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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 7권, 중종 3년 10월 19일 계미 1번째기사 1508년 명 정덕(正德) 3년

조강에서 재상의 반인 남점·공신의 적장자 체아직·조례·나장 문제 등을 아뢰다

조강(朝講)에 나아갔다. 사간 이희맹(李希孟)과 지평 신상(申鏛)이 앞의 일을 논계하였다. 신상이 또 아뢰기를,

"근래에 묵은 폐단을 이미 다 혁파하여 제거하였으나, 군사와 식량은 국가의 중대한 일입니다. 지금 국가의 군액(軍額)이 감모(減耗)되어, 조례(皂隷)·나장(羅將)도 또한 그 수를 충당하지 못하는데, 재상(宰相)들이 그 정수 이외의 반인(伴人)699) 을 남점(濫占)하는 폐단이 이미 오래되었으며, 당하관도 세력이 있는 자는 또한 남점이 많고, 수령(守令)들은 그 이웃 수령으로 더불어 서로 교환하여 차지하고 있으니, 지금 만약 이들을 찾아낸다면 군액이 1만여 호나 증가될 것입니다. 그러나 재상과 수령이 서로 부동하기 때문에 찾아 내기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앞서 이미 각도의 감사(監司)로 하여금 찾아 내도록 하였으되, 지금까지 한 사람도 적발한 자가 없으니, 마땅히 대신에게 수의하여 따로 규정을 세워 찾도록 해야 합니다.

혹은 봉족(奉足)700) 이 없는 군사로 하여금 스스로 추천하게 하면 군액이 반드시 증가될 것입니다. 지금 공신의 적장자(嫡長子)들은 비록 강보(襁褓)에 있다 해도 또한 모두 국록을 받고 있으니, 이것도 너무나 옳지 않은 일입니다. 왕자군(王子君)의 친하고 귀함으로써도 오히려 이렇게 할 수 없거늘, 하물며 공신의 아들이겠습니까? 공신의 적장자로서 나이가 만 15세 이상인 자만 녹을 받도록 하여도 또한 공신을 박대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국가에서 군직(軍職)701) 을 설치한 것은 재상으로서 소속된 곳이 없는 이와, 조관으로서 귀속이 없는 이를 녹을 받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비록 갑사(甲士)·별시위(別侍衛) 같은 체아직(遞兒職)이라 해도, 그 취재(取才)한 자가 부족하면 그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제수하고, 가령 실관(實官)이 조금 사고가 있으면 즉시 가관(假官)702) 을 내어 군직에 붙이는데, 비록 실관이 다시 돌아오더라도 혹 세력이 있는 자는 마침내 해임하지 않습니다. 대저 녹이란 것은 국가의 일을 맡긴 사람을 대우하는 것이니, 이제 하는 일 없이 앉아서 먹기만 하는 자를 모두 해면시켜 버린다면 국가에 크게 유익할 것입니다."

하고, 희맹(希孟)이 아뢰기를,

"백성은 나라의 근본인데, 지금 나라의 근본이 초췌(憔悴)하고 군액(軍額)이 감소함은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전자에 조례(皂隷)와 나장(羅將)은 다만 경기 사람으로 충정(充定)하고도 남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충청도 사람까지 대립(代立)을 시키고 있으니, 이는 모두 무뢰(無賴)한 무리들이 백단으로 침학(侵虐)하므로 백성들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성종조(成宗朝)에는 대립(代立)한 자는 사변(徙邊)에 처하였으니, 지금도 또한 엄금하여 조례를 소생하도록 하는 것이 옳습니다. 또 지금 군액이 비록 많다고는 하나 실속이 없고 끊어진 호수(戶數)가 많으며, 일호(一戶)가 도망을 하여 흩어지면 그 일족(一族)과 절린(切隣)703) 에게 추징을 하니, 이 때문에 그 일족과 절린도 서로 이어 유리(流離)하다가 호부(豪富)한 집에 투속(投屬)하여 노예가 되니, 이는 작은 일이 아닙니다. 군대와 식량은 같은 것이니, 군액을 펴고 저축(儲蓄)을 넓히는 등의 일을 전하께서는 마땅히 진념(軫念)하셔야 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반인(伴人)에 관한 일은, 내 또한 일찍이 이러한 폐단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 다만 지금의 재상으로서 어찌 이와 같은 자가 있겠는가? 그러나 또 어찌 그 말한 바와 같은 자가 있는지를 알겠는가? 법사(法司)는 마땅히 규찰(糾察)해야 할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7권 9장 A면【국편영인본】 14책 284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국왕(國王) / 정론-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사법(司法) / 군사-군역(軍役) / 재정-국용(國用) / 신분(身分)

  • [註 699]
    반인(伴人) : 수종인.
  • [註 700]
    봉족(奉足) : 보조자의 뜻. 정정(正丁:실지 복무하는 자) 1인에 대하여 여정(餘丁:실제로는 복역하지 않는 자) 1인 또는 2인을 두어 이를 보조케 했는데, 뒤에는 노역 대신 미포(米布)를 내어 보조케 했다.
  • [註 701]
    군직(軍職) : 오위(五衛)의 상호군(上護軍) 이하의 관직을 통칭하여 이르는 말. 그런데 현직을 떠난 문무관에게 계속하여 녹봉을 지급하기 위한 조치로서 만든 벼슬자리를 체아직(遞兒職)이라 한다. 그러나 재정적 뒷받침이 고려되어야 하므로 오위의 병제를 폐지하고 각급 군직에 책정되어 있는 예산을 전용하여, 그 1부는 실무 없는 문무관을 각급 군직에 붙여 당해 녹봉을 받게 하는데, 이를 원록 체아(原祿遞兒)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1부는 각 관청에 정원은 적고 사무는 복잡한 경우, 이를 정리하게 하기 위하여 임시로 증원되는 사람을 각급 군직에 붙여 당해 군직의 녹봉을 받으면서 소속 관청의 사무를 정리하게 하는데, 이를 군함 체아(軍銜遞兒) 또는 잡직 체아(雜職遞兒)라고 한다. 이 체아직으로 규정된 직종은 오위의 상호군·대호군·호군·부호군·사직·사과·사정·사맹·사용 등이다.
  • [註 702]
    가관(假官) : 임시로 대행하는 관원.
  • [註 703]
    절린(切隣) : 아주 가까운 이웃.

○癸未/御朝講。 司諫李希孟、持平申鏛, 論啓前事, 又曰: "近來積弊, 已盡革除。 然兵與食, 國之重事, 今國家軍額減耗, 雖皂隷、羅將, 亦不得充數。 而宰相則濫占數外伴人, 其弊已久, 堂下官有勢者, 亦多濫占, 守令則與其隣官, 互相換占。 今若推刷, 則軍額可增萬餘戶矣。 然宰相、守令, 相與符同, 故推刷甚難。 前者已令各道監司推刷, 而無一人摘發者, 當議于大臣, 別立科條, 以刷之, 或令無奉足軍士自望, 則軍額必增矣。 今者功臣嫡長, 雖在襁褓之中, 亦皆受祿, 此甚不可。 以王子君之親之貴, 猶不得如此, 況功臣子乎? 今宜使嫡長年滿十五以上者受祿, 亦未爲薄待功臣也。 國家設軍職者, 爲宰相無屬處者, 與朝官無所歸者, 使之受祿也。 今則雖如甲士、別侍衛、遞兒, 其取才者不足, 則以其餘授之他人, 假如實官少有故, 則卽出假官, 以付軍職, 雖實官復任, 而或有勢者, 終不減下。 夫祿者, 所以待夫任事者。 今無事坐食者, 皆罷去, 則於國家庶有益矣。" 希孟曰: "民惟邦本, 今國本憔悴, 軍額減耗, 誠爲可慮。 在前皂隷、羅將, 只以京畿人充定而有餘, 今則至以忠淸道人, 爲之代立者, 皆是無賴之徒, 侵虐百端, 民不堪命。 在成宗朝, 代立者徙邊, 今亦嚴禁, 使皂隷蘇復可也。 且今者軍額, 雖多而無實, 絶戶居多。 一戶逃散, 徵於一族及切隣, 以此一族、切隣, 相繼流離, 投於豪富之家, 爲奴隷之役, 此非細故也。 兵與食爲一體, 敷軍額廣儲蓄等事, 殿下所當軫念者也。" 上曰: "伴人事, 予亦曾聞有此弊。 但今之宰相, 豈有如是者乎? 然亦安知其有如所云者乎? 法司所當糾察。"


  • 【태백산사고본】 4책 7권 9장 A면【국편영인본】 14책 284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국왕(國王) / 정론-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사법(司法) / 군사-군역(軍役) / 재정-국용(國用) / 신분(身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