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 남곤 등이 소릉의 일 등을 차자하다
대사헌 남곤·대사간 조원기 등이 소릉 및 방윤 등의 일을 의논하고 또 차자를 올려 논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또 아뢰기를,
"신 등이 승전(承傳)을 보건대 ‘졸서(卒逝)한 영의정 유순정의 관곽을 박원종의 예에 의하여 제급(題給)하라.’ 하셨습니다만 들으니, 그때 장생전(長生殿)에 간직하고 있는 것을 내려 주었는데, 장생전에 간직된 것은 신하로서 참람하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옛날 진 문공(晉文公)546) 이 왕실(王室)547) 에 큰 공이 있어, 양왕(襄王)548) 에게 수(隧)549) 를 청하였었는데, 양왕이 이는 왕의 제도라고 하여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번영(繁纓)은 작은 물건인데도 아깝게 여겼으니,550) 진실로 명분(名分)을 엄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유순정은 원훈 대신(元勳大臣)이니 마땅히 후한 특전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물건이라면 후하게 내리더라도 괜찮겠지만, 이 장생전의 물품을 내린다면 명위(名位)가 혼동됩니다. 성종(成宗) 때에 명나라 사신 정동(鄭同)이 한명회(韓明澮)의 압구정(狎鷗亭)을 구경하고자 하니, 한명회가 용봉 차일(龍鳳遮日) 치기를 청하였었는데, 그 때의 정원과 대간이 ‘임금이 없는 것처럼 여기는 마음이 있다.’ 하여 죄 주기를 청하매, 명회를 의금부(義禁府)에 하옥(下獄)까지 하였으니, 그 용봉 차일을 아낀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명분을 아낀 것입니다. 또한 들으니, 연산군을 개장(改葬)할 때 역시 장생전에 있는 관곽을 사용한다는데, 연산군은 이미 군(君)으로 강등[降封]하여 또한 왕자(王子)의 예(例)로 장사하는 것이니, 이 역시 참람하게 쓸 수 없습니다. 모두 주지 말으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소릉(昭陵) 및 방윤(方輪) 등의 일을 윤허하지 않는다. 또 번영은 소소한 물건이지만, 공자(孔子)도 아끼었으니, 경 등의 말이 당연하다. 그러나 장생전의 관곽은, 이에 앞서 대신이 졸서하였을 적에도 더러 특은(特恩)으로 제급하였으니, 전례가 있다. 더구나 연산군은 군(君)으로 강등되었지만, 대신과도 다르니 모두 윤허하지 않는다."
하매, 또 아뢰기를,
"병조 참지(兵曹參知) 최숙생(崔淑生)은 곧 민보익(閔輔翼)의 손위 처남[妻兄]인데, 경익(景翼)은 곧 보익의 동생형(同生兄)입니다. 경익은 아들 셋을 두었으나 보익은 무후(無後)하여, 생존했을 때에 예조(禮曹)에 정문(呈文)하고 경익의 아들 순년(舜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보익이 죽자 순년이 삼년상을 마쳤었는데, 최씨(崔氏)551) 가 죽게 되자 순년이 또 복상(服喪)하려고 하니, 숙생이 저지하기를 ‘네 형 요년(堯年)이 후사가 없이 죽었으니, 너는 마땅히 너의 큰 집을 이어야 하고 보익의 뒤는 이을 수 없다.’ 하여 복상(服喪)하지 못하게 하고, 자기 누이의 노비(奴婢)를 감하여 순년에게 주었습니다. 최숙생의 소행이 이와 같이 육조의 당상에 합당하지 못하니 체직하소서."
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9책 17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14책 633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비빈(妃嬪) / 왕실-사급(賜給)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재정-국용(國用) / 가족-가족(家族) / 가족-가산(家産) / 신분-천인(賤人) / 풍속-예속(禮俗)
- [註 546]진 문공(晉文公) : 중국 춘추 시대 오패(五霸)의 한 사람으로, 호언(狐偃) 등 어진 신하를 등용하여 난국(亂局)을 수습하고 제 환공(齊桓公)에 이어 패자가 되었다.
- [註 547]
왕실(王室) : 주나라 왕실.- [註 548]
양왕(襄王) : 중국 주(周)나라 81대 왕.- [註 549]
수(隧) : 지하(地下)의 묘도(墓道). 제왕(帝王)만이 할 수 있는 제도이다.- [註 550]
번영(繁纓)은 작은 물건인데도 아깝게 여겼으니, : 춘추 시대 위후(衛侯)가 제(齊)를 칠 때에 신축(新築)에서 싸웠는데, 중숙우해(仲叔于奚)가 손환자(孫桓子)를 구원하여 살렸으므로 위후가 상으로 고을을 주니 사양하고서, 제후(諸侯)라야 쓸 수 있는 곡현(曲縣)과 번영을 갖추고 조회할 것을 청하니 이를 허락하였다. 공자가 이를 듣고 "애석하구나! 고을을 많이 주는 것만 못하다. 명기(名器)는 아무에게나 함부로 줄 수 없는 것이므로 임금이 맡는 것이다."고 탄식하였다. 곡현은 삼면(三面)에 악기를 설치한 수레이고, 번영은 제후의 말에만 꾸밀 수 있는 뱃대끈과 굴레이다. 《좌전(左傳)》 성공(成公) 2년.- [註 551]
최씨(崔氏) : 보익의 처.○壬戌/大司憲南袞、大司諫趙元紀等, 論昭陵及方輪等事, 又上箚論之, 不允。 又啓曰: "臣等觀承傳, 卒領議政柳順汀棺槨, 依朴元宗例題給。 聞其時以長生殿所藏賜給, 長生殿所藏, 非人臣所可僭用也。 昔晋 文公, 有大功於王室, 而請隧於襄王, 襄王以爲王章而不許。 繁纓小物也, 猶且惜之, 誠以爲名分不可不嚴也。 順汀元勳大臣, 宜用厚典, 然如他物, 則雖厚賜可也, 若賜此物, 則名位混淆矣。 成宗朝天使鄭同, 欲見韓明澮 狎鷗亭, 明澮請設龍鳳遮日, 其時政院臺諫以爲有無君之心, 請罪, 至於下明澮于義禁府。 非惜其龍鳳遮日, 乃惜其名分也。 且聞燕山君改葬時, 亦使用長生殿棺槨。 燕山已降封爲君, 而且以王子例葬之, 此亦不可僭用也。 請竝勿給。" 傳曰: "昭陵及方輪等事, 不允。 且繁纓小物, 孔子惜之, 卿等之言當矣。 然長生殿棺槨, 前此大臣卒, 則或以特恩題給, 有其例矣。 況燕山雖封君, 然與大臣異矣。 皆不允。" 又啓曰: "兵曹參知崔淑生, 乃閔輔翼之妻兄也, 景翼乃輔翼同生兄也。 景翼有三子, 輔翼無後, 而生時呈禮曹, 以景翼之子舜年爲繼後。 輔翼死, 舜年終喪三年, 及崔氏死, 舜年亦欲服喪, 淑生沮之曰: ‘爾兄堯年, 無後身死, 汝當嗣汝大宗, 不宜繼輔翼之後。 使不得服喪, 以其妹奴婢, 減給舜年, 淑生所行如此, 不合六曹堂上。 請遞之。" 不允。
- 【태백산사고본】 9책 17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14책 633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비빈(妃嬪) / 왕실-사급(賜給)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재정-국용(國用) / 가족-가족(家族) / 가족-가산(家産) / 신분-천인(賤人) / 풍속-예속(禮俗)
- [註 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