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관과 질정관을 따로 보내는 것에 대해 논의하게 하다
조강에 나아갔다. 《예기(禮記)》를 강하다가 증자(曾子)가 ‘책(簀)을 바꾸라.’고 한 대목에 이르러, 시강관(侍講官) 허굉(許硡)이 아뢰기를,
"무릇 군신 붕우의 사이에 만일 부정(不正)한 일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이를 말한다면,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즉시 청납하여 고쳐야 합니다. 증자가 동자(童子)의 말을 듣고 죽음에 임박한 때에 이르러서도 책을 바꾸었으니, 대현(大賢)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같이 할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대사간 최숙생(崔淑生)·지평 소세량(蘇世良)이 전의 일을 논계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세량이 또 아뢰기를,
"경사(京師)로 가는 질정관(質正官)182) ·서장관(書狀官)의 차견(差遣)은 그 유래가 오래거니와, 즉위 이후에는 한 사람이 두 가지 일을 겸대(兼帶)케 하는데, 역로(驛路)에 폐해가 있으므로 이와 같이 하는 것이지만, 대직(臺職)을 겸대하기 때문에 뜻대로 출입하며 문견(聞見)하지 못합니다. 전례(前例)에 따라 질정관도 아울러 보내는 것이 어떠하리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마땅히 대신에게 물어야 하리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20권 45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23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외교-명(明)
- [註 182]질정관(質正官) : 우리 나라의 의문점을 중국에 가서 물어오던 임시 벼슬.
○庚子/御朝講。 講《禮記》, 至曾子易簀之語, 侍講官許硡曰: "凡在君臣、朋友之間, 如有不正之事, 而人若言之, 則勿爲姑息, 當卽聽而改之。 曾子聞童子之言, 至於垂死之際而易簀, 非大賢, 安能若是乎?" 大司諫崔淑生、持平蘇世良論啓前事, 不允。 世良又曰: "赴京質正官、書狀官差遣, 其來久矣。 卽位以後, 以一人兼帶二事, 雖以驛路有弊, 故如此, 然兼帶臺職, 故不得隨意出入聞見。 依前例, 幷遣質正官, 何如?" 上曰: "當問于大臣而爲之。"
- 【태백산사고본】 10책 20권 45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23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