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안이 《연산군일기》를 수찬 후 잔치를 받음에 전문을 올리다
"예지(睿旨)를 받들어 《연산군일기(燕山君日記)》를 수찬(修撰)하여 올리고, 삼가 성은(聖恩)을 받자와 특별히 잔치를 의정부에 내리시니, 신(臣) 희안 등은 감격됨이 지극함을 이길 수 없기로, 삼가 전문(箋文)을 올려 감사하온 뜻을 아룁니다.
살피옵건대, 일자(日字)를 매기고 햇수를 표시하여, 갖추 열두 해의 사적(事跡)을 실었는데, 수운(需雲)678) 의 은택을 내려 주신 천재 일우(千載一遇)의 은혜와 영광을 과람하게 받들게 되오니, 감격과 부끄러움이 교차되고, 놀랍고 황송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신 등은 성질이 우매하고 식견이 고루하며, 학술이 소루합니다.
천록(天祿)679) 이 끊어지게 된 것은 신명(神明)과 사람들이 난정(亂政)을 극도로 싫어하게 됨을 당해서였으며, 구가(謳歌)가 뒤따르게 된 것은 바로 성명(聖明)께서 즉위하게 되신 시초입니다. 한 때의 재적(載籍)이나 마땅히 찬수(撰修)하여야 또한 만세토록 다스려짐과 어지러워짐을 거울삼게 될 것입니다.
이에 윤음(綸音)을 받들고 그대로 편집을 시작하되, 한 가지 어리석은 생각일망정 다하여, 선악(善惡)을 아울러 국승(國乘)에 기록하려고 생각하여, 세 해나 되도록 천연하면서 다만 상방(尙方)에서 필차(筆箚)680) 를 허비하였습니다. 비로소 이제야 책이 되게 되었는데, 모두 약간의 권(卷)입니다.
바야흐로 늦게 끝이 났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도리어 융숭하게 내리시는 잔치를 받자오니, 울려퍼지는 선악(仙樂)은 마치 구소(九韶)681) 의 연주를 듣는 것 같으며, 어주(御廚)가 연락 부절하여 모두 팔진미(八珍味)에 배가 부르고도 남습니다. 어찌 유독 미천한 신만의 영광이겠습니까? 실로 이는 사문(斯文)의 훌륭한 일이오니, 오늘의 특이한 은수(恩數)는 예전에도 없던 일입니다.
이는 대개 주상 전하께서 문무 성신(文武聖神)하시고 자인 공검(慈仁恭儉)하심을 맞자와, 중흥(中興)하시는 큰 왕업(王業)이 둔란(屯難)을 형통하게 하시되, 아래로는 신하들의 노고를 체득하시어 세쇄한 일도 반드시 잊지 않으시어, 노둔(駑鈍)한 저희들로 하여금 큰 은혜를 입게 하신 것이니, 어찌 감히 뼈에 사무치도록 은혜를 명심하며 몸을 죽여서라도 갚으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편하십사, 수(壽)하십사! 비는 마음 기주(箕疇)682) 와 같이 간절하옵고, 융성하고 번창하십사 비는 마음 주송(周頌)683) 을 화답하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9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14책 364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역사-편사(編史) / 어문학-문학(文學)
- [註 678]수운(需雲) : 음식을 뜻함.
- [註 679]
천록(天祿) : 하늘이 준 복록.- [註 680]
필차(筆箚) : 기록.- [註 681]
구소(九韶) : 중국 고대 순(舜)임금의 음악.- [註 682]
기주(箕疇) : 기자(箕子)가 지었다는 《상서(尙書)》의 홍범 구주(洪範九疇)를 이름. 홍범(洪範)은 《서경》의 한 편명(篇名)인데, 오복(五福)이란 조목에, ‘첫째는 수(壽), 둘째는 부(富), 세째는 강녕(康寧), 네째는 유호덕(攸好德), 다섯째는 고종명(考終命)이라.’ 하였음.- [註 683]
주송(周頌) : 《시경》안에 있는 주초(周初) 종묘(宗廟)에 쓰던 제악(祭樂). 주(周)나라의 건국과 통일국가 성립을 찬미한 것임.○昌山府院君 成希顔啓曰: "敬奉睿旨, 修撰《燕山君日記》以進, 伏蒙聖恩, 特賜宴于議政府。 臣希顔等, 不勝感激之至, 謹奉箋稱謝。 伏以繫日記年, 備錄十二載之事迹, 需雲沛澤, 偏承千一遇之恩榮, 感愧交幷, 驚惶罔措。 伏念臣等, 性識愚陋, 學術疎荒。 天祿告終, 値神人厭亂之極, 謳歌攸屬, 乃聖明正始之初。 謂一時載籍之當修, 亦萬世治亂之可鑑, 遂承綸綍, 就加編摩。 思效一愚, 兼記善惡於國乘, 顧延三載, 但費筆箚於尙方, 始克成書, 總若干卷。 方懷就緖之緩, 反蒙賜宴之隆, 仙樂鏗鏘, 如聞九韶之奏, 御廚(絲絡)〔繹絡〕 , 共飫八珍之餘, 豈獨微臣之寵光? 實是斯文之盛事, 今日異數, 前古罕傳。 玆蓋伏遇, 主上殿下, 文武聖神, 慈仁恭儉, 中興基業之大, 屯難以亨, 下體臣隣之勞, 纖微必錄, 至令駑品, 獲被鴻私。 敢不醺骨銘恩, 糜軀責報? 曰康曰壽, 祝亘切於《箕疇》, 俾熾俾昌, 敢載賡於《周頌》。"
- 【태백산사고본】 5책 9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14책 364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역사-편사(編史) / 어문학-문학(文學)
- [註 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