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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 18권, 중종 8년 7월 27일 계사 3번째기사 1513년 명 정덕(正德) 8년

영의정 성희안의 졸기

영의정 성희안이 졸(卒)하였는데, 부고를 듣고 정조시(停朝市) 3일을 명하면서 전교하기를,

"영상이 졸하매 내 몹시 애통하노니, 하늘은 어찌 이처럼 빨리 원훈 대신을 빼앗아 가는가!"

하고, 곧 유사를 명하여 부제(賻祭) 등이 일을 당부하고, 승지 조원기(趙元紀)를 보내어 그 상사를 조문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희안이 젊었을 때 호협(豪俠)하여 기절(奇節)이 많았고 벼슬에 올라서는 강개(慷慨)하여 뜻이 구차하지 않았으며, 성품 또한 소탈하여 규각을 보이지 않았고, 어진이를 좋아하고 착한 일을 즐겨함이 타고난 천성이었다. 정국(靖國)할 즈음에 실로 대의를 주창하여 조종하고 계획하므로 사람들은 다 그를 우러러 성공을 기대하였다. 정승이 되어서는 오로지 사기를 북돋우고 임금을 보양하는 것을 전심하여, 온 나라는 그를 의지하고 애중하였다. 그러나 끝내는 구은(舊恩)을 써서 유자광(柳子光)을 끌어들여 원훈의 반열에 참여시키고, 폐조에서 총애를 받던 사람들에게 모두 철권(鐵券)276) 을 주는가 하면, 세쇄한 인아(姻婭)와 어리석은 자질까지 모두 훈적(勳籍)에 기록하여 후일의 무궁한 화단을 열어 놓으므로 식자들은 그를 대단찮게 여겼다. 거의원훈(擧義元勳) 박원종·유순정 및 공이 계속해 죽으므로 사람들은 모두 당황하였는데, 대저 원종은 추솔한 잘못이 있었고, 순정은 우매한 잘못이 있었고, 희안은 경솔한 잘못이 있어 모두 나라를 다스리는 원대한 꾀에 어두웠으며, 호화로움을 믿고 의리를 경명하여 사는 집은 그 사치를 극도로 하고 시첩(侍妾)은 그 곱고 아름다움을 극도로 하여 마음대로 방종하다가 생명을 잃는 데까지 이르렀으니, 어찌 좁은 국량으로 큰 공을 탐한 것이 스스로 분에 넘쳐 이와 같은 낭패를 일으킨 것이 아니겠는가! 희안연산이 총애하던 유수(留守) 이굉(李硡)의 첩의 딸을 기르므로 시론(時論)이 중하게 여기지 않아 명망[名節]이 완전하지 못하였다. 공이 일찍이 과거에 올라 시종(侍從)에 입참(入參)하였는데, 정자(正字)로 있을 때 어버이의 상을 당하여 그 복제를 마치자 성종이 즉시 불렀다. 합문(閤門)에 이르자 성종이 내관으로 하여금 매[鷹]를 주면서 하교하기를 ‘너의 얼굴을 오래 보지 못하니 늘 생각해 마지 않았노라. 듣건대 노모가 있다 하니 이것으로 잘 봉양하라.’ 하였으니 그를 중시함이 이와 같았다. ‘사람을 알아보면 명철하다.’ 하였는데 성종은 과연 이것을 지니셨다. 연산 때는 대의를 주창하여 친히 나라를 붙들어, 온 나라 신민이 다 유신(惟新)되었으니 이른바 사적의 신하이다. 공이 체구는 작으나 아름다운 수염에 말을 잘하여 좌중을 경동시켰으며, 천성이 민첩하여 문무의 재질을 갖춘 데다가 감식(鑑識)이 매우 높았는데, 그가 졸하자 임금도 슬퍼하였고 사림(士林)이 다 통석하였다. 충정(忠定)으로 시호를 내렸다. 【몸을 위태롭게 하면서도 임금을 받드는 것을 충(忠)이라 하고, 백성을 안정시키기에 생각을 원대히 하는 것을 정(定)이라 한다.】


  • 【태백산사고본】 9책 18권 46장 A면【국편영인본】 14책 668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인물(人物) / 역사-편사(編史)

  • [註 276]
    철권(鐵券) : 공신 녹권(功臣錄券).

○領議政成希顔卒。 訃聞, 命停朝市三日。 傳曰: "領相之卒, 予甚慟焉。 元勳大臣, 天何奪之速耶?" 仍命有司, 飭賻祭等事, 遣承旨趙元紀, 弔其喪。

【史臣曰: "希顔, 少任俠多奇節, 立朝慷慨, 志尙不苟。 性復坦率, 不見畦畛, 好賢樂善, 出於天性。 靖國之際, 實倡大義, 指縱規畫, 人皆仰成。 及爲相, 專以培植士氣, 輔養君德爲志, 一國倚以爲重。 只以舊恩, 引柳子光, 參列元勳, 廢朝寵褻之人, 皆授鐵券, 瑣瑣姻婭, 乳臭子姪, 俱錄勳籍, 以啓後日無窮之禍。 識者少之。 擧義元勳朴元宗柳順汀及公, 相繼而亡, 物情惶駭。 大抵元宗失之麤, 順汀失之愚, 希顔失之輕。 昧於經國遠猷, 怙侈滅義。 居第極其崇侈, 侍妾極其姸麗, 縱情肆欲, 以至傷生。 豈局量褊少, 貪天之功, 自以爲踰分, 致此顚躋哉?"】

【又曰: "希顔。 畜燕山所幸留守李硡妾女, 時論不以爲重, 名節不完。"】

【又曰: "公早登第, 入參侍從。 以正字丁憂, 服闋, 成宗遽召, 至閤門, 令內官臂鷹而賜, 仍敎曰: ‘久闊爾面, 眷懷不已。 聞有老母, 其以此孝養。’ 其注意已如此, 知人則哲, 成宗有之。 燕山時, 首倡大義, 親扶日轂, 一國臣民, 咸與惟新, 此所謂社稷臣也。 公短少美鬚髯, 善於談論, 驚動四座。 天性機警, 有文武全材, 鑑識甚高。 及卒, 宸意震悼, 士林慟惜。 贈謚忠定公 【危身奉上曰忠, 安民大慮曰定,】 "】


  • 【태백산사고본】 9책 18권 46장 A면【국편영인본】 14책 668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인물(人物) / 역사-편사(編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