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연관 우의정 성희안 등이 붕중의 화친에 대해 의견을 말하다
압연관(押宴官) 우의정 성희안·예조 판서 신용개(申用漑)·참판 황맹헌(黃孟獻) 등이 아뢰기를,
"신 등이 잔치를 대접할 때에, 전교하신 분부에 따라 ‘화친을 허락할 수 없다.’는 뜻으로 타일렀더니, 붕중(弸中)이 말하기를 ‘만일 화친을 허락하지 않으려면, 그 회답하는 서계(書契)를 곧 만들어 주시오. 나도 곧 돌아가야지 어찌 오래 머물 수 있겠소. 전년에 왔을 때 나에게 이르기를 「만일 반란한 무리를 베어 머리를 함에 담아 오면 다시 의논하겠다.」고 하여 지금 반란한 왜(倭)들을 베어 왔는데, 지금 말이 이러하니 전에 한 말과 다릅니다.’ 하였습니다.
신 등이 거듭 타일렀더니, 그가 간혹 소리를 높이며 분에 찬 말을 하더니, 통사(通事)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너희가 반드시 나의 뜻대로 다 전하지 못한 것이다. 내가 다소 옛글을 아니 마땅히 모두 단자에 써서 바치겠다.’ 하고, 술이 세 순배 돌자, 소매 속에서 서계 한 통을 내어 바치는데, 그 뜻을 보니 모두 화친을 청하는 말과 삼인사(三印使)260) 를 접대해 주기를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서계 한 통을 내놓았는데, 그 대요(大要)는 또한 종무신(宗茂信)을 접대하여 주기를 청하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함에 담아 가지고 온 머리가 어찌 진짜 반란한 무리의 것으로 믿겠느냐.’ 하니, 대답이 ‘난들 어찌 진짜가 아닌 줄 압니까? 반란한 무리들을 귀국에서는 얼굴을 그려 놓고 알고 있습니까?’ 하였습니다. 말하는 것을 보니, 화친을 애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마도 같은 작은 오랑캐는 단번에 섬멸할 수 있다.’고 하였더니, 대답이 ‘마음대로 해보십시오. 대마도의 인종을 다 섬멸할 뿐만 아니라, 그 섬의 산을 다 파서 없앨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였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후회하지 않게 해야 하는데, 뒷 사람들이 오늘날의 일을 조롱하기를 ‘압연관(押宴官)은 누구요, 예조 판서는 누구요, 일본 사신은 붕중(弸中)이다.’고 한다면 되겠습니까? 또 ‘우리 나라 사람의 피로인(被擄人)을 어찌하여 돌려보내지 않느냐?’고 책망하니, 대답이 ‘내가 어찌 그 일을 알 수 있습니까. 귀국 사람은 반드시 사로잡힌 일이 없을 것입니다.’ 하였습니다. 지금 언어와 기색을 보니, 화친을 허락받지 못하면, 다시 와서 청하지 아니할 것이 분명합니다."
하니, ‘알았다.’고 전교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16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14책 587면
- 【분류】외교-왜(倭)
- [註 260]삼인사(三印使) : 어의(語意)는 불명하나, 붕중과 함께 나왔다가 상경하지 못하고 포소에 머물러 있게 한 대마 도주의 특송(特送) 국행(國幸)·종무신(宗茂信) 등을 말한 듯하다.
○庚子/押宴官右議政成希顔、禮曹判書申用漑、參判黃孟獻等啓曰: "臣等接宴之時, 以傳敎之旨, 諭以不可許和之意, 弸中曰: ‘若不許和, 其答書契, 須卽成付。 我當卽還, 豈可久留? 前年來時謂我曰: 「若斬叛亂之徒, 函首而來, 則當更議爲之。」 故今斬叛倭而來, 今言若是, 與前所言異矣。’ 臣等反覆開諭, 則彼或厲聲, 有憤憤不順之辭, 顧謂通事曰: ‘汝必不盡傳吾意, 吾粗知古書, 當盡書(單字)〔單子〕 以呈。’ 酒三行, 袖出書契一道以呈, 觀其意, 皆請和之辭及接待三印使之意也。 又出書契一通, 其大要亦請接待宗茂信之意也。 又責以今來函首, 豈可信其眞叛亂之徒哉, 則答曰: ‘我亦何知其非眞也? 其叛亂之徒, 貴國以圖像而知之乎?’ 觀其所言, 非哀乞請和也。 且語以對馬小醜, 一擧可殲滅, 則答曰: ‘當任意爲之, 非止殲滅其類也, 其島之山, 亦可掘盡使無也。’ 大抵凡事, 要無後悔。 後之人議今日之事曰: ‘押宴官某也, 禮曹某也, 日本國使臣弸中,’則可乎? 責以我國人被擄者, 何不生還, 則答曰: ‘我豈能知其事乎? 貴國人必無被擄矣。’ 今觀言語辭色, 不得請和, 則不更來請丁寧矣。" 傳曰: "知道。"
- 【태백산사고본】 8책 16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14책 587면
- 【분류】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