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원 헌부가 전의 일을 아뢰니 불허하다
간원이 전의 일을 아뢰고, 헌부가 상소하였는데 그 대략에,
"전하께서 새로 보위에 오르시어 널리 언로를 열고 군신을 맞이하시더니, 근년 이래로는 점점 처음 같지 않으시어 대간의 말을 하나도 쾌히 듣지 않으시며, 간언을 꺼리는 조짐을 비로소 이에 보이시니, 신 등은 실망을 이길 수 없습니다.
소격서의 설치는 허탄하고 환망(幻妄)하여 인군의 믿을 바가 못되는 것입니다. 제(祭)를 지낼 때에 도류(道流)367) 들이 그들의 옷과 그들의 관을 쓰고 뜰에 구부리니 하늘을 속이는 것이 더없이 크자, 우부 우부(愚婦愚夫)까지도 보려고 하지 않았는데 하물며 식자이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낭비 또한 심하여 나라 사람이 모두 혁파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전하께서 홀로 ‘조종조에서 혁파하지 않은 것을 오늘날에 혁파할 수 없노라.’ 하시니, 신 등은 적이 의혹스럽습니다. 좋은 법과 착한 정치라면 조종이 남겨준 것을 후세의 왕이 지킬 것이지만, 이는 곧 좌도로서 천연 답습하다가 오늘에까지 이른 것이니, 이는 전하께서 먼저 혁파할 일입니다.
전하께서 대간에게 명하시어 ‘서관(庶官) 중에 직에 맞지 않는 자를 태거(汰去)하라.’ 하셨으므로, 대간은 경연(慶緣) 등을 가려서 아뢰었던 것입니다. 대저 경연(慶緣)은 보잘것없는 무리로 아유 구용을 일삼는 자이니 태거 당함이 마땅하거늘, 연은 속에 분한 마음을 품고 갑자기 대간과 틈이 있었다는 말을 내어 사람들로 하여금 의혹되게 하였으니, 그 계획이 교활합니다. 시종 허지와 대신 신용개 역시 그의 말을 믿고 그의 악에 가담하여, 드디어 경연에 시비를 현혹시켜 성총(聖聰)을 의혹케 하였으니, 대간을 모해하고 사첨(邪諂)368) 을 편들며 공론을 억제하고 감행한 죄 진실로 큽니다.
용개는 또 하문하실 때 바로 아뢰지 않고 말하기를 ‘기억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이는 조정을 업신여긴 것으로서 기망한 죄 이보다 더 큰 것이 없습니다. 경연은 진실로 사류에 넣지 않음이 옳거니와 허지·용개 또한 그 죄로써 죄줌이 마땅합니다. 이맥은 내수사(內需司)의 종을 비호하기 위해 내언(內言)이라 칭탁하고, 이위에게 요구하여 대중(臺中)에 전함으로써 대풍(臺風)369) 을 무너뜨렸으니, 그 죄가 매우 큽니다. 그런데 이제 겨우 1년 만에 맥(陌)은 판결사(判決事)를 삼고, 위(偉)는 군자정(軍資正)에 승서하였으니, 장차 무슨 징계가 되겠습니까? 맥과 위의 죄를 지금 추론할 수는 없지마는 그 직은 또한 갈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물며 맥은 국량(局量)이 가볍고 얕아서 독단(獨斷)하는 직임에 맞지 않는데이겠습니까!
강태수는 장리 강학손(姜鶴孫)의 아들이니, 비록 숙부 귀손에게 입후(立後)하였다고는 하지만, 그 아비 학손을 아비라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장리의 아들과 손자를 육조에 서임하지 말라.’는 것은 이미 《대전(大典)》에 실려 있는데, 태수에게 공조 좌랑을 제수한 것은 곧 법을 허물어뜨린 것입니다. 이제 삼공의 의논에 말하기를, ‘정부·정언·정조(政曹)·홍문관·춘추관·대성(臺省) 이외의 다른 직엔 허통(許通)하라.’고 하였는데, 삼공이 어떠한 소견에서 이러한 의논을 드렸는지 신 등은 알 수 없습니다. 나라에 정한 법이 있는데 능히 지키지 못하고 마음대로 변동한다면 그 해가 매우 크며, 육조의 직엔 장리의 손자도 서임할 수 없거든 하물며 그 아들인 경우이겠습니까. 태수의 직은 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보(李俌)는 금옥 마장(金玉馬粧)370) 의 금법을 범했으므로 율에 의해 정죄(定罪)하고 고신(告身)을 모두 빼앗았는데, 겨우 두어 달을 지나서 환급을 명하시니, 주고 뺏는 경솔함이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까. 대저 사치한 습속은 금하지 않을 수 없으니, 사치한 마음이 한 번 싹트면 그 거처(居處)나 복식이 반드시 사치를 극하여 서로서로 본뜨다가 끝내는 지나친 제도에 이르게 마련이어서 위 아래의 구분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 작첩을 빼앗았는데 어찌 갑자기 줄 수 있겠습니까. 원하건대 채납(採納)하시어 망설이지 마시고 쾌히 결단하소서."
하였으나, 듣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7책 14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14책 524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인사-임면(任免) / 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가족-친족(親族) / 사상-도교(道敎)
- [註 367]도류(道流) : 도사의 무리.
- [註 368]
○己酉朔/諫院啓前事。 憲府上疏, 其略曰:
殿下新登寶位, 廣開言路, 迎訪群臣。 比年以來, 寢不如初。 臺諫之言, 一不快從, 忌諫之漸, 始見於此, 臣等不勝缺望。 昭格之設, 虛誕幻妄, 非人君所宜信也。 其當祭也, 道流服其服冠其冠, 傴僂於庭, 其爲欺天莫大。 雖愚婦愚夫, 亦不欲觀, 況識者乎? 不特此也。 糜費亦甚多, 國人皆曰可革, 而殿下獨曰: ‘祖宗所不革, 不可革之於今日。’ 臣等竊惑焉。 若良法善政, 則祖宗之所貽, 後王之所守也, 是乃左道, 而遷延苟襲, 式至于今, 此殿下所先革也。 殿下命臺諫, 汰去庶官之不稱職者, 臺諫抄慶緣等以啓。 夫緣, 斗筲瑣屑, 依阿苟容者, 其見汰宜矣。 緣陰懷憤怨之心, 遽發與臺諫有隙之言, 欲使人疑之, 其計狡且譎矣。 侍從如許遲, 大臣如申用漑者, 亦信其言, 黨其惡, 乃於經筵, 眩其是非, 以疑聖聰。 其謀害臺諫, 陰庇邪謟, 沮抑公論, 敢行胸臆之罪固大矣。 用漑又於下問之時, 不以直啓, 乃曰: ‘未得記憶。’ 是不有朝廷也。 其欺罔孰大? 慶緣, 固不可齒於士類, 許遲、用漑, 亦宜以其罪罪之也。 李陌欲庇內需司奴, 托以內言, 干於李偉, 傳於臺中, 以壞臺風, 其罪甚大。 今纔周歲, 陌爲判決事, 偉陞軍資正, 將何所懲艾乎? 陌、偉之罪, 今雖不可追論, 亦不可不遞其職也。 況陌, 局量輕淺, 尤不合於獨斷之任乎? 姜台壽 贓吏鶴孫之子也, 雖爲叔父龜孫之後, 亦不可不父其鶴孫也。 贓吏子及孫, 勿敍六曹, 載在《大典》, 而台壽授工曹佐郞, 是毁其法也。 今三公議曰: ‘政府、政院、政曹、弘文館、春秋館、臺省外, 其餘皆許通。’ 臣等不識三公, 有何所見, 而建此議乎。 國有定法, 不能遵守, 率意低昻, 則其害甚大。 六曹之職, 贓吏之孫, 亦不得敍, 況其子乎? 台壽之職, 不可不遞也。 李俌犯金玉馬粧之禁, 據律定罪, 盡奪告身。 纔經數月, 遽命還給, 是何予奪之輕, 一至於此耶? 夫奢侈之習, 不可不戢也。 侈心一萌, 則其居處服飾, 必極其奢麗, 轉相則效, 其終必至於過制, 無復有上下之辨也。 其已奪職牒, 豈可遽給也? 伏願特賜採納, 夬決無留。
不納。
- 【태백산사고본】 7책 14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14책 524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인사-임면(任免) / 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가족-친족(親族) / 사상-도교(道敎)
- [註 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