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이 서계한 것을 명하여 의논하게 하다
송일이 서계(書啓)한 것을 명하여 의논하게 하니, 노공필이 의논드리기를,
"군량(軍糧) 저축할 일은 아울러 아뢴 바에 의하여 해사(該司)로 하여금 마련하여 시행하게 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하고, 유순정 등은 의논드리기를,
"군졸이 정예하지 못한 것은 과연 진장의 어짐 여부에 달렸습니다. 재간이 있고 염근(廉謹)한 사람을 가려서 차견(差遣)하여 무휼(撫恤)하게 하며, 활쏘기·말타기를 연습하게 하여, 가장 성효(成效)가 있는 사람은 관찰사·절도사로 하여금 함께 의논하여 뽑아 아뢰어 포장하고, 어긴 사람은 중하게 논죄하소서. 그리고 함경도의 각 목장 마필(馬匹)은 원래의 수가 많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전일에는 다만 1백 필만을 지급하여 빈궁한 군사로서 마필을 얻은 사람은 적으니, 해사로 하여금 마련하여 수를 헤아려서 더 지급하게 하소서. 녹봉의 면포는 또한 해조로 하여금 때를 맞추어 들여보내는 것이 합당합니다."
하고, 박건(朴楗)은 의논드리기를,
"사용하지 않는 관(官)의 군기는 관의 창고에 보관하여 두는 것이 무익하니, 군사에게 나누어 지급하되, 다만 나누어 지급할 군사의 수를 그 도의 절도사로 하여금 마련하여 아뢰게 하소서. 그리고 아교[膠]는, 생산하는 각관에 해조로 하여금 마련하여 나누어 정해서 들여보내게 하소서."
하였다. 유순정은 의논드리기를,
"아오지보(阿吾知堡)는 옛 기지에 도로 옮기는 것이 매우 편리합니다. 다만 보 소속 군졸 60여 호(戶)는 보를 따라 도로 경원(慶源)에 소속시키면 경흥(慶興)이 단약(單弱)하게 될 듯합니다. 그러나 이는 원래 경원진의 인민이니, 그 군졸은 마땅히 보를 따라 경원에 환속(還屬)되어야 합니다. 문천(文川)·고원(高原)·부령(富寧)·경흥(慶興)·온성(穩城) 등 지역에 들어가 살게 하는 것은 부득이한 때문이나, 다만 일에는 완급이 있습니다. 문천·고원은 부령·경흥·온성에 비하여 덜 급하니, 마땅히 부령 등 세 진에 우선 뽑아 들여야 합니다.
지난 신유년352) 에 변방으로 옮기고자 일찍이 하삼도(下三道)353) 의 거민 4백 호를 뽑아 내었는데, 이미 오래어 유리 도망한 사람이 반드시 많을 것입니다. 현재 있는 호수를 다시 상세히 점열하여 3백 호를 가려서, 부령에 50호, 경흥에 1백 호, 온성에 1백 호씩 추수를 기다려 나누어 들여서 채우고, 문천·고원은 후년을 기다려 풍년 드는 것을 보아 알맞게 마련해서 뽑아 들여보내소서. 북도 절도사의 영문 소속 아리(衙吏)로 경성(鏡城)에 있는 자가 90명인데, 만약 그 반을 제외하고 본부(本府)에 환속시키면 부득이 다른 진(鎭) 군사로 그 제외한 바의 수를 충당하여야 할 것이니, 다른 진이 그 폐를 받게 됩니다. 지금은 다만 한량 아리(閑良衙吏) 40명을 뽑아 본부에 주는 것이 매우 합당합니다. 함경남관(咸鏡南官)354) 의 부실(富實)한 인민 2백 호를 부령·회령 두 진에 나누어 들이는 것은 과연 합당합니다. 신윤무(辛允武)가 앞서 북도 절도사가 되었을 때, 변민으로서 남관에 흘러들어간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거접하기를 허락받은 사람을 뽑아 계문(啓聞)하였는데, 그 수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들로써 나누어 들이면 한갓 두 진의 군호(軍戶)가 저절로 충실해질 뿐만 아니라 후일 흘러들어가는 사람도 저절로 그칠 것입니다. 그리고 거접하기를 허락한 사람도 또한 두려운 바가 있어서 감히 하지 못할 것이며, 만약 거접을 허락하여 응당 옮겨야 할 사람이 수에 맞지 않으면 다른 실호(實戶)로 수에 의하여 뽑아 충당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녹둔도(鹿屯島)는 비옥하여 경작할 만하나, 다만 조산보(造山堡)의 수자리 사는 군졸은 모두 수군(水軍)으로 거의 모두가 잔열(殘劣)하고 적을 대비할 기구 또한 허술합니다.
만약 경작하는 시기에 혹 적변(賊變)이 있으면 반드시 창로(搶擄)355) 를 입을 것이니 그 이해를 따져 보면 예전처럼 경작을 금하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낭성(浪城)·도안(道安) 등 포구에 헛되이 방소(防消)를 설치한 것은 적을 방비하는 일과 관계가 없으니, 과연 마땅히 혁파하고, 그 수졸(水卒)은 육군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남도에 들어가 방수하는 단천(端川) 군사를 북도로 옮겨 방수하는 등의 일은 실로 편리 합당합니다. 군사의 호수(戶首)356) 가 궐한 것이 있으면, 보인(保人)을 올려 호수를 삼아 절호되지 않도록 해야 하니, 이는 군적 사목(軍籍事目)의 본 뜻입니다.
만약 기(騎)·보(步) 및 정병(正兵)·갑사(甲士)로서 다른 신역에 이속(移屬)된 사람에게 아울러 모두 계속하여 옛 보(保)를 주면 반드시 절호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니, 법에 응당 완취(完聚)하여야 할 사람 외에는 옛 보를 주지 않는 것이 편리합니다. 경성 이남 각 고을 인민으로서, 육진(六鎭)의 도망친 백성에게 거접하기를 허락하는 것을 금단하지 않으면, 육진이 점차 허소하게 될 것이니, 실로 염려됩니다. 본도 관찰사로 하여금 상세히 살펴서 추쇄하여 육진에 모아들이되, 온 집안이 들어가 거주한 뒤에 자수한 자는 죄를 면하게 해 주소서. 그리고 안변(安邊) 등 각 고을 군사의 조번(助番)357) 하는 괴로움은 과연 아뢴 바와 같습니다.
그러나 각 진보(鎭堡) 방어의 긴헐(緊歇) 및 수졸(戍卒)의 증감은 멀리서 헤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10월부터 2월까지는 조번하는 것을 면제하여 주고, 3월부터 9월까지는 나누어 일곱 번(番)을 만드는 것이 편리한지 여부를 본도의 관찰사·절도사로 하여금 상의(商議)하여 계문(啓聞)한 뒤에 다시 의논하여 시행하게 하소서. 함경도는 군호(軍戶)가 많지 못하니, 응사(鷹師) 등의 역(役)에 투속된 자 및 충순·충찬위에 모속(冒屬)된 자들은 아울러 모두 제하(除下)358) 하고, 그 실·부실(實不實)에 따라 군사의 호보(戶保)를 분정(分定)하게 하소서. 세공 생도(歲貢生徒) 또한 상송(上送)359) 을 그만두고 충군(充軍)케 하시고, 평안도도 이 예에 의하여 시행케 하소서. 그리고 함경도 각역이 잔폐(殘廢)하므로 기(騎)와 보(步) 및 정병으로 관부(館夫)를 삼아서 서로 번갈아 입역(立役)360) 하니, 이 때문에 부방(赴防)한 군졸이 감소될까 염려됩니다.
그러나 하삼도(下三道)의 역자(驛子)로 부실(富實)한 사람을 뽑아 들어가 살게 하면 다시 폐단이 생길까 두려우니 예전대로 하는 것이 편리할 듯합니다. 이에 앞서 본도의 절도사·관찰사가 갑산(甲山)의 적생(積生) 땅으로 여러 진·보의 요충을 삼고 행영(行營) 설치할 것을 요청했었습니다. 이제 송일의 아뢴 바를 보건대, 적생은 여러 진에 가기가 모두 멀어 위급을 서로 구원할 수 없고, 혜산진(惠山鎭)은 적의 금후(噤喉)를 눌러, 실로 요해의 땅이며, 더욱이 절도사가 해산에 유방(留防)한 지 이미 오래니, 마땅히 여기에 행영을 세우고 수병(戍兵)을 더 배치할 것이며, 그 성을 높이고 크게 하여 형세를 장엄하게 하소서."
하였다. 유순정 등은 의논드리기를,
"염분(鹽盆)361) 을 더 설치하지 말 일과, 용성사(龍城社)를 계속하여 덕원부(德源府)에 소속시킬 일 및 육진의 황모(黃毛)·고모(羔毛) 등 소소한 공물을 관찰사가 수합하여 함께 상납할 일은, 아울러 아뢴 대로 하소서. 그리고 문어(文魚)·대구어(大口魚) 등을 옮겨 정할[移定] 일과 지난 해 환상(還上) 견감(蠲減)할 일 및 토표피(土豹皮)·낭미(狼尾)는 이호피(狸狐皮)의 예에 의하고, 수년을 한하여 곡식을 무역할 일은 해조(該曺)에서 본도 관찰사가 아뢴 바에 의하고, 문어는 이미 산출되는 고을에 옮기어 정하고, 대구어는 산출되는 바 연어(鰱魚)로 대납하며, 토표피·낭미는 5년을 한하고, 곡식을 무역하여 군자(軍資)를 보충하고, 환상은 독촉하여 징수하지 말도록 해서 해의 풍흉(豐凶)을 보아 점차 수납할 일은 하교를 받아 행이(行移)362) 하였으니, 이제 다시 의논할 것은 없습니다. 생리(生梨)와 사향(麝香)은 그 수가 많지 않으니, 또한 해조로 하여금 마련하여 해를 한정해서 임시로 감하여 주게 하소서."
하니, 모두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4책 8권 32장 B면【국편영인본】 14책 330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임면(任免) / 군사-군역(軍役) / 군사-관방(關防) / 군사-병참(兵站) / 재정-공물(貢物) / 호구-이동(移動) / 교통-마정(馬政) / 신분(身分) / 수산업-어업(漁業) / 수산업-염업(鹽業)
- [註 352]신유년 : 1501 연산군 7년.
- [註 353]
하삼도(下三道) : 전라·충청·경상의 3도.- [註 354]
함경남관(咸鏡南官) : 함경남도 고을[官].- [註 355]
창로(搶擄) : 노략질.- [註 356]
호수(戶首) : 땅 8결(結)을 단위로 하여 공부(貢賦)를 바치는 책임을 지게 한 사람. 《대전(大典)》 호전(戶典) 수세(收稅).- [註 357]
조번(助番) : 번상군의 뒷바라지.- [註 358]
제하(除下) : 해제시킴.- [註 359]
상송(上送) : 서울로 보냄.- [註 360]
○宋軼書啓事, 命議之。 盧公弼議: "軍糧儲費事, 竝依所啓, 令該司磨鍊施行爲當。" 柳順汀等議: "軍卒不精, 果在鎭將賢否。 擇有才幹廉謹者差遣, 使之撫恤, 鍊習射御。 其最有成效者, 令觀察使、節度使, 同議抄啓褒奬, 違者重論。 且咸鏡道各場牧馬匹, 元數不多, 以此前日, 只給百匹, 其貧窮軍士, 得馬者蓋寡。 令該司磨鍊, 量數加給, 祿俸緜布, 亦令該曹, 趁時入送爲當。" 朴楗議: "不用官軍器, 藏於(宮)〔官〕 庫無益, 可分給軍士。 但分給軍士之數, 令其道節度使磨鍊以啓。 且膠則所産各官, 令該曹磨鍊, 分定入送。" 柳順汀議: "阿吾知堡, 還移舊基, 甚便。 但堡屬軍卒六十餘戶, 令隨堡還屬慶源, 則慶興似爲單弱。 然此元是慶源鎭人民, 其軍卒宜隨堡, 還屬慶源。 文川、高原、富寧、慶興、穩城等地入居, 在所不得已, 但事有緩急。 文川、高原, 比富寧、慶興、穩城稍緩, 宜於富寧等三鎭, 爲先抄入。 去辛酉年, 欲徙邊, 曾抄下三下道居民四百戶, 去今已久, 流離逃亡者必多。 時存戶更詳點閱, 准擇三百戶, 富寧五十戶, 慶興一百戶, 穩城一百戶, 待秋稔分入以實之, 文川、高原, 則待後年, 視歲豐穰, 量宜抄入。 北道節度使營屬衙吏居鏡城府者, 二百九十名, 若除其半, 還屬本府, 則不得已以他鎭軍士, 充其所除之數, 他鎭還受其弊。 今只抄閑良、衙吏四十名, 給本府甚當。 咸鏡南官富實人民二百戶, 分入富寧、會寧兩鎭果當。 辛允武前爲北道節度使時, 見邊民流徙南官者多抄, 其許接人啓聞, 其數不少。 以此分入, 則非徒兩鎭軍戶自實, 後日流徙者自戢, 許接者亦有所畏懼, 而不敢爲。 若許接應徒者, 不准於數, 則以他實戶, 依數抄充爲當。 鹿屯島沃饒可耕。 但造山堡戌卒, 皆是水軍, 率皆殘劣, 備敵之具亦疏, 若於耕作之際, 脫有賊變, 必被搶擄, 計其利害, 不如仍舊禁耕。 浪城、道安等浦, 虛設防所, 無關備賊, 果宜革罷, 其水卒作陸軍, 南道入防, 端川軍士, 移防北道等事, 實爲便當。 凡軍士戶首有闕, 則以保人, 陞爲戶首, 毋使絶戶, 此軍籍事目本意也。 若騎、步、正兵、甲士移屬他役者, 竝皆仍給舊保, 則必有絶戶者, 其法應完聚者外, 勿給舊保爲便。 鏡城以南各官人民許接, 六鎭逃民者, 不爲禁斷, 則六鎭漸至虛疏, 實爲可慮。 令本道觀察使, 詳審推刷, 竝於陸鎭, 全家入居後, 自首者免罪。 安邊等各官軍士助番之苦, 果如所啓。 然各鎭堡防禦緊歇及戌卒增減, 未易遙度。 自十月至二月, 除助番, 自三月至九月, 疏爲七番便否, 令本道觀察使、節度使, 商議啓聞後, 更議施行。 咸鏡道軍戶不敷, 其投屬鷹師等役者及冒屬忠順ㆍ忠贊衛者, 竝除下, 隨其實不實, 分定軍士戶保, 歲貢生徒, 亦除上送充軍。 平安道亦依右例施行。 咸鏡道各驛殘廢, 故以騎、步、正兵, 定爲館夫, 相遞之役。 以此赴防軍卒, 減少可慮。 然下三道驛子富實者, 亦抄入居, 恐復弊生, 仍舊似便。 前此本道節度使、觀察使, 以甲山、積生之地, 爲諸鎭堡要衝, 請設行營, 今觀宋軼所啓, 積生, 去諸鎭俱遠, 緩急不能相救。 惠山鎭扼賊噤喉, 實是要害之地, 況節度使, 留防于惠山已久, 宜於此建行營, 增置戍兵, 高大其城, 以壯形勢。" 柳順汀等議: "鹽盆勿加設事, 龍城社, 德源府仍屬事, 六鎭黃毛、羔毛等小小貢物, 觀察使收合都納事, 竝依所啓。 文魚、大口魚移定事, 往年還上蠲減事, 土豹皮、(狼)〔狼〕 尾, 依狸、狐皮例, 限數年貿穀事, 則該曹曾依本道觀察使所啓。 文魚已於産出官移定, 大口魚以所産鰱魚代納。 土豹皮、狠尾, 限五年貿穀, 補軍資。 還上勿令督徵, 視歲豐凶, 漸次收納事, 受敎行移, 今不必更議。 生梨麝香, 其數不多, 亦令該曹磨鍊, 限年權減。" 皆從之。
- 【태백산사고본】 4책 8권 32장 B면【국편영인본】 14책 330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임면(任免) / 군사-군역(軍役) / 군사-관방(關防) / 군사-병참(兵站) / 재정-공물(貢物) / 호구-이동(移動) / 교통-마정(馬政) / 신분(身分) / 수산업-어업(漁業) / 수산업-염업(鹽業)
- [註 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