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정 등이 천둥, 번개를 들어 공구 수성할 것 등을 아뢰다
조강(朝講)에 나아갔다. 영사(領事) 유순정(柳順汀)이 아뢰기를,
"월령(月令)을 상고하여 보면 8월에는 천둥과 번개가 비로소 걷힌다는 것인데, 어제 크게 천둥하고 번개가 쳤으니, 인사(人事)가 아래에서 잘못되었는가 염려됩니다. 마땅히 하늘을 두려워하여 몸을 닦고 허물을 살펴서 재앙을 방지해야 할 것입니다. 삼공(三公)은 마땅히 큰 덕 있는 사람을 가려야 하는데, 신이 묘당(廟堂)에 자리나 채우고 있어 지극히 미안하옵니다."
하고, 지평(持平) 허지(許遲)는 아뢰기를,
"우박이 쏟아지고 천둥과 번개가 친 것은, 너무도 그런 시기가 아니오니, 이는 바로 공구(恐懼)하여 수성(修省)해야 할 때입니다. 듣건대 폐조(廢朝) 을축년 무렵에 각사(各司) 노비(奴婢)들의 신공(身貢)을 일정한 정액 외에 더 정하되 절반은 수납(收納)하였고, 그 나머지 바치지 못하는 사람은 반정(反正)한 이후에도 바치기를 독촉하는데, 그 마련해서 바치지 못하는 사람은 거개가 모두 가난하고 조잔한 사람들이오니 감하여 주기 바랍니다."
하고, 유순정은 아뢰기를,
"호조에서 혹은 바치고 혹은 바치지 못한 것 때문에, 그 균평하지 못할 것을 고려하여 지금까지 바치기를 독촉한 것인데, 그 중 이미 바친 자의 것을 도로 내줄 수는 없으나 바치지 못한 자에게는 받지 말도록 하시어 백성들에게 편리하도록 하소서."
하고, 허지는 아뢰기를,
"전일 행행(幸行) 때에 거가(車駕) 앞에서 정소(呈訴)한 자가 백여 인이 넘는데, 더러는 신소(申訴)가 부실하다는 죄를 입었고, 비록 신소가 적실하더라도 또한 월소죄(越訴罪)를 입었습니다. 율문(律文)을 고찰하여 보면, 이조(吏曹)에서 한성부에 이첩(移牒)한 것이거나 한성부에 장례원(掌隷院)에 이첩한 것이라면 월소로 논하여도 가하나, 거가 앞에서 정소한 것 및 등문고(登聞鼓)를 친 자와 같은 것은, 월소의 예(例)가 아닙니다. 다만 신소가 부실하다면 죄를 논할 뿐인데, 지금 신소의 실(實)함과 부실함을 들어 보지도 않고 모두 월소죄를 입었습니다. 이는 율문의 본뜻이 아니므로 원통하고 억울한 백성이 많을 것입니다."
하고, 특진관(特進官) 정광필(鄭光弼)은 아뢰기를,
"근일 거가 앞에서 정소한 자를 해사(該司)에 내렸는데, 모부 부실하였으니 과연 마땅히 죄를 다스려야 합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원통하고 억울함을 신소해야 할 자가 있는데 법에 구애받아 신소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 또한 정사에 흠이 되는 일입니다.
듣건대 세조(世祖) 때에 한 여인이 그 지아비의 억울하게 죽은 것을 신원(伸冤)하지 못하고 있다가 온양(溫陽) 행행 때에 막차(幕次)에 가서 부르짖고 울어 그 원통하고 억울함을 폈다고 하니, 만약 시원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일체 막아 버림은 불가합니다."
하고, 유순정은 아뢰기를,
"법사(法司)에서 만일 해사(該司)의 퇴장(退狀)이 없으면 퇴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상언(上言)을 할 수 없게 되는데, 해사에서 그릇 결단한다면 과연 퇴장하지 않을 리가 있겠습니까? 비록 해사의 퇴장이 없는 자일지라도 다만 사헌부(司憲府)의 퇴장을 받아 상언하게 한다면 거가 앞에서 정장(呈狀)하는 자가 반드시 그렇게 분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고, 특진관 이우(李堣)는 아뢰기를,
"계해년 이전의 거두어들이지 못한 창곡(倉穀)을 국가에서 이미 감해 주도록 하였으니, 백성들은 그 혜택을 입음이 지극하겠습니다. 그러나 각 고을 수령들이 태만하여 그대로 봉행하지 않고서 그 중 거두지 못한 사람의 것을 이미 거둔 것처럼 치부해 놓고 그대로 받아 먹은 백성에게 징수하는데, 그 백성이 절호(絶戶)이거나 도망하여 없어졌으면 온 일가들에게 나누어 받으니, 백성들이 매우 괴로와합니다.
전번에 윤순(尹珣)이 감사(監司)로 있을 때에 문서를 고찰하여 사유를 갖추어 계문(啓聞)하였었는데, 해조(該曹)에서 이미 회계(會計)에 올렸다는 것으로써 방계(防啓)하였습니다. 그러나 각도(各道)·각 고을의 근본 문서가 아직도 있으니, 만일 감사가 근본 문서를 고찰하여 아무 해 이전의 거두지 못한 것을 하나하나 감하여 주면, 백성들이 또한 실제로 혜택을 입게 될 것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9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14책 368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정론(政論) / 사법-재판(裁判) / 재정-공물(貢物) / 신분-천인(賤人) / 과학-천기(天氣)
○丙寅/御朝講。 領事柳順汀曰: "考之月令, 八月雷電乃始收, 而昨日大雷電, 恐人事失於下。 宜側身修省, 以弭其災也。 三公當擇碩德之人, 而臣備員廟堂, 至爲未安。" 持平許遲曰: "雨雹而震電, 甚非其時, 此政恐懼修省之時也。 聞廢朝乙丑年間, 各司奴婢身貢, 常定外加定, 爲半收納, 而其餘未納者, 反正以後督納。 其未備納者, 率皆貧殘之人, 請蠲減。 柳順汀曰: "戶曹以或納或未納, 慮其不均, 至今督納。 其已納者不可以還給, 未納者請令勿徵, 以便於民。" 許遲曰: "前日行幸時, 呈駕前者, 過百有餘人, 或被申訴不實之罪, 雖申(訢)〔訴〕 的實, 而亦被越訴之罪。 考之律文, 以吏曹移漢城府, 以漢城府移掌隷院等事, 論以越訴可也。 若駕前陳訴及擊登聞鼓者, 非越訴之例, 但申訴不實, 則論罪而已。 今不聞申訴之實不實, 皆被越訴之罪, 此非律文本意, 而民多冤抑矣。" 特進官鄭光弼曰: "近日呈駕前者, 下該司, 皆不實, 果當治罪。 然萬一有申訴冤枉者, 拘於法, 未能申訴, 則是亦闕政。 聞世祖朝, 有一女其夫枉死, 不能申冤, 溫陽行幸時, 號哭於幕次, 以申其冤抑。 如有可申之事, 不可一切防之。" 柳順汀曰: "法司若無該司退狀, 則不給退狀, 故未得上言。 該司誤決, 則果有不退狀之理, 雖無該司狀退者, 但受憲府退狀, 而使之上言, 則駕前呈狀者, 必不如此紛紛矣。" 特進官李堣曰: "癸亥年以前, 未收倉穀, 國家已令蠲減, 民蒙其惠至矣。 然各官守令, 慢不奉行, 其未收者, 以已收置簿, 而仍徵於受食之民。 其民等或絶戶或逃散, 分徵於一族, 惠不行而民甚苦之。 前者尹洵爲監司時, 考文書具由啓聞, 該曹以已謄會計, 防啓。 然各道各官, 本文書猶在, 若監司考本文書, 某年已前未收, 一一蠲減, 則百姓亦蒙實惠矣。"
- 【태백산사고본】 5책 9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14책 368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정론(政論) / 사법-재판(裁判) / 재정-공물(貢物) / 신분-천인(賤人) / 과학-천기(天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