政丞等, 使臣來啓, 何以爲之?" 傳曰: "下穴吉凶, 更問于地理官以啓之。" 卽招地理官趙倫以問之, 倫啓曰: "山形直, 故雖移用下穴, 白虎、靑龍, 全不差爽, 山形向背, 亦皆如一, 而水破則猶勝上穴矣。 當初點穴時, 皆言宜用下穴, 但用下穴, 則三階砌外, 少有補土處, 故移上點穴耳。" 傳曰: "然則移用下穴, 可也。"
- 【태백산사고본】 11책 21권 73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68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 / 왕실-비빈(妃嬪)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