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종 등이 경사하여 돌아와 아뢰다
좌의정(左議政) 박원종(朴元宗)·좌윤(左尹) 이점(李坫)이 경사(京師)605) 에서 돌아와서 곧 아뢰기를,
"서반(序班)606) 최영(崔榮)이 신에게 말하기를, ‘성희안(成希顔)이 왔을 적에는 내 공이 많았으므로 본국에서 마땅히 나에게 집을 살 재물을 주어야 할 터이니, 모름지기 이 뜻을 전하께 말씀드려야 합니다.’ 하고, 또 찬(簒)자를 써서 보이며 말하기를, ‘그대는 이 글자의 뜻을 압니까? 중국 사람 중에는 이 글자의 뜻으로 그대의 전하를 의심하는 이가 많은데, 내가 그렇지 않다고 힘써 변명하였습니다.’ 하였습니다. 최영은 우리 나라의 일에 성심껏 분주하는 사람이니, 조금 보내 주어서 그 뜻에 답함이 마땅하겠습니다.
또 평안·황해 두 도는 쇠잔하고 피폐할 뿐 아니라 이제 또 농사를 그르쳤으니, 회복할 계책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신이 월강(越江)607) 하여 올 적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으며, 신이 동파(東坡)에 이르러 성변 전지(星變傳旨)를 보았는데 태백(太白)을 뚜렷이 말하지 않았으니, 외방 사람이 어찌 알겠습니까? 태백이 경천한 뜻을 곧바로 써서 사람들에게 밝게 보이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아뢴 일은 천천히 결정지으리라. 만릿길을 무사히 갔다 돌아오니, 참으로 반갑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6권 56장 B면【국편영인본】 14책 276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외교-명(明) / 과학-천기(天氣)
- [註 605]경사(京師) : 명나라 서울을 가리킴.
- [註 606]
서반(序班) : 명나라의 관직명. 홍려시(鴻臚寺)에 속하여 백관(百官)의 반차(班次)에 관한 일을 맡음.- [註 607]
월강(越江) : 국경인 압록강을 건너는 것을 뜻함.○左議政朴元宗、左尹李坫, 還自京師, 仍啓曰: "序班崔榮語臣曰: ‘成希顔之來, 我功居多, 本國當贈我買家之物, 須將此意, 道達殿下。’ 且書簒字以示曰: ‘爾知此字耶。 中朝人多以此字, 疑爾殿下, 我力辨其不然。’ 榮於我國事, 盡心奔走者, 宜少贈送, 以答其意。 且平安、黃海兩道, 非但殘弊, 今又失農, 宜盡蘇復之策。 臣越江來, 人多訴冤者, 臣到東坡, 見星變傳旨, 不顯言太白, 外方人何知? 宜直書(大白)〔太白〕 經天之意, 以明示人。" 傳曰: "所啓事, 徐當發落, 萬里修道, 平善歸來, 良用慰悅。"
- 【태백산사고본】 3책 6권 56장 B면【국편영인본】 14책 276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외교-명(明) / 과학-천기(天氣)
- [註 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