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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 13권, 중종 6년 3월 12일 임술 2번째기사 1511년 명 정덕(正德) 6년

성균관 대사성 유숭조가 사전을 올리고 《강목십잠》과 《성리연원촬요》를 바치다

성균관 대사성 유숭조(柳崇祖)가, 학관(學官)·유생을 거느리고, 사전(謝箋)을 올리기를,

"글을 중히 하고 백왕의 스승104) 을 높여 석채(釋菜)105) 에 전 드리는 것을 정결히 하고, 유학(儒學)을 숭상하여 만대의 법을 넓히며, 특별히 도를 자문하는 의식을 거행하니, 기쁨은 신하와 이웃에 넘치고 일은 서책에 빛납니다. 생각건대 주상 전하께서 건괘(乾卦)의 건장함으로 아래로 구제하시고, 겸괘(謙卦)의 낮음으로 위로 융성하시며, 방훈(放勳)106) 의 흠명(欽明)을 편안히 할 것을 생각하시니 진실로 중용(中庸)을 알아 정일(精一)하고, 고종(高宗)107) 의 시종 여일함을 본받을 것을 생각하여 뜻을 낮추어 계속 밝히기를 배우시니, 일취 월장(日就月將)하여 불길처럼 오르고 샘물처럼 통달합니다.

조종의 시학(視學)하는 제도를 따르고, 한(漢)·주(周)의 배로(拜老)하던 규범108) 을 힘써 행하십니다. 서직(黍稷)의 향그러운 제수를 드리니 예의가 흡족하고 정성이 감동되며, 성리의 깊은 뜻을 강구하니 충심으로 깨닫고 몸소 행하시어, 높을손 공이 있고, 빛날손 사이가 없습니다. 하물며 주효(酒肴)의 좋은 음식을 반사(頒賜)하시어 우로(雨露)를 청아(菁莪)109) 에 고루 적시니, 뼈와 살에 깊이 젖고 하늘과 덕을 함께 하십니다. 실로 반궁(泮宮)110) 에서의 연음하는 은혜 융숭하고, 기자(箕子)를 방문하는 성의111) 와도 잘 부합합니다. 또 학전(學田)을 하사하시니 생각밖의 은택이요, 준수한 인물들을 발탁(拔擢)하시니 역시 비상한 영광으로서, 예전에도 드문 일이요 이 세상의 성대한 일입니다.

생각건대, 신 등이 모두 용렬한 자질로 창성한 시기를 만나, 고무 도야[陶甄]하니, 다 함께 한록 작인(旱麓作人)의 화(化)112) 입고, 강직하고 온화하며 관대하고 엄격하여 거의 후기(後夔)113) 의 교육하는 방법을 힘쓰겠습니다."

하고서 글로 아뢰기를,

"성상께서 시학(視學)114) 하시어 횡경 문난(橫經問難)하시고, 마음을 밝게 하여 정치하는 길을 자문하시었습니다. 《대학(大學)》에 응대(應對)하라시는 분부를 받고 주야로 깊이 생각하여, 성경 현전(聖經賢傳)의 깊은 뜻과 정(程)·주(朱)의 논변 취사(論辨取舍)한 격언과 역대의 귀감되고 경계될 만한 일과 이단(異端) 학문의 호리(毫釐)의 차이 등으로 《강목십잠(綱目十箴)》을 찬집(纂輯)하고, 또 경전에서 논란한 성명(性命)의 연원과 여러 선비들이 변론 분석한 동이(同異)의 정론(正論)을 뽑아 집록(輯錄)하여, 이름하기를 《성리연원촬요(性理淵源撮要)》라 하였습니다. 혼자 생각으로는 근폭(芹曝)115) 의 적은 정성이나마 드리고자 하였으나, 천위(天威)116) 바로 앞에서 십중 팔구는 잊어버려 마음속에는 있는 것을 다 말씀드리지 못하고 그 대강만을 진술하였으며, 물러나와 삼가 시말(始末)을 글로 써서 드립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이제 올린 두 권 책이 매우 아름답다. 또 매양 듣건대 유생(儒生)이 학궁에 많이 모였다 하더니, 어제 보니 과연 듣던 바와 맞았다. 내가 학전(學田)을 주고 명하여 유생 중에 쓸 만한 자를 택하게 한 것은 또한 사기(士氣)를 배양하려는 것이다. 쓸만한 유생을 속히 뽑아 적어 아뢰게 하라."

하고, 이어 당표리(唐表裏)117) 한 벌을 내리고, 특별히 한 자급을 올렸으며, 또 명하여 금대(金帶) 하나를 내리게 하였다. 유숭조가 아뢰기를,

"옛사람이 이르기를 ‘미나리를 먹다가 임금에게 드린 자가 있다.’ 하였습니다. 전하께서 지존하신 몸을 굽혀 학궁(學宮)에 거둥하시어 논란(論難)하시므로, 신은 다만 거기에 대한 회포를 말씀드린 것이요, 작질(爵秩)과 상사(賞賜)에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특별히 자급을 높이고 후히 상을 주시니, 마음에 실로 미안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두 권의 글은 다만 성리(性理)의 심오한 뜻을 포괄하였을 뿐 아니라, 규잠(規箴)이 가상할 만하므로 특별히 가자(加資)한 것이니, 사양하지 말라."

하고, 정원(政院)에 전교하기를,

"지금 유숭조가 올린 두 글을 속히 발간하여 조신들에게 반사(頒賜)하고, 또 경연(經筵)에서 진강(進講)토록 하라."

하였다. 그 ‘대학삼강팔목잠을 올리는 전[進大學三綱八目箴箋]’은 이러하다.

신묘를 궁구하여 변화를 아니 성현의 학문이 정절(精切)하고, 몸을 닦고 사람을 다스림은 제왕의 전수하는 심법입니다. 이제 낮은 소견을 기울여 높으신 총명을 더럽힙니다. 삼가 살피건대, 옛날 《대학》의 규모와 조리는 극히 자세하여, 체(體)를 말미암아 용(用)에 이르고, 천하에 군림하는 율령 격례(律令格例)가 해박하게 갖추어져, 그 흐름을 따라 근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명덕(明德)·신민(新民)·지선(至善)의 강(綱)을 우두머리로 하고, 지지(知止)·유정(有定)·능득(能得)의 공효로 이어져, 평치(平治)118) 와 가제(家齊)의 힘씀은 수신(修身)에 근본하고, 성정(誠正)119)지지(知至)120) 의 근원은 격물(格物)에 있습니다. 요령(要領)이 굉대(宏大)하고 절목이 섬세하고도 빈틈이 없으며, 문리가 접속되고 혈맥이 관통(貫通)합니다. 하남 정선생(河南程先生)121)《대기(戴記)》122) 에서 표장(表章)하고 자양 주부자(紫陽朱夫子)123)순희(淳熙)124) 연간에 주해(註解)하니, 심오한 뜻과 은미한 사연이 실처럼 분석되었으며, 서산(西山)125) 은 그 뜻을 추연(推衍)하고, 구공(丘公)126) 은 그 유실(遺失)을 보집(補輯)하였습니다.

신이 일찍부터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가 늦게 다소나마 그 취지를 깨달으니, 이는 곧 성리(性理)의 근원으로서 실로 만대에 사람을 가르치는 지침이요, 사물의 선후를 알 수 있는 것이니, 백왕[百辟]이 백성에 군림(君臨)하는 규범’이라 하겠습니다. 지난번에 외람되게 강독하여 계옥(啓沃)127) 하는 반열에 참가하여 일찍이 격치 성정(格致誠正)의 의논을 드리게 되었는데 매양 성총(聖聰)의 밝으심은 반드시 경술(經術)의 도움에 의하여야 하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사물을 궁구하여 알면 이매(魑魅)128)우정(禹鼎)에서 도망가지 못하고,129) 거울이 밝으면 공(共)·환(驩)130) 이 우조(虞朝)에 용납되기 어렵습니다. 임금의 충심이 백일처럼 밝게 비쳐 만물의 이치를 잔털까지도 환하게 분석하기를 바라면서, 천박한 재주를 생각지 않고 저술(著術)하여 그릴 것을 생각하였습니다.

몸은 간혹 천리나 먼 곳에 있기도 하지만, 정성은 언제나 구중 궁궐 깊은 곳에 남아있습니다. 외람되게 연어(鳶魚)의 도견(陶甄)131) 을 입어, 여러 인재들과 함께 탐색 토론 하였습니다. 간절히 위에 보답하는 정성을 품고, 자나깨나 임금을 잊지 않으며, 언제나 부지런히 공부하여 밤을 새우는 수고로움으로 문이나 담장에도 모두 붓을 두었습니다. 성명(性命)·도덕(道德)·의 심오한 뜻을 취하여 강목(綱目) 본말의 잠규(箴規)를 삼으니, 명선 성신(明善誠身)의 방법을 대강 그 개요를 진술하고, 제가 치국(齊家治國)의 요점을 대략 그 줄거리를 들어 말하였습니다.

여기서 저 구인(九仞)132) 의 높음을 바라보니, 거의 한 티끌의 더함이나 될까 합니다. 이것은 대개 주상 전하의 강건 순수(剛健純粹)하심으로 집희 광명(緝熙光明)함을 만나서입니다. 도가 쌓이고 덕이 자라니 고종(高宗)의 손지(遜志)133) 를 힘씀이요, 달로 나아가고 날로 성취하니[月將日就] 성왕(成王)의 단심(單心)134) 을 넓혀나가심입니다. 바야흐로 이치를 궁리하고 천성을 다하려 하여 절차탁마(切磋琢磨)하며, 더욱 안을 곧게 하고 밖을 바르게 하여 점잖고 너그럽고 환하고 위엄 있습니다. 목표와 규칙을 세우려면, 모름지기 표리(表裏)와 정조(精粗)를 통철(洞徹)하여야 하겠습니다. 삼가 작은 정성을 모아 청한(淸閑)하신 성심을 더럽히니, 그칠 것은 그치고 얻을 것은 얻으며, 천성의 극(極)을 다하시어 일호의 사욕도 없이 할 것이며, 밝은 것은 더욱 밝고 새로운 것은 새롭게 하여, 내 마음의 법도를 바로잡고 만민의 소원을 함께 하소서.

그 ‘명명덕잠(明明德箴)’은 이러하다.

한 음(陰)과 한 양(陽)은 본래 한 태극(太極)이고, 선(善)을 계승하여 천성을 이룸은 이(理)와 기(氣)가 묘하게 합한 것이다. 본래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덕은 모든 사람이 함께 얻은 것이다. 정(精)과 진(眞)이 엉기어 영묘(靈妙)하고 허적(虛寂)한데, 어리석은 이에게도 인색하지 않고, 지혜로운 이에게도 후하지 않다. 안으로 여러 이치를 갖추고 밖으로 모든 일에 응하며, 성(性)과 정(情)을 통솔하여 신명하고 형철(螢徹)하다. 정은 성에서 동하니 순선(純善)하고 잡됨이 없으며, 뜻[意]은 마음에서 출발하니 선과 악이 될 수 있다. 이(理)가 동하는 데에 기가 끼어드는 것은 사단(四端)의 정이요, 기가 동하는데 이가 따르는 것은 칠정(七情)의 싹이다.

기는 체(體)의 충(充)이요, 지(志)는 기의 수(帥)이니, 지가 전일(專一)하면 기를 동하고, 기가 전일하면 지를 동한다. 지가 먼저이고 의(意)가 나중이라는 것은 회암(晦庵)135) 의 말이요, 의(意)가 지(志)보다 먼저라는 것은 북계(北溪)136) 의 논설이다. 지는 마음이 가는 것이고 의는 곧 모탁(謀度)하는 것이니, 마음이 가게 되면 의가 반드시 사색(思索)하고, 의사가 정해지면 지 또한 서게 되니, 두 뜻이 일치하여 서로 그 뜻을 밝혀 준다.

재주는 사람의 능함이 되어 어둡고 밝고 강하고 약한데, 이(頤)137)‘품기(稟氣)’138) 를 가지고 말하였고, 가(軻)139)‘성발(性發)140) 이라 지적하였다. 그러나 사리를 상고하면 정(程)의 의논이 주밀하다. 기질을 타고난 것은 통하고 막히고 맑고 흐림이 있는데, 질(質)은 형(形)과 색(色)을 갖추고, 기는 동하고 식함이 있어서 오는 것을 알고 간직하나니, 기(氣)는 혼(魂)이고 질은 백(魄)이다.

천지와 사람은 기와 질의 원체인데, 음과 양으로 나뉘는 데서 동(動)과 정이 서로 근원한다. 듣는 것과 보는 것을 주관하여 총명한 지각(知覺)이 있게 된다. 기는 능히 운행하나 질은 속한 데가 있다. 기는 처음 타고난 데에 구애되고 물(物)은 형태가 접하는 데 따라 변화된다. 티끌이 밝은 거울을 더럽히면 몽매(蒙眛)하고 캄캄하나 본체의 밝음은 밝게 비쳐 쉬지 않는다. 양지(良知)·양능은 자연의 천성이니 어린애가 장성하기까지 애경(愛敬)을 가르치지 않아도 느낌에 따라 응하고 유연(油然)히 발동한다. 어린애가 우물에 들어가면 놀라고 두려워 않는 이가 없으니, 그것을 알아 확충하여 조심해서 극복하면 오성(五性)141) 의 덕이 깊고 넓어, 이루 다 쓸 수 없을 것이다.

천하의 명덕(明德)이 그 그칠 데에 그치며, 공경하며 밝고 깊고 지혜로움을 성인(聖人)이 조심하여 존양(存養)하고, 어진이가 삼가 성찰(省察)한 것이다. 동정(動靜)의 덕을 온전히 하였기 때문에 정(靜)이 전일하고 동이 정직하나, 동정의 이치가 갖추어 있으므로 동에는 잘못되기 쉽다. 만일 살피지 못하여 털끝만큼 어그러지면 허무에 빠져들어가고 적멸로 흐르게 된다. 나만을 위하는 것은 임금이 없는 것이니, 인륜을 어지럽히며 제 몸만 깨끗이 함이요, 겸애(兼愛)하는 것은 아비가 없는 것이니, 친소(親疎)를 가리지도 않는다. 기송(記誦)만 하여 이치에 어둡고, 사장(詞章)만으로 겉치레를 하며, 권모(權謀)로 속이고 술수로 왜곡한다. 기류(杞柳)로 배권(桮棬)142) 을 만든다 하여 억지로 휘어 해치며, 작용과 운동을 단수(湍水)와 식색(食色)143) 에 비교하여 모두 선과 악을 혼동한 것은 형체와 기질만을 안 때문에 기의 말[氣馬]이 가는 곳에, 물(物)을 거론하면서도 법칙을 거론하지 않았다.

치우치고 방탕하고 간사하고 회피하는 말로 가리고 빠지고 어긋나고 군색하게 하니, 마음에서 발하여 일을 해치고, 기변(機變)이 소경이나 귀머거리가 된다. 백가(百家)의 여러 가지 재주가 참위(讖緯)요 부축(符祝)이라, 고자(告子)·공손용(公孫龍)·순경(荀卿)·양웅(揚雄)·한비(韓非)·소진(蘇秦)·호로자(胡老子)·석가(釋迦)가 모호하게 두찬(杜撰)하여, 신을 신은 채로 가려운 데를 긁는 것과 같이, 선택이 정밀하지 못하고 말이 자세하지 못하여 어수선하고 어긋나서 타고난 성품을 천착(穿鑿)하고, 훈고(訓詁)로 부회(附會)하여 착란되고 자질구레하게 하였다.

청담(淸談)으로 자황(雌黃)144) 하고, 사물을 조백(糟魄)145) 으로 여겨, 세상을 꿈속인양 호리고, 팔황(八荒)146) 을 진개(塵芥)로 여겼다. 그 눈을 푸르게도 뜨고 희게도 뜨며147) 암랑(巖廊)148) 을 눈흘겨 보았다. 흰실을 보고서 누렇게도 되고 검게도 될 것을 슬퍼하며, 기로(岐路)에 서서 남으로도 가고 북으로도 가게 됨을 울었다.149) 형해(形骸)150) 밖에 방랑하며 예법을 폐기하고. 수레바퀴 빗장을 던져 버리고151) [投轄] 술잔을 드는 것을 이치에 통했다 하고, 마음대로 높이 누워 있는 것을 영달이라 하며, 현정(玄靜)하여 일을 싫어함을 아(雅)하다 하고, 근근(勤勤)하게 봉공함을 속되다 한다.

숨은 것을 찾아내고, 괴상한 일을 행하여 요명 혼묵(窈冥昏默)하고, 온갖 물건을 널리 알되 한만하여 요약되지 못한다. 격물 치지(格物致知)의 학문을 알지 못하니 어찌 자신에 돌이키는 실지가 있을 것인가. 먼 데로 달려 뜻을 상실하니 자신의 행함에는 이익이 안 된다. 공자(孔子)는 기질지성(氣質之性)까지 겸해서 말했고, 맹자(孟子)는 성선(性善)만을 말하였으니, 천성은 서로 가까우나 습관이 멀어지는 것이니, 흔암하고 우둔한 이는 힘쓸 줄을 알아야 한다.

상지(上智)와 하우(下愚)는 바탕이 정하여져 바꾸지 못하지만, 본성의 선함은 가운데서부터 따라 나오는 것이다. 진실로 포기하지 않아 남이 하나 하는데 나는 백을 하면 기질을 변화하게 되는데 성공에 가서는 한가지이다. 저 혼암하여 알지 못하는 자들은 이(理)와 기(氣)를 분별하지 못하는지라, 기에서는 성(性)을 논하지 않고 성에서는 기를 논하지 않으며 딴 길로 알고 집요(執拗)하니, 밝지 못하고 갖추지 못한다. 정(程)152)장(張)153) 이 시비(是非)를 분석하여 기와 이를 밝혔다. 기는 형체와 품성(稟性)에서 달라지고 이는 하늘과 땅에서 둘로 된다. 기는 이를 벗어나지 않고 이는 기속에 붙여 있으며, 이는 기를 떠나지 않아 혼연히 한 근본이고, 기는 이에 섞이지 않아 찬연(粲然)히 혼동되지 않아서 선후도 없고 시종(始終)도 없다.

물체에 부여(賦與)될 처음에는 이(理)가 하나요 기는 둘이며, 물체가 품수(稟受)한 후에는 기는 같으나 이는 다르다. 군자는 선하게 돌이켜 형기(形器)를 본성으로 하지 않으니, 정론(正論)이 한 번 나오자 일월처럼 광명하여 천고의 혼암과 미혹(迷惑)이 일조에 환히 열렸다. 정(精)하고 일(一)하며 중용을 택해서 정성스럽게 지키라.

그 ‘신민잠(新民箴)’은 이러하다.

민심의 천성은 본시 나와 한가지인데, 세상 풍속에 더럽혀져 전에 물든 것을 고치지 못한다. 탕(湯)임금은 소반에 자경(自警)하는 글을 새겨 날로 그 덕을 새롭게 하여 그 표준[極]을 세워 오복(五福)을 널리 폈고, 다 함께하는 마음을 미루어 효제(孝悌)를 일으켰다. 만일 기한(飢寒)에 궁하다면 어느 겨를에 예절을 행하겠는가. 그 좋아하고 미워함을 같이하여, 이미 넉넉히 된 뒤에 선을 가르쳤다. 정(井)자로 나누어 밭을 받아서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밭을 갈아 먹는다. 농사 철을 어기지 않고 길쌈하는 시기를 빼앗지 않으니, 여자에게는 베가 넉넉하고 남자에게는 남는 곡식이 있어 주리지 않고 춥지 않으니, 위로 부모를 섬기고 아래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게 되었다. 상(庠)을 설치하고 교(校)를 일으켜 인륜으로 교육하니, 모두들 보고 감화하여 날로 새로움을 이루었다. 고무 도야[陶甄]하고 범위(範圍)를 지어 경륜하며, 위로하여 오도록 하며 굽은 것을 바로잡아 덕을 떨쳐 보익(補翼)했다. 강직하되 온정[溫]을 두고 너그럽되 엄격하며, 여유있게 자득(自得)하여 그 표준이 있는 데 합하여 안보와 복을 받게 되는 것이다.

만일 스스로 새롭히지 않으면 본체가 서지 않으니, 시행하여도 근원이 없고 백성이 심복하지 않는다. 관(管)154)안(晏)155) 은 공리(功利)를 위주하고, 신(申)156)상(商)157) 은 참혹 각박하며, 손(孫)158) 은 먼 곳 복종시키는 데 힘쓰고, 회(悝)159) 는 지력(地力)을 다하였다. 법률의 형벌[律令刑法]과 식화(食貨)의 취렴[掊克]을 모두 부강(富强)에 가탁하여 사사로운 술법을 부렸다. 백성들의 인심을 외면하면서 고혈[心肉]을 긁어내고 강한 자가 간계를 부려 약한 자는 구학(溝壑)에 떨어졌다. 죽음을 구언하기에도 여지가 없는데 감히 진작(振作)함을 바랄 것인가? 자기의 마음을 척도로 남의 사정을 헤아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백성과 같이 하면, 인(仁)과 겸양을 일으키는 것을 기약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 ‘지지선잠(止至善箴)’은 이러하다.

새가 언덕에 머물렀으니 활 쏘는 자는 정곡을 표준해야 된다. 사냥꾼은 그 기계를 벌여놓고서는 오늬[掊]를 살펴 헤아린 뒤에 활을 쏜다. 타고난 선(善)은 오직 큰 표준 뿐이니, 불편 불의(不偏不倚)하며 더욱 높고 더욱 굳건하다. 반드시 옳은 것도 없고 반드시 옳지 않은 것도 없어160) 문득 뒤에 있더니 어느덧 앞에 있어161) 약여(躍如)하고 우뚝하게 중도에 섰다. 효제충신과 인의예지는, 조목의 큰 것이며 그쳐야 할 것의 큰 것이다.

생각이 학문에 전일하여 골각(骨角)을 갈듯이 하고, 광명하고 공경함을 힘써 옥석을 탁마(琢磨)하듯 하면, 그 그칠 데 그칠 줄을 알고 그 얻을 것을 얻게 된다. 엄격하고 너그럽고 환하고 위엄 있어[瑟僴赫咺], 겉과 안이 한결같아서 지극한 선에 그치게 되면 거룩하게 성덕이 되어 어진이를 친히 하고 이(利)를 즐기는 것이니, 하나도 되지 않는 것이 없다. 일의 시종(始終)과 물(物)의 본말이 지극하지 않음이 없다.

그칠 데에 그쳐 옮기지 않으면 불편부당[無黨無偏]하고 탕탕평평(蕩蕩平平)하여, 극(極)이 있는 데로 돌아가서 넓고 넓어 하늘과 같다. 만일 그칠 줄을 알고 선을 택하여 굳게 지키지 않으면, 경(敬)은 아첨하는 데 떨어지고 인(仁)은 고식(姑息)에 흘러서, 효도는 어버이 명령을 그대로 따르고 자애는 아들의 악을 기르게 되며, 부부는 사사롭게 친압하여 믿음과 진실이 명백하지 못하게 된다.

위아(爲我)와 겸애(兼愛)는 인의(仁義)의 적(賊)162) 이요, 권도 없는 자막(子莫)163) 은 하나만 고집하고 백을 폐지한다. 의기(欹器)164) 는 중도를 잃어서 비면 기울고 가득차면 엎어 지는 것은, 모두 그 중도를 잃었기 때문이니 지나친 것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생각한 뒤에야 얻는 것이니,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사무송잠(使無訟箴)’은 이러하다.

높으신 상제(上帝)여, 민생은 욕심이 있기 때문에 욕심이 가운데서 동하면 지각은 물건에 유혹된다. 이(利)와 의(義)가 엇갈리고, 실(失)과 득이 접할 때에 막힌 채 통하지 못하면 송사가 여기서 생긴다. 실정 없는 거짓이 흑백(黑白)을 변란(變亂)하여 나의 마음 거울을 때묻게 하는데도 혼암하여 살피지 못한다.

시와 비를 현혹시키고 곧은 것을 구부려 곡(曲)이라 하니, 억울이 펴지지 않아 원왕(冤枉)을 품고 지낸다. 한 마디로 결단하여 밝고 자세하게 심리하는 것을 능히 결단한다 할 수 있으나, 이는 본(本)이 아니라 말(末)이다. 진실로 자신을 반성하여 사물(四勿)165) 을 극복(克復)하면, 내 마음의 덕이 넓고 정직하게 된다. 조금도 사사로이 가리움이 없으니, 광명하며 성철(聖哲)하여, 거짓을 꾸미는 사람들이 자연 외복(畏服)하게 된다.

수중 괴물이 본 형상을 나타냄은 교서(嶠犀)의 신령함166) 이요, ·가 화친을 이룸[虞芮質成]167)주 문왕(周文王)의 뜻이었다. 선유(蟬綏)가 범관(范冠)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요, 해광(蟹匡)이 잠적(蚕績)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168) 이것이 근본이 명명덕(明明德)에 있음을 아는 것이니, 그 그칠 줄을 알고 얻을 것을 얻어, 반드시 여기에 이른 뒤라야 종시(終始)가 한결 같아질 것이다.

그 ‘격물치지잠(格物致知箴)’은 이러하다.

마음 밖에 이치 없고 이치 밖에 물(物)이 없으니, 나의 지를 이르게[致知]함은 사물을 궁리함[格物]에 있다. 천도가 변화하여 바람과 뇌정(雷霆)이 일어나며 넓고 가늘고 높고 낮은 것과 온갖 동식물들이 서로 화합하고 한없이 넓어, 각기 양육을 얻게 된다.

흩어지면 일만 가지가 되나, 모두가 한 태극(太極)이다. 오성(五性)169) ·사단(四端)170) 이 본래 선악의 분별이 없는 것으로, 요(堯)·순(舜)이나 길 가는 사람도 시초는 같다. 인신촉장(引伸觸長)하고 물(物)에 임하여 하루에 한 가지를 궁리하여 날마다 공을 쌓으면 하루아침에 마음 근원이 융석 관통(融釋貫通)되어 달도(達道)·달덕이 가슴 속에 분명해진다. 거울의 밝음 같으니, 곱고 추함을 술길 수 없으며, 저울의 평평함 같으니 가볍고 무거움을 속이기 어렵다. 천 갈래 만 갈래 길이 모두 중앙[邦畿]으로 나온다.

만일 끝까지 궁리하여 다스림에 이르지 않으면, 물(物)의 정조(精粗)와 일의 시비가 전도(顚倒) 착란하고 현무 혼혹(眩督昏惑)하여 군부(君父)의 도를 배반하고 충효의 이치에 어두우며, 장유(長幼)의 차례를 소홀히 하고 남녀의 분별에 어두우며, 붕우의 신의를 잊는다. 지켜야 할 윤리를 상실하고 눈 앞의 일에 고식(姑息)하며, 골육을 사랑하는 데만 빠지고 저도 모르게 해독되는 일에 젖어든다. 처첩[帷薄]의 사랑에 빠져 위기(危機)를 생각하지 못하며, 덕이 없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인체(人彘)의 화171) 와 야반의 곡소리에 미혹하며, 무고(巫蠱)로 해서 환란이 매개되고172) , 떡에 넣은 약이 화독(禍毒)을 빚는다.173)

그래서 부자간의 은애가 어그러지고, 적첩(嫡妾)간에서 죄얼이 생기게 되었다. 아첨하고 간사함을 충성으로 삼고 정직함을 사곡(邪曲)하다 하여, 간사하고 아첨하는 무리가 날로 나오고, 어질고 지혜로운 이는 물러가 숨는데도 은미한 조짐을 모르니, 스스로 위망(危亡)을 부르는 것이 된다. 격물 치지(格物致知)의 공과 성의 정심(誠意正心)의 방법이, 천리나 어긋나더라도 처음에는 일호(一毫)의 차이에서 생긴다. 시비의 감별로 분석을 치우치지 않아, 정밀하게 살피면 날로 성취하고 달로 자라서, 계속 밝히는 광명이 쉬지 않고 강제로 하게 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 ‘근독잠(謹獨箴)’은 이러하다.

천덕(天德)과 왕도(王道)는, 그 요체(要諦)가 홀로 있을 때를 삼가는 데에 있으니, 한 생각의 은미한 것이 선과 악을 좌우한다. 이 마음의 출발은 유암 세미(幽暗細微)하여 행적에 나타나지 않지만, 이미 그 기미가 움직인 것이다. 남이 미처 깨닫지 못하였는데 나는 혼자 알고 있으니, 선과 악을 면할 수 없음은 내 마음의 지식이다. 이 때를 당하여 분명히 보아 이를 여기서 조심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놓아 보내면 악을 따르는 것이 흙이 무너지듯이 하여, 요원(燎原)의 불길처럼 박멸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의(義)와 이(利)의 싸움은 만(蠻)촉(觸)174) 같아서 하나의 막(膜) 사이가 문득 호(胡)와 월(越)이 된다.175) 군자를 보게 되면 사특함을 엄호하고 무서워하며 가리니, 마음이 수고로와 날마다 졸해진다. 폐간(肺肝)을 보는 것 같은데 감추고 부끄러워하니, 이것은 비록 스스로 속이는 것이기는 하나 부끄러움을 알아 선(善)에 이르고자 함인 것이다. 이로부터는 끝간 데를 모르니, 마음이 요행으로 쏠려 신(神)이 수작을 운전한다. 열 손가락 열 눈이 가리키고 보지만 시비와 득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저자에 가서 금덩이를 움키는 것은 물욕이 물건에 접해서인데, 날랜 양 돌아보지 않고 아득하니 살피지도 못한다. 혼암(昏暗)·포학(暴虐)·사치(奢侈)·방종(放縱)과 방일 파벽(放逸頗僻)을 않는 것이 없으니, 귀(鬼)가 되고 역(蜮)176) 이 된다. 그 기틀이 이러하니, 마땅히 스스로 공구하여 악을 미워하기를 더러운 냄새같이 하고, 선을 좋아하기를 색을 좋아하듯 하여야 한다. 위태롭고 은미한 데 정(精)하고 일(一)하며, 의(義)와 경(敬)으로 모나고 바르게 하면, 마음은 넓고 몸은 기름져서 쾌함이 족히 스스로 만족할 것이며, 호연(浩然)히 가득차서 사방 나라를 바로할 것이다. 지키는 바가 간략하면 공손하고 독실할 것이니,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며, 혹시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지 말 것이다.

그 ‘정심잠(正心箴)’은 이러하다.

마음의 신명함은 이(理)와 기(氣)의 합함이니, 허령(虛靈)과 지각이 고요하였다가 감동하여 통하게 된다. 놓으면 육합(六合)에 넘치고 거두면 은밀한 데에 퇴장(退藏)하니, 성명(性命)의 바름과 도의의 근원과 형기(形氣)의 사사로움과 물아(物我)의 분별과 위미(危微)의 기미와 선악의 구별과 조수(操守)·방사(放舍)의 싹과 성인(聖人)·광인(狂人)의 실마리와 응감(應感)의 묘함과 인정의 떳떳함이 물(物)에 감응하여 나타나서, 보존되기도 하고 망실되기도 한다.

한 마음의 은미한 것을 온갖 욕심(欲心)이 쳐들고 오니, 음식 연안(燕安)과 가무 고종(鼓鍾)과 궁실 대사(臺榭)와 토지 병갑(兵甲)과 놀며 사냥하는 매·개와, 활 쏘고 말 모는 용력과 진귀한 새, 기이한 짐승과 아름다운 풀, 이상한 나무와 관반화내(官反貨內)와 보완(寶玩) 주옥과 부참 도서(符讖圖書)와 선불 무축(仙佛巫祝)과 사치 화려한 의복과 아미빈첩(蛾眉嬪妾)과 성내고 좋아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과 초당 폐행(貂瑭嬖幸)177) 이 뜻에 아첨하여 거스르지 않는 것이 앞에 밀려나와서 교묘하게 그 욕심을 맞추니, 음란한 소리가 귀를 어지럽히고 요사스러운 자색(姿色)이 눈을 흐리게 한다. 상옹(桑雍)178) 이 속에 맺히고 섬여(蟾蜍)179) 가 안으로 먹어가니, 혁추(奕秋)에게 가르침을 받지만 생각은 홍곡(鴻鵠)을 쏘는 데 있다.180) 일의 기미가 오고 생각이 일어날 때, 만일 다시 살피지 않으면 정(情)이 방탕하고 본성[性]이 천착하여 진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은 과욕(寡慾)보다 더 좋은 것이 없으니, 밝게 거울삼아 후인을 경계한 것은 금인(金人)의 공묵(恭默)이다.181) 반명(盤銘)182) 에는 ‘사람에게 미혹되지 말 것’을 경계하였고, 장명(杖銘)183) 에서는 넘어지는 것을 부축하였다. 전장에서는 사람 죽는 것을 염려하고, 잠자리에서는 편안히 쉬는 것을 삼가야 한다. 칼을 차면 덕(德)을 생각하고, 임금의 명덕(明德)에 대해서는 성심을 다하며, 물(物)에 접촉하면 두려워할 줄 알고, 보는 일마다 긍척(兢惕)184) 한다. 공경을 지키기는 단서(丹書)185) 처럼 하고 게으름을 이기기는 무일186) 처럼 한다면, 안에서는 요사스러움이 생기지 않고 밖의 유혹이 붙기가 어려워서 확연(廓然)히 크게 공변되어 조금도 사곡(私曲)함이 없게 된다. 사특함을 막고 성의를 보존하여 힘써 그 덕을 공경할 것이다.

그 ‘수신잠(修身箴)’은 이러하다.

사람의 뱃속에 일만 생각이 모이니, 코·입·귀·눈에, 냄새·맛·소리·빛과 손·발의 동정에 위의(威儀)가 천백 가지이다. 힘줄과 뼈대의 결속이 각각 법칙이 있으니, 그 덕성을 높이고 그 학문을 말하여 비로소 사람의 기율(紀律)을 행하고, 조심하여 하늘의 질서를 따라 말은 충성되고 미덥게 하고, 행실은 반드시 돈독하고 공경하며, 개과 천선(改過遷善)하고 징분 질욕(懲忿窒慾)하되, 행하여 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자신에서 반성하고, 옳은 것을 바로 하고 도를 밝히며, 공과 이를 계교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베풀지 않으면 화순(和順)함이 안에 쌓이고 영화(英華)가 밖으로 나타나서, 동용(動容)과 주선이 저절로 법칙에 맞는다.

친해야 할 사람을 친히 하고 사랑해야 할 사람을 사랑하며, 공경해야 할 사람을 공경하고 두려워해야 할 사람을 두려워하며 천오(賤惡)·애긍(哀矜)·오타(傲惰)에 치우치거나 기울어지지 않는다.

미워하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알아 함께 덕으로 돌아가며, 좋아하면서도 그 악을 알아 악을 하지 않게 한다. 뜻을 맞추는 것은 모적(蟊賊)187) 이요, 제게 거슬리는 것은 약석[砭石]이니, 사랑에 빠지지 말고 소득에 탐내지 말라. 사발이 반듯하면 담은 물도 반듯하고 모양이 바르면 그림자가 곧다. 두려워 하고 조심하여 스스로 지키며, 부지런히 하여 조석으로 게으르지 말 것이다.

그 ‘제가치국잠(齊家治國箴)’은 이러하다.

한 집의 법도는 천하의 법칙이니, 집에서 나가지 않고도 교화가 나라에 이루어진다. 아비가 아비 노릇하고 아들이 아들 노릇함은, 친한 이를 친히 하는 데 극함이요, 형이 형 노릇하고 아우가 아우 노릇함은 우애할 이를 우애하는 데 독실함이요, 남편이 남편 노릇하고 아내가 아내 노릇함은 남녀의 분별인데, 정연하고 숙연하여 그 행실이 사특스럽지 않으면 천하의 사람들이 여기서 규범을 삼는다.

효도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어른을 섬기며, 자애[慈]로 여러 사람을 부리면 각각 마땅함을 얻게 된다. 집이 혹 정제되지 못하여 천륜을 무너뜨리고 어지럽히면 종일 바람 불고 사나우며188) 녹의 황상(綠衣黃裳)189) 이 된다. 고기 그물에 기러기가 걸리니190) 추함을 자세히 말할 수 없으며, 각궁(角弓)이 뒤집히니191) 서로 한쪽에서 원망한다. 크게 우애하지 않아 담장 안에서 싸우며, 공손히 경복하지[祇服] 않아 크게 아비의 마음을 상한다.

그 아들을 아들로 하지 않으니 소변(小弁)의 원망192) 깊고, 두 사람이 배를 타니 청승(靑蠅)이 가시나무에 멈춘다.193)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고194) , 용의 침[龍漦]엔 독이 흐르며195) , 화수(禍水)를 제비가 차고196) , 옥환(玉環)이 티끌로 더럽혀졌다.197) 화란이 규달(閨闥)198) 에서 배태되어 삼강(三綱)이 끊어지니, 오상(五常)의 천성이 밖에서부터 사그라진 것이 아니다. 하늘의 질서를 돈독히 펴는 일을 어찌 억지로 할 것인가.

효제(孝弟)와 자애를 그 시작부터 미루어간다. 자애의 천성은 집과 나라의 급무인데, 아들에게는 없어지지 않지만 백성에게는 없어질 때도 있다. 그 중 효와 제는 간혹 상실됨이 있지만, 어머니의 아들 사랑함은 배우지 않아도 긍휼(矜恤)함을 안다. 임금을 섬기고 어른을 섬김은 모두 공손하고 정성들여야 하거니와 환과 고독(鰥寡孤獨)은 업신 여기고 소홀히 하기 쉽다. 어린애는 아는 것이 없어 소리내어 울며, 그 좋아하고 미워함을 스스로 말하지 못하지만, 정성을 다하여 구하면 그래도 하고자 하는 데서 멀지 않다. 하물며 저 고독한 이들[惸獨]은 유리 간난(流離艱難)하며 기한[凍餒] 노고하면서 원망하고 탄식하니, 아들 사랑하는 마음으로 은혜 베풀어 구제한다면, 백성들이 그 인화(仁化)를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고무하고 감발하여 집에서 인애로 사양하며, 그 풍속을 훈도(熏陶)할 것이다.

탐려(貪戾)한 사람은 난망(亂亡)을 재촉하고, 선한 일을 하기 어려움은, 하늘에 올라감과 같다. 악을 따르기 쉬움은 흙이 무너지는 것과 같고, 선은 반드시 쌓아서 이루는 것이며, 악은 비록 작아도 두렵다. 한 사람의 선은 만백성의 복이요, 한 마디의 그른 말도 쉽게 일을 망치며, 노아(弩牙)199) 의 움직임은 그림자와 메아리보다 빠르다. 임금의 한 몸은 백성은 본받는 바이니, 그 명하는 바를 어기고 좋아하는 것만 하겠는가. 걸(桀)·주(紂)가 포학하니 백성이 따라서 포학함을 좋아했고, 요(堯)·순(舜)이 인애한 정치를 하니 백성이 예절을 알았다.

덕이 내게 있으면 남에게 선한 일을 권장하고, 악이 내게 없으면 남의 악을 바로한다. 충서(忠恕)하는 마음이 없으면 다른 사람을 효유할 수 없고, 부부에서 비롯하여 낮은 데로부터 올라가며, 바람이 불면 풀이 눕듯 성교(聲敎)가 멀리 퍼진다, 도요(桃夭)200) 는 집안에 마땅하고, 육소(蓼蕭)201) 는 형제에 마땅하며, 시구(鳲鳩)202) 는 나라를 바로하는 것으로 정성(情性)을 노래하여 읊었다. 아내와 아우에게 모범을 보이면 천하가 화하여 이루어지니, 이것을 들어 저것에 더하면 손바닥을 뒤집듯이 쉽다. 조심하여 몸을 닦으면 가까운 데서 먼 데에 미칠 것이다.

그 ‘혈구잠(絜矩箴)’은 이러하다.

공장(工匠)이 모난 그릇을 마를 때에는 자[矩]를 가지고 재며, 임금이 정치를 하는 데에는 마음이 아니면 능히 하지 못한다. 일만 교화의 근원이 한 마음에서 출발하니, 마음으로 자를 삼고 미루어서 만물을 헤아린다. 천하의 마음도 나와 다름이 없으니, 내가 원함이 아니면 남에게 베풀지 말 것이다. 늙은이를 늙은이로 대우하고 어른을 어른으로 대우하여 효도와 공경함을 일으키며, 내 어린이를 어린이로 하여 남의 어린이에 미치며, 고독한 이를 긍휼히 여기되 은혜로 하며, 피아(彼我)의 사이를 자로 재듯이 한다.

그 좋아하고 미워함을 함께하여, 마음 가는 대로 하되 법도를 넘지 않고, 모두 그 극에 그친다. 자로 잘 잼은 좋아하고 미워함을 공평히 함이요, 자로 재지 못함은 좋아하고 미워함이 동일하지 않은 것이다. 백성의 좋아하고 미워함은 실지가 재물과 곡식에 관계되는데, 재물의 모이고 흩어짐은 그 사람의 탐욕과 결백에서 오는 것이다. 사람을 쓰고 버리는 것은 임금의 마음이 선하고 악함에 달려 있고, 재물을 생산하는 큰 도는 휴양 생식(休養生息)하는 것이다. 재물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요, 민정(民情)의 지극한 소원이니, 만일 거두어 들이는 데에 힘쓰면 하늘이 노하고 백성이 원망한다.

천명(天命)의 득실과 인심의 향반(嚮叛)과 천리(天理)의 존망이 모두 여기서 결정되니, 혈구의 도는 이런 것에 지나지 않는다. 먼저 덕을 삼가 행하여서 백성과 함께 즐기며, 의(義)를 이(利)로 삼아 본(本)을 안으로 하고 말(末)을 밖으로 하여야 한다. 선한 사람을 보배로 삼고 금과 옥을 보배로 하지 않으며, 현철[彦聖]한 이를 마음으로 좋아하고, 투기하는 자를 멀리 배척한다. 만일 현부(賢否)를 사랑하고 미워할 줄 알면서도 출척(黜陟)하지 못할 것 같으면, 혈구(絜矩)를 잘못하여 어진이를 해치고 나라를 병들게 한다.

직위에 있으며 수신함은 치인(治人)하는 술법이니, 교만과 사치를 조심하여 충성과 신임을 얻어야 한다. 먹는 자를 적게 하고 쓰는 것은 천천히 하며, 생산은 많이 하고 하는 일은 빨리 하면, 부가 천하에 가득하고 가급 인족(家給人足)하여, 각기 제곳을 찾아 임금의 힘임을 알지 못한다. 한 자로 재는데 천하가 보전하며, 온갖 행사가 법도에 맞아 안팎이 모두 방정하다. 물건마다 그 물건에 맞도록 시행하니 하늘과 덕을 함께 한다. 《성리연원촬요(性理淵源撮要)》는 글이 번다하므로 기록하지 않는다.


  • 【태백산사고본】 7책 13권 28장 B면【국편영인본】 14책 500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사급(賜給) / 인사-관리(管理) / 농업-전제(田制) / 사상-유학(儒學)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출판-서책(書冊)

  • [註 104]
    백왕의 스승 : 공자(孔子)를 말한다.
  • [註 105]
    석채(釋菜) : 선성(先聖)·선사(先師)에게 간단히 드리는 제사.
  • [註 106]
    방훈(放勳) : 요(堯)임금의 이름.
  • [註 107]
    고종(高宗) : 은(殷)나라의 어진 임금.
  • [註 108]
    한(漢)·주(周)의 배로(拜老)하던 규범 : 한(漢)나라와 주(周)나라에서 노인을 높여 봉양하던 일. 《후한서(後漢書)》 광무제기(光武帝紀)에 의하면, 광무제가 벽옹(辟雍:국학)에 거둥하여 양로례(養老禮)를 거행하였으며, 《맹자(孟子)》 진심(盡心)에 보면 주(周)나라 임금 서백(西伯)이 양로를 잘하였다 하였고, 《예기(禮記)》 왕제(王制)에는 "주나라에서는 인생 50세면 향리에서 봉양하고, 60세면 나라에서 봉양하고, 70세면 학궁에서 공양한다." 하였다.
  • [註 109]
    청아(菁莪) : 무성한 다북쑥의 뜻인데, 여기서는 성균관의 많은 인재를 의미한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청청자아(菁菁者莪).
  • [註 110]
    반궁(泮宮) : 국학, 즉 성균관.
  • [註 111]
    기자(箕子)를 방문하는 성의 : 주 무왕(周武王)은 은(殷)나라의 폭군 주(紂)를 쳐서 멸하고, 주나라를 피해 나가 있는 은나라의 어진이 기자를 방문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글 홍범(洪範)을 전수(傳受)하였다. 《사기(史記)》 권3.
  • [註 112]
    한록 작인(旱麓作人)의 화(化) : 어진 임금의 교화. 《시경(詩經)》 대아(大雅)에 주 문왕(周文王)의 덕을 노래한 한록(旱麓)이 있는데, 한(旱)은 산 이름이고 녹(麓)은 산록으로, 그 한산 기슭에 숲이 무성한 것처럼 문왕의 덕화를 입어 많은 사람들이 따라 일어났다는 것이다.
  • [註 113]
    후기(後夔) : 순(舜)임금 때의 악정(樂正).
  • [註 114]
    시학(視學) : 국학에 거둥하여 제사·양로(養老)의 예를 거행하는 일.
  • [註 115]
    근폭(芹曝) : 웃어른에게 바치는 야인의 미충(微衷).
  • [註 116]
    천위(天威) : 임금의 위엄.
  • [註 117]
    당표리(唐表裏) : 중국산의 안팎 옷감.
  • [註 118]
    평치(平治) : 평천하와 치국.
  • [註 119]
    성정(誠正) : 성의와 정심(正心).
  • [註 120]
    지지(知至) : 지선(至善)을 아는 일.
  • [註 121]
    하남 정선생(河南程先生) : 정호(程顥).
  • [註 122]
    《대기(戴記)》 : 《예기》의 이칭.
  • [註 123]
    자양 주부자(紫陽朱夫子) : 주희(朱熹).
  • [註 124]
    순희(淳熙) : 송 효종(宋孝宗)의 연호.
  • [註 125]
    서산(西山) : 송(宋)나라 선비 진덕수(眞德秀)의 호.
  • [註 126]
    구공(丘公) : 명(明)나라 선비 구준(丘濬)을 말한다.
  • [註 127]
    계옥(啓沃) : 임금을 보도하다.
  • [註 128]
    이매(魑魅) : 도깨비.
  • [註 129]
    우정(禹鼎)에서 도망가지 못하고, : 우정은 고대 중국 우왕(禹王) 때의 큰 솥. 우왕이 순(舜)의 뒤를 이어 천하를 다스리면서 구주(九州)의 쇠를 거두어 삼덕(三德)을 형상하는 큰 솥을 만들어 천신(天神)에 제사드리니, 잡귀들이 나타나지 못하였다 한다. 《십팔사략(十八史略)》 권1.
  • [註 130]
    공(共)·환(驩) : 요(堯)임금 때의 악한 신하 공공(共工)과 환도(驩兜).
  • [註 131]
    연어(鳶魚)의 도견(陶甄) : 천지간에 널리 퍼져 있는 임금의 덕화(德化)에 훈도(熏陶)됨을 말한다. ‘연어’는 《시경(詩經)》에 "소리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뛴다." [鳶飛戾天 魚躍于淵]에서 나온 말이며, ‘도견’은 "질그릇을 구워 만들듯이 사람을 훈도 또는 교도한다."는 뜻.
  • [註 132]
    구인(九仞) : 산을 의미한다.
  • [註 133]
    고종(高宗)의 손지(遜志) : 은(殷)나라 임금 고종이 뜻을 겸손히 하여 어진이를 대우하였던 일.
  • [註 134]
    성왕(成王)의 단심(單心) : 주(周)나라 임금 성왕의 위국 단심. 성왕은 어린 나이로 임금이 되어 주공(周公)의 진언을 잘 받아들여, 모든 일이 일취 월장(日就月將)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한다. 《시경(詩經)》 주송(周頌) 경지(敬之).
  • [註 135]
    회암(晦庵) : 주희(朱喜)의 호.
  • [註 136]
    북계(北溪) : 송(宋)나라 진순(陣淳)의 호.
  • [註 137]
    이(頤) : 정이(程頤).
  • [註 138]
    ‘품기(稟氣)’ : 타고난 기질.
  • [註 139]
    가(軻) : 맹자(孟子)의 이름.
  • [註 140]
    ‘성발(性發) : 본성에서 발동되다.
  • [註 141]
    오성(五性) :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 [註 142]
    기류(杞柳)로 배권(桮棬) : 기류는 버들의 한 종류, 배권은 버들로 만드는 그릇. 《맹자(孟子)》 고자(告子) 상에 전국 시대 사람 고자(告子)가 "사람의 천성은 기류 같고 의(義)는 배권 같으니, 사람을 인의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기류로 배권을 만드는 것과 같아서, 본성을 거슬러 적해하는 것이다." 하는 의미의 말을 하였다.
  • [註 143]
    단수(湍水)와 식색(食色) : 단수는 여울물, 식색은 식사와 남녀 관계. 《맹자(孟子)》 고자(告子) 상에 고자(告子)가 맹자(孟子)와 사람의 본성을 말하는 중, "사람의 성품은 여울물 같아, 동쪽으로 터놓으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터놓으면 서쪽으로 흐르는 것이어서, 애당초 선과 불선이 없다." 하고, 또 "식욕과 색욕 같은 것이 모두 사람의 성품이다." 하기도 했다.
  • [註 144]
    자황(雌黃) : 멋대로 남을 평론하는 것.
  • [註 145]
    조백(糟魄) : 곧 조박(糟粕).
  • [註 146]
    팔황(八荒) : 은(殷)나라.
  • [註 147]
    눈을 푸르게도 뜨고 희게도 뜨며 : 친근한 사람을 만나면 눈을 바로 떠서 보고, 못마땅한 사람을 만나면 흘겨 보던 일. 진(晉)나라 때 청담(淸談)으로 자고(自高)하던 완적(阮籍)이, 눈을 바로 떠서 보기도 하고, 흰자가 나오도록 흘겨 보았다는 고사에서 나왔다. 《진서(晉書)》 권49.
  • [註 148]
    암랑(巖廊) : 높은 건물. 곧 조정의 뜻.
  • [註 149]
    흰실을 보고서 누렇게도 되고 검게도 될 것을 슬퍼하며, 기로(岐路)에 서서 남으로도 가고 북으로도 가게 됨을 울었다. : 근본은 같은데 나중은 다른 것을 탄식하는 말. 고대 중국의 묵적(墨翟)이 흰 실을 보고서, 그것이 누렇게도 물들고 검게도 물들 것을 슬퍼하고, 양주(楊朱)가 기로(岐路)에 서서 남으로도 갈 수 있고 북으로도 갈 수 있음을 슬퍼하였다. 《회남자(淮南子)》 설림훈(說林訓).
  • [註 150]
    형해(形骸) : 육체·세속.
  • [註 151]
    수레바퀴 빗장을 던져 버리고 : 손님을 못가게 하기 위하여 수레 바퀴 빗장을 뽑아 던지는 일. 한(漢)나라의 진준(陣遵)이 술 마시고 놀기를 좋아하여, 집에 손님들이 와서 술을 마실 때면 수레바퀴 빗장을 뽑아 우물 속에 던져서, 아무리 급한 일이 있는 사람이라도 돌아갈 수 없게 하였다 한다. 《한서(漢書)》 진준전(陳遵傳).
  • [註 152]
    정(程) : 정호(程灝).
  • [註 153]
    장(張) : 장재(張載).
  • [註 154]
    관(管) : 관중(管仲).
  • [註 155]
    안(晏) : 안영(晏嬰).
  • [註 156]
    신(申) : 신불해(申不害).
  • [註 157]
    상(商) : 상앙(商鞅).
  • [註 158]
    손(孫) : 손빈(孫矉).
  • [註 159]
    회(悝) : 이회(李悝).
  • [註 160]
    반드시 옳지 않은 것도 없어 : 군자가 세상에 처할 때는 옳고 그름을 한 편으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의(義)에 비추어 보아 시비를 판별해야 한다는 말. 《논어(論語)》 이인(里仁).
  • [註 161]
    문득 뒤에 있더니 어느덧 앞에 있어 : 공자(孔子)의 수제자 안연(顔淵)이 자기 스승인 공자의 도는 무궁하여 헤아릴 수 없음을 찬탄하여 이른 말. 《논어(論語)》 자공(子罕).
  • [註 162]
    위아(爲我)와 겸애(兼愛)는 인의(仁義)의 적(賊) : 모두 세상을 잘못되게 하는 학설임을 의미함이다. ‘위아’는 양주(楊朱)의 학설로 터럭 하나를 빼어서 천하를 이롭게 한다 해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요, ‘겸애’는 묵적(墨翟)의 학설로 세상을 위하는 일이라면 한 몸을 희생하더라도 사양하지 말고 나서야 한다는 것인데, 맹자(孟子)는 두 학설이 모두 중용에 어긋나기 때문에 도리어 인의(仁義)의 적이 된다고 하였다. 《맹자(孟子)》 진심(盡心) 상.
  • [註 163]
    자막(子莫) : 노(魯)나라의 어진 사람. 그는 양주·묵적 두 사람의 설이 모두 그른 것을 알고 두 사람의 중간을 옳다고 여겨 실행하였다 그러나 형편에 따라 변화할 줄을 모르고 일정한 중도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맹자는 "하나만을 고집하여 백 가지를 폐지하는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이라 하였다. 《맹자(孟子)》 진심(盡心) 상.
  • [註 164]
    의기(欹器) : 잘 기울어지는 그릇.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의하면, 공자가 주(周)나라 사당에 들어가 이 그릇을 보고 자로(子路)를 시켜 물을 부어 시험하게 하였더니, 가득차면 엎어지고, 중간쯤 되면 바로 서고, 비면 기울어졌다 한다.
  • [註 165]
    사물(四勿) : 네 가지의 하지 말 일. 즉 공자(孔子)가 그 제자 안연(顔淵)에게 말한 "예가 아니거든 보지 말며, 예가 아니거든 듣지 말며, 예가 아니거든 말하지 말며, 예가 아니거든 움직이지 말라."의 네 가지. 《논어(論語)》 안연(顔淵).
  • [註 166]
    교서(嶠犀)의 신령함 : 진(晉)나라 사람 온교(溫嶠)의 서각(犀角:물소뿔). 온교가 여행하다가 무창(武昌)의 저기(渚磯)에 당도하니, 물이 깊은데 모두들 물 속에 괴물이 많다고 하였다. 온교가 서각에 불을 붙여 비추니 잠시 후에 수중에 있던 기이한 모양의 여러 고기떼들이 모두 그 모습을 나타내었다 한다. 《진서(晉書)》 권67.
  • [註 167]
    우·예가 화친을 이룸[虞芮質成] : 우(虞)·예(芮)는 고대 중국의 두 나라 이름. ‘화친을 이룸’은 서로 이해를 다투어 송사하던 것을 그치고 서로 양보하였다는 뜻. 주 문왕(周文王) 때 두 나라에서 서로 국경 지대의 전지를 다투어 오래도록 결정하지 못하다가, 주문왕의 어진 덕망을 듣고 바른 판결을 얻으려고 가는 도중, 주나라 사람들이 밭가는 이는 서로 경계를 양보하고 길 가는 사람들은 서로 양보하여 가는 등의 광경을 보고 크게 감화되어, 그 길로 돌아가서 다투던 밭을 비워 두고 평화스럽게 지냈다는 고사. 《시경(詩經)》 면(緜).
  • [註 168]
    선유(蟬綏)가 범관(范冠)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요, 해광(蟹匡)이 잠적(蚕績)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 근본을 잘 알아야 한다는 말. 《예기(禮記)》 단궁(檀弓) 하 주(注)에 "길쌈하는 사람에게는 광주리[匡]가 있어야 담을 수 있는 것이나, 게의 껍데기는 누에가 실을 뽑는 데는 필요 없고, 관(冠)에는 관끈[綏]이 있어야 되지만 매미[蟬]의 수염은 벌의 관끈이 될 수 없다." 하였다.
  • [註 169]
    오성(五性) : 사람의 다섯 가지 천성.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
  • [註 170]
    사단(四端) : 본성에서 우러나는 착한 마음씨. 인(仁)에서 우러나는 측은지심(惻隱之心)과 의(義)에서 우러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예(禮)에서 우러나는 사양지심(辭讓之心), 지(知)에서 우러나는 시비지심(是非之心). ‘단’(端)은 ’실마리’의 뜻.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
  • [註 171]
    인체(人彘)의 화 : 한 고조(漢高祖)가 죽자 여후(呂后)는 고조의 총애를 받던 척부인(戚夫人)의 수족을 자르고 눈알을 뺀 뒤 귀머거리를 만들어 변소에 놓아 두고, 사람 돼지[人彘]라 하며 혜제(惠帝)에게 보이자 척부인임을 안 혜제는 너무도 끔찍한 일이라 큰 소리로 울고, 이것으로 인연하여 이후부터는 정사에 뜻을 잃고 음주로 세월을 보냈다. 《통감절요(通鑑節要)》 한기(漢紀) 혜제(惠帝).
  • [註 172]
    무고(巫蠱)로 해서 환란이 매개되고 : 한 무제(漢武帝)가 방사(方士)들을 독신(篤信)하자 궁중에 무사(巫事)가 성행했다. 무제가 병이 들었을 때 강충(江充)이 무고(巫蠱) 때문이라고 하자 그를 시켜 궁중을 수색케 했더니, 태자궁(太子宮)에서 나무로 만든 사람[木人]이 많이 나왔다. 이에 겁을 먹은 태자는 강충을 죽이고, 군사를 일으켰다가 실패하고 자살했다. 《통감절요(通鑑節要)》 한기(漢紀) 무제(武帝).
  • [註 173]
    떡에 넣은 약이 화독(禍毒)을 빚는다. : 춘추 시대 진 헌공(晉獻公)의 총희(寵姬)인 여희(麗姬)가 자기 소생을 태자로 삼기 위하여 태자 신생(申生)에게 그 생모의 제사를 지내게 하고서 제사 음식에 독약을 넣어 헌공에게 줌으로써 신생을 죽게 만들었다. 《좌전(左傳)》 희공(僖公) 2년.
  • [註 174]
    만(蠻)과 촉(觸) : 장자(莊子)가 가설적으로 말한 두 작은 나라 이름. 《장자(莊子)》 측양(則陽)에 와우(蝸牛) 즉 달팽이의 왼쪽 뿔에는 만씨(蠻氏)의 나라가 있고 오른쪽 뿔에는 촉씨(觸氏)의 나라가 있어, 서로 땅을 다투어 싸워서 시체 수만을 버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작은 일을 가지고 부질없이 다투는 것을 풍자하는 말이다.
  • [註 175]
    호(胡)와 월(越)이 된다. : 호는 중국의 북쪽에, 월(越)은 중국의 남쪽에 있던 나라. 여기서는 그 사이가 매우 먼 것을 의미한다.
  • [註 176]
    역(蜮) : 물여우.
  • [註 177]
    초당 폐행(貂瑭嬖幸) : 임금을 가까이 모시어 신임 받는 내관들. ‘초당’은 담비 꼬리와 금귀고리를 장식한 중상시(中常侍:내관)의 관.
  • [註 178]
    상옹(桑雍) : 뽕나무에 좀이 먹어들어간 것.
  • [註 179]
    섬여(蟾蜍) : 두꺼비.
  • [註 180]
    혁추(奕秋)에게 가르침을 받지만 생각은 홍곡(鴻鵠)을 쏘는 데 있다. : 혁추는 고대 중국의 바둑 잘 두던 사람. 혁추가 바둑을 가르치지만, 배우는 사람이 전심으로 배우지 않고 기러기가 날아오면 활을 당겨 쏠 것 등만 생각한다면, 바둑을 잘 두게 될 수 없다는 말. 《맹자(孟子)》 고자(告子).
  • [註 181]
    금인(金人)의 공묵(恭默)이다. : 금으로 만든 사람의 형상. 공자(孔子)가 주(周)나라 태조 후직(后稷)의 사당에 들어갔다가 입을 세 번 봉함한 금인을 보았는데, 그것은 말을 조심하는 사람을 의미한 것이라 한다. 《공자가어(孔子家語)》 관주(觀周).
  • [註 182]
    반명(盤銘) : 주 무왕(周武王)의 세수 그릇에 새겨 놓았던 경계하는 말. 그 명(銘)에 "물에 빠진다면 헤엄쳐 나올 수 있지만, 사람에게 빠지면 구제할 길이 없다." 하였다. 《대대례(大戴禮)》 무왕전조(武王踐祚).
  • [註 183]
    장명(杖銘) : 지팡에 새긴 경계하는 글.
  • [註 184]
    긍척(兢惕) : 조심하고 공경함.
  • [註 185]
    단서(丹書) : 붉은 새가 물고 왔다는 글. 지경(持敬)을 강조하였다.
  • [註 186]
    무일 : 《서경(書經)》의 편명.
  • [註 187]
    모적(蟊賊) : 해충.
  • [註 188]
    종일 바람 불고 사나우며 : 전국 시대 위(衛)나라 장공(莊公)이 방탕하고 사나운데, 왕후 장강(莊姜)이 은인 자중하면서 장공에 대하여 차마 바로 말하지 못하고 ‘천후가 바람 불고 불순한 데’ 비겨 노래하였다는 고사. 《시경(詩經)》 패풍(邶風).
  • [註 189]
    녹의 황상(綠衣黃裳) : 푸른 상의와 누런 치마. 색채 중에서 녹색은 천한 간색(間色)이요, 황색은 중안 토(土)의 정색으로 황의 녹상(黃衣綠裳)이 원칙이니, 녹의 황상은 순서가 바뀌었음을 말한 것이다. 《시경(詩經)》 패풍(邶風).
  • [註 190]
    고기 그물에 기러기가 걸리니 : 《시경(詩經)》 패풍(邶風)에 나오는 말로, 하고자 하는 일은 되지 않고, 도리어 다른 일이 이루어짐을 비유한 것.
  • [註 191]
    각궁(角弓)이 뒤집히니 : 뿔로 만든 좋은 활이지만 잘못하면 뒤집히듯이, 가까운 친족도 서로 멀어질까 염려된다는 말. 주(周)나라 백성들이, 유왕(幽王)의 친족이 화목하지 못함을 기롱하여 지었다는 각궁시(角弓詩)에서 나온 말이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 [註 192]
    소변(小弁)의 원망 : 《시경(詩經)》 소아(小雅) 소변(小弁)에 보이는 원망을 말한다. 주(周)나라의 혼암한 임금 유왕(幽王)이 신후(申后)에게 장가들어 태자 의구(宜臼)를 낳았는데, 후에 다시 포사(褒姒)에게 장가들어 아들 백복(伯服)을 낳은 다음에는 신후와 의구를 내쫓으니, 의구가 이 노래를 지어 원망하는 뜻을 말하였다.
  • [註 193]
    청승(靑蠅)이 가시나무에 멈춘다. : 푸른 파리가 가시나무에 멈추듯이, 참소하는 사람들이 날뛰며 나라를 어지럽힘을 말한 것. 참소하는 사람을 파리에 비유한 것은 소인이 참소하여 나라를 그르치듯이 더러운 파리가 맑고 청결한 것도 더렵혀서 검게 만들기 때문이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 [註 194]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고 : 주 무왕(周武王)이, 은(殷)나라 주왕(紂王)을 치러 나가면서 군사를 목야(牧野)에 집합하고 장병들에게 은나라를 정벌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중에서 "옛사람의 말에도 ‘암탉이 새벽에 울면 집안이 소색(蕭索)해진다.’ 하였는데, 은나라 임금은 여자의 말만 듣고 친척을 버리며 백성을 학대한다."고 하였다. 《서경(書經)》 목서(牧誓).
  • [註 195]
    용의 침[龍漦]엔 독이 흐르며 : 주(周)나라 유왕(幽王)으로 하여금 나라를 위망의 지경에 이르게 하였던 포사(褒姒)의 요망한 사연을 말하는 것. 《사기(史記)》 주기(周紀) 등에 의하면, 하(夏)나라 때 두 용이 왕정(王庭)에 나타나, 포(褒) 땅의 두 임금이라 하면서 그 침을 간직하여 두기를 청하고 용이 없어지므로, 용의 침을 나무 통에 잘 간직 하여 은(殷)·주(周) 시대의 오랜 기간을 지내오던 중 주나라 여왕(厲王) 때에 이르러, 뚜껑을 여니 침이 뜰로 흘러 내리다가 검은 자라 한 마리가 되어, 어린 후궁에게 가서 임신하게 하여 아이를 낳으니 이가 곧 포사인데, 후에 유왕의 사랑을 받아 결국 주나라를 쇠운에 빠지게 하였다 한다.
  • [註 196]
    화수(禍水)를 제비가 차고 : 화수(禍水)는 여인을 지칭하는 말이며, 제비는 한(漢)나라 효 성제(孝成帝)의 황후 조비연(趙飛燕)을 말하는 것, 한나라가 화덕(火德)으로 천하에 군림하였으니 수화 상극(水火相克)으로 물은 불을 멸하는 장본이라는 것인데, 효성제가 비연과 그 아우 합덕(合德)을 사랑하고, 외척들에게 정사를 맡겨 나라를 쇠망의 지경에까지 이르게 하였으므로, 그들 여인을 한 나라를 망하게 하는 화수(禍水)에 비겼다. 《한서(漢書)》 권97 상.
  • [註 197]
    옥환(玉環)이 티끌로 더럽혀졌다. : 옥환은 양귀비(楊貴妃)의 본명으로 안녹산(安祿山)의 난을 피해 서촉(西蜀)으로 가던 중 당명황(唐明皇)의 정치를 그르쳤다는 죄로 마외역(馬嵬驛)에서 죽게 된 것을 말함이다. 백낙천(白樂天)의 장한가(長恨歌) 중에도 양귀비의 옥 같은 얼굴이 마외성하(馬嵬城下) 진흙 속에 묻힌 사실을 한탄하는 구절이 보인다.
  • [註 198]
    규달(閨闥) : 여인의 방.
  • [註 199]
    노아(弩牙) : 쇠뇌의 시위를 걸어 매는 곳.
  • [註 200]
    도요(桃夭) : 《시경(詩經)》의 편명. 문왕(文王)의 후비 태사(太姒)가 현숙하여, 남녀의 질서가 유지되고 혼인은 적시에 이루어지며, 나라에 환과(鰥寡)가 없음을 칭송한 노래.
  • [註 201]
    육소(蓼蕭) : 《시경》의 편명. 육소(蓼蕭)는 크게 자란 쑥으로, 잘 자란 쑥이 이슬에 촉촉히 젖어 있는 것처럼 풍신이 좋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잔치하며 화락하게 노는 모습을 노래한 것. 이 가운데 "형도 아우도 즐겁게 논다."는 구절이 있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육소(蓼蕭).
  • [註 202]
    시구(鳲鳩) : 《시경》의 편명. 내용은 뻐꾹새가 새끼 일곱을 데리고 뽕나무에 있으면서 먹이 먹이기를 일정하게 하는 것처럼, 군자(君子)의 마음가짐도 균평 전일(均平傳一)하게 하여, 사방의 나라를 바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成均館大司成柳崇祖, 率學官儒生, 上謝箋曰:

右文而尊百王師, 克禋釋菜之奠。 崇儒以恢萬代法, 特擧咨道之儀, 喜溢臣隣, 事光簡策。 恭惟主上殿下, 乾健下濟, 謙卑上升。 思安放勳之欽明, 允執中而精一, 念典高宗之終始, 學遜志而緝熙。 日就月將, 火燃泉達。 遹追祖宗視學之制, 遠邁拜老之規。 祗薦黍稷之馨, 禮洽諴感, 講劘性理之奧, 心得躬行, 巍乎有功, 煥焉無間。 矧頒酒肴之多旨, 均霑雨露於菁莪, 浹骨淪肌, 與天同德。 實隆在之飮, 妙契訪之誠。 且賜學田, 已爲非望之澤, 而擢髦俊, 亦是異常之榮, 振古所稀, 於斯爲盛。 伏念臣等, 俱以庸質, 獲際昌期, 皷舞陶甄, 咸被《旱麓》作人之化, 直溫寬栗, 庶勉后夔敎胄之方。

仍書啓曰:

聖上視學, 橫經問難, 咨訪澄心出治之道。 臣賜對《大學》, 晝度夜思, 聖經賢傳之奧旨, 論辨取舍之格言, 歷代可鑑可戒之事, 異端學術毫釐之差, 纂《綱目十箴》。 且經傳所論性、命之淵奧, 諸儒辨析同異之正論, 采而輯錄, 名曰《性理淵源撮要》。 竊欲獻芹曝之微, 咫尺天威, 十忘七八, 未悉所蘊, 粗陳大槪。 退而謹書始末以獻焉。

傳曰: "所獻書兩卷佳甚。 且每聞儒生, 多聚于學, 昨日見之, 果愜所聞。 予之給學田及命擇儒生可用者, 亦欲培養士氣。 可用儒生, 速抄以啓。" 仍賜表裏一襲, 特加一資。 又命賜金帶一腰。 崇祖啓曰: "古人云: ‘有食芹獻君者。’ 殿下降屈至尊, 幸學論難, 臣只陳其懷抱, 非有心於爵秩賞賜。 今特陞資厚賞, 心實未安。" 傳曰: "兩卷書, 非徒包括性理之奧, 規箴可嘉, 故特加耳, 其勿辭。" 傳于政院曰: "今崇祖所獻兩書, 其速開刊, 頒賜朝臣。 又於經筵, 進講討論。" 其進《大學三綱八目箴》, 箋曰:

窮神知化, 聖賢之學問精切, 修已治人, 帝王之傳授心法。 肆瀝卑抱, 庸瀆高聰。 竊觀古《大學》規模條理, 極其詳, 由體達用, 君天下律令格例, 該而備。 沿流求源, 首明德、新民、至善之綱, 繼知止、有定、能得之效。 平治、家齊之務, 本乎修身, 誠正、知至之原, 在於格物。 要領宏大, 而節目纖密, 文理接續, 而血脈貫通。 河南 程先生表章於戴記, 紫陽 朱夫子註解於淳熙, 奧旨微辭, 絲分縷析, 西山推衍其義, 丘公補輯其遺。 臣早嘗服膺, 晩竊知趣。 謂性理源委, 誠萬世敎人之蓍龜, 知事物後先, 實百辟臨民之軌範。 曩叨講讀啓沃之列, 嘗進格致誠正之論。 每念聖聰之明, 必資經術之助, 物格則魑魅莫遁於鼎, 鑑明則, 難容於朝。 冀一人之衷, 昭揭白日, 於萬物之理, 洞析秋毫, 不量菲薄之才, 思效著述以進。 身或在千里之遠, 誠常懸九重之深。 濫蒙鳶魚之陶甄, 因與菁莪而探討, 懷懇懇報上之悃, 寤寐不忘君。 恒兀兀繼晷之勞, 門垣皆置筆, 剟性命道德之奧, 爲綱目本末之箴。 明善誠身之方, 粗陳梗槪, 齊家、治國之要, 略擧綱維, 載瞻九仞之高, 庶裨一塵之益。 玆蓋伏遇主上殿下, 剛健純粹, 緝熙光明, 道積德脩, 懋勉高宗之遜志, 月將日就, 宥密成王之單心, 方將窮理盡性, 而切磋琢磨, 益致直內方外, 而瑟僴赫咺。 欲引發鼓率準的, 須洞徹表裏精粗, 俯捽微誠, 仰塵淸燕。 止當止得當得, 盡天性之極, 而無一毫之私, 明益明新益新, 正吾心之矩, 而同萬民之欲。 其《明明德箴》曰: 一陰一陽, 本一太極, 繼善成性, 理氣妙合。 秉彝懿德, 人所同得, 精眞之凝, 靈妙虛寂。 不嗇於愚, 不豐於智, 內具衆理, 外應萬事, 統性與情, 神明瑩徹。 情動於性, 純善無雜, 意發於心, 幾善與惡。 理動氣挾, 四端之情, 氣動理隨, 七情之萌。 氣體之充, 志氣之帥。 志一動氣, 氣一動志。 志先意後 晦庵之言, 意先於志, 北溪之論。 志、心所之, 意乃謀度。 心有所之, 意必思索。 意思有定, 志又以立。 二義一致, 互明其說。 才爲人能, 昏明强弱。 論稟氣, 指性發。 考之事理, 乃爲密。 氣質稟賦, 通塞淸濁。 質具形色, 氣爲動息, 知來藏往, 氣魂質魄。 天地與人, 氣質之原, 分陰分陽, 動靜互根。 司聽司視, 聰明知覺。 氣能運行, 質有攸屬。 氣拘初賦, 物化形接。 塵汚明鏡, 蒙昧昏黑。 本體之明, 昭晣不息。 良知良能, 自然之性。 孩提及長, 不敎愛敬。 隨感以應, 油然而發。 孺子入井, 莫不怵惕。 知皆擴充, 兢業克復。 五性之德, 淵泉溥博, 不可勝用, 天下明德。 止於其止, 欽明濬哲。 聖愼存養, 賢謹省察。 全動靜德, 靜專動直。 具動靜理, 於動易失。 若不致察, 或差毫末。 淪於虛無, 流於寂滅。 爲我無君, 亂倫自潔。 兼愛無父, 親疎不擇。 記誦眩理, 司章篆刻。 權謀詭詐, 術數迂曲。 杞柳桮棬, 矯拂戕賊。 作用運動, 湍水食色。 皆混善惡, 唯認形質。 氣馬所適, 擧物遺則。 詖淫邪遁, 蔽陷離窮。 發心害事, 機變盲聾。 百家衆技, 讖緯符祝。

, 胡釋。 鶻突杜撰, 隔靴爬痒。 擇焉不精, 語焉不詳, 紛紜謬戾, 降衷性鑿。 訓詁附會, 舛錯鎖屑。 淸談雌黃, 糟(魄)〔粕〕 事物。 夢幻人世, 塵芥入荒。 靑白其眼, 睥睨巖廊。 絲悲黃黑, 岐泣南北。 放浪形骸, 蔑棄禮法。 投轄銜杯爲通, 恣情高臥爲達。 玄靜厭事爲雅, 勤謹奉公爲俗。 索隱行怪, 窈冥昏默。 博物洽聞, 汗漫不約。 未聞格致之學, 安有反身之實? 騖遠喪志, 行已無益。 兼氣質, 道性善。 相近習遠, 昏愚知勉。 上智下愚, 質定不易。 本性之善, 在中緖出。 苟勿暴棄, 人一己百。 變化氣質, 及成功一。 彼昏不知, 理氣莫別。 氣不論性, 性不論氣。 岐而執拗, 不明不備。 剖析, 明氣與理。 氣殊形稟, 理二天地。 氣不外理, 理寓氣裏。 理不離氣, 渾然一本。 氣不雜理, 粲然不混。 無先無後, 無端無始。 賦物之初, 理一氣二。 物稟之後, 氣同理異。 君子善反, 不性形器。 正論一出, 宣朗日月。 千古昏惑, 一朝洞豁。 惟精惟一, 擇中允執。 其作《新民箴》曰: 民心之天, 本與我一。 汚于流俗, 舊染未革。 盤自警, 日新其德。 建其有極, 敷錫五福。 推同然心, 興其孝悌。 若窘飢寒, 何暇治禮? 同其好惡, 旣富方穀。 分井受田, 鑿飮耕食。 不違農時, 不奪蠶績。 女有餘布, 男有餘粟。 不飢不寒, 仰事俯育。 設庠興校, 敎以人倫。 觀瞻感化, 作其自新。 鼓舞陶甄, 範圍經綸。 勞來匡直, 振德輔翼。 直溫寬栗, 優遊自得。 會其有極, 于極保錫。 若不自新, 本體不立。 施之無源, 民不心服。 功利, 慘刻, 務服遠, 盡地力。 律令刑法, 食貨掊克。 假托富强, 騁其私術。 拂其好惡, 剜割心肉。 强鴟姦(究)〔究〕 。 羸顚溝壑。 救死不贍, 敢望振作? 絜之以矩, 同其所欲。 興仁興讓, 不期而得。 其《止至善箴》曰: 鳥止丘隅, 射準正鵠。 虞張其機, 省括度釋。 降衷之善, 惟皇之極。 不偏不倚, 彌高彌堅。 無適無莫, 忽焉瞻前。 躍如卓爾, 中道而立。 孝、弟、忠、信, 仁、義、禮、智。 乃目之大, 當止之大。 念典于學, 切磋骨角。 於緝熙敬, 琢磨玉石。 知止其止, 能得其得。 瑟憪赫咺, 表裏如一。 止於至善, 巍然盛德。 親賢樂利, 無一不獲。 事之終始, 物之本末。 無不用極, 止而不遷。 無黨無偏, 蕩蕩平平。 歸其有極, 浩浩其天。 若不知止, 擇善固執。 敬墜阿諛, 仁流姑息。 孝從親令, 慈長子惡。 夫婦私昵, 信諒(尾白)〔尾生〕 。 爲我兼愛, 仁義之賊。 無權子莫, 執一廢百。 欹器不中, 虛欹滿覆, 皆失其中, 過猶不及。 慮而後得, 不可不擇。 其《使無訟箴》曰: 惟皇上帝, 生民有欲。 欲動于中, 知誘於物。 利義之交, 失得之接。 窒而不通, 訟由以作。 無情詐飾, 變亂黑白。 垢吾心鑑, 昏而不察。 眩是與非, 撓直爲曲。 鬱抑不伸, 冤枉抱屈。 片言以析, 明淸審克。 雖曰能斷, 非本而末。 誠內自訟, 克復四勿。 吾心之德, 蕩蕩正直。 無少私蔽, 光明聖哲。 矯僞之人, 自然畏服。 水怪狀現, 嶠犀之靈。 質成, 周文之庭。 蟬綏冠, 蟹筐蠶績。 此謂知本。 在明明德。 知其所止, 得其當得。 必至於是, 終始惟一。

《格物致知箴》曰: 心外無理, 理外無物。 致吾之知, 在物之格。 天道變化, 風霆發育。 洪纖高下, 飛潛動植。 絪縕坱圠, 各稟亭毒。 散爲萬殊, 各一太極。 五性四端, 本善無惡。 塗人, 其初如一。 引伸觸長, 卽物以窮。 日格一物, 日日積功。 一朝心源, 融釋貫通。 達道達德, 瞭然心胸。 如鑑之明, 莫遁姸蚩, 如衡之平, 輕重難欺。 千蹊萬徑, 皆適邦畿。 若不窮格, 以致其治。 物之精粗, 事之是非。 顚倒錯亂, 眩瞀昏惑。 背君父道, 昧忠孝節。 忽長幼序, 暗男女別。 忘朋友信, 失秉彝則。 姑息眼前, 狃愛骨肉。 苟安鴆毒, 溺情惟薄。 罔慮危機, 不愧慙德。 迷人彘禍, 惑夜半哭。 媒患巫蠱, 釀毒餠藥。 恩乖父子, 孽生嫡妾。 諛侫爲忠, 正直爲曲。 奸諂日進, 賢智退藏。 由不知微, 自速危亡。 格致之功, 誠正之方。 千里之謬, 一毫之差。 是非之鑑, 剖析不頗。 精以察之, 日就月將。 緝熙光明, 不息不强。 其《謹獨箴》曰: 天德王道, 要在謹獨。 一念之微, 幾善與惡。 此心之發, 幽暗細微。 未形於迹, 已動其幾。 人未及覺, 我已獨知。 善惡不逃, 吾心之識。 當此之時, 顯見昭灼。 此厥不愼, 放過毫末。 從惡如崩, 燎原難撲。 義利之戰, 如。 一膜之間, 便爲胡越。 及見君子, 揜護具慝。 怵迫遮閉, 心勞日拙。 如見肺肝, 黶然愧怍。 是雖自欺, 猶冀恥格。 過此以往, 不知紀極。 心注幸爲, 神運酬酢。 十手十目, 所指所覿。 是非得失, 反不自覺。 入市攫金, (物)〔慾〕 交於物, 悍然不顧, 冥然莫察。 昏虐侈縱, 放逸頗僻。 無所不至, 爲鬼爲蜮。 其機如此, 當自惕若, 惡惡如臭, 好善(好)〔如〕 色。 危微精一, 義敬方直。 心廣體胖, 快足自慊。 浩然充塞, 正是四國。 所操者約, 惟恭之篤。 無曰不顯, 罔或少忽。

《正心箴》曰: 心之神明, 理氣之合。 虛靈知覺, 寂感而寂。 放彌六合, 卷退藏密。 性命之正, 道義之源。 形氣之私, 物我之分。 危微之幾, 善惡之開。 操舍之萌, 聖狂之端。 應感之妙, 人情之常。 感物而動, 或存或亡。 一心之微, 衆欲之攻。 飮食燕安, 歌舞鼓鍾。 宮室臺榭, 土地兵甲。 游田鷹犬, 射御勇力。 珍禽奇獸, 美草異木。 官反貨內, 寶玩珠玉。 符讖圖書, 仙佛巫祝。 奢麗侈服, 蛾眉嬪妾, 忿懥好樂, 憂患恐懼。 貂璫嬖幸, 阿意無忤。 輻輳於前, 巧中其欲。 淫聲亂耳, 妖姿蕩目。 桑雍中結, 蟾蜍內蝕。 聽誨(奕秋)〔弈秋〕 , 思繳鴻鵠。 事幾之來, 念慮之發。 若不加察, 情蕩性鑿。 治心之防, 莫善寡慾。 明鑑戒後, 金人恭默。 盤警溺人, 杖扶顚蹶。 矛慮伏屍, 席愼寢息。 劍思佩德, 牖以納約。 觸物知懼, 寓目兢惕。 持敬《丹書》, 勝怠《無逸》。 內蠱不生, 外諛難托。 廓然大公, 無少私曲, 閑邪存誠, 懋敬厥德。 其《修身箴》曰: 一腔之內, 萬慮之集。 鼻口耳目, 臭味聲色。 手足動靜, 威儀千百。 筋骸之束, 各有其則。 尊其德性, 道其問學。 肇修人紀, 愼徽天秩。 言則忠信, 行必篤敬。 改過遷善, 懲忿窒慾。 行有不得, 反求諸己。 正誼明道, 不計功利。 己所不欲, 勿施於彼。 和順中積, 英華外發。 動容周旋, 自中繩墨。 親所當親, 愛所當愛。 敬其可敬, 畏其可畏。 賤而惡之, 哀而矜之。 傲惰之接, 無偏無陂。 惡知其美, 同歸於德。 好知其惡, 使不爲惡。 遜志蟊賊, 逆耳砭石。不溺於愛, 不貪於得。 盂方水方, 表正影直。 戰兢自持, 乾乾夕惕。 其《齊家治國箴》曰: 一家之法, 天下之則。 不出其家, 敎成於國。 父父子子, 親親之極。 兄兄弟弟, 友友之篤。 夫夫婦婦, 男女之別。 整然肅然, 其儀不惑。 天下之人, 於此矜式。 孝以事君, 弟以事長。 慈以使衆, 各適其當。 家或不齊, 壞亂天常。 終風且暴, 綠衣黃裳。 魚網鴻離, 醜不可詳。 角弓翩反, 相怨一方。 大不友恭, 鬩于其墻。 弗祗服事, 大傷考心, 不子厥子, 小筓怨深。 二子乘舟, 靑蠅止棘。 牝鷄家索, 龍漦流毒。 禍水燕啄, 玉環塵瀆。 胎患閨闥, 三綱斁絶。 五常之性, 非由外鑠。 敦敍天秩, 豈可强爲? 孝弟與慈, 以端而推。 惟慈之天, 家國之急。 於子不泯, 于民或滅。 惟孝與弟, 聞或有失。 母之慈子, 未學知恤。 事君事長, 皆勉恭恪。 鰥寡孤獨, 易慢而忽。 赤子無知, 呱呱而泣。 其所好惡, 不能自說。 心誠求之, 尙不遠欲。 矧此惸獨, 流離艱難。 凍餒勞苦 怨咨慨嘆。 推愛子心, 惠鮮周乏。 民懷其仁, 皷舞感發。 仁讓於家, 薰陶其俗。 貪戾之蘖, 亂亡之促。 爲善之難, 如天之登。 從惡之易, 若土之崩。 善必積成, 惡雖小怵。 一人之善, 萬民之福。 片言之非, 僨事之速。 弩牙之動, 影響之捷。 君之一身, 民所則效。 違其所命, 從厥攸好。 率暴。 民從好暴。 率仁, 民知禮節。 有德於己, 責人之善。 無惡於己, 正人之惡, 藏身不恕, 喩人不得。 造端夫婦, 自卑以陟。 風行草偃, 聲敎以迄。 《桃夭》宜家, 《蓼蕭》宜兄, 《鳲鳩》正國, 歌詠性情。 刑妻及弟, 天下化成。 擧斯加彼, 如掌之反。 愼厥身修, 邇可及遠。 其《絜矩箴》曰: 匠之制方, 持矩以度。 君之出治, 匪心不克。 萬化之源, 一心之發。 以心爲矩, 推以度物。 天下之心, 無間於己。 如非我願, 亦勿施彼。 老老長長, 興孝興弟。 幼幼及幼, 恤孤子惠。 彼我之間, 以矩以挈。 同其好惡, 從心所欲。 不踰其矩, 皆止其極。 矩之能挈, 好惡之公。 矩之不挈, 好惡不同。 民之好惡, 實關財穀。 財之聚散, 由人貪潔。 人之用舍, 君心善惡。 生財大道, 休養生息。 財天所生, 民情至願。 若務鳩歛, 天怒民怨。 天命得失, 人心嚮叛。 天理存亡, 皆決於此。 絜矩之道, 不過如是。 先愼乎德, 與民同樂。 以義爲利, 內本外末。 善人爲寶, 不寶金玉。 彦聖心好, 媢疾遠斥。 若知愛惡, 未盡黜陟。 不能絜矩, 妨賢病國。 居位修己, 治人之術。 驕泰必愼, 忠信必得。 食寡用舒, 生衆爲疾。 富藏天下, 家給人足。 各得其所, 不知帝力。 一矩之挈, 天下保舍。 折旋中矩, 外方內直, 隨物賦物, 與天同德。

《性理淵源撮要》, 文多不載。


  • 【태백산사고본】 7책 13권 28장 B면【국편영인본】 14책 500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사급(賜給) / 인사-관리(管理) / 농업-전제(田制) / 사상-유학(儒學)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출판-서책(書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