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생이 기신재를 폐하여 음사를 금할 것을 청하다
주강에 나아갔다.
시강관 최숙생(崔淑生)이 아뢰기를,
"요즈음 민간에서 후하게 장사지내는[厚葬] 폐단은 없어지고, 다만 무당이나 음사(淫祀)만을 믿어, ‘야제(野祭)’라고 일컫고 있으며, 또 불사(佛事)를 베풀어 재산을 다 없애 가면서 귀신에게 빌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땅히 엄하게 금지해야 하는데, 반드시 위에서 먼저 스스로 금지한 후에라야 백성들이 곧 본받을 것입니다. 국가에서 조종(祖宗) 때로부터 기신재(忌晨齋)292) 를 설치한 것은 예절에 어긋난 행사입니다. 신이 듣건대, 그 날 조종(祖宗)의 위패를 목욕하여 편문(便門)으로 인도해 들이고 정로(正路)를 통하지 않으며, 부처에게 마지(摩旨)를 올리고 중에 대한 공양을 마치기를 기다려 비로소 신위(神位)에 제사를 지낸다 하니, 선왕의 혼령을 더럽히고 욕되게 함이 이보다 심할 수 없습니다. 살아 계실 때 섬기기를 예(禮)로써 하고, 돌아가서 제사지낼 때 예로써 하며 제사를 모실 때 예로써 함이 옳습니다. 청컨대, 엄하게 금지하여 이 행사293) 를 행하지 못하게 해야만 백성들의 음사(淫祀)를 금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5권 42장 B면【국편영인본】 14책 237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풍속-예속(禮俗)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사법-법제(法制)
○御晝講。 侍講官崔淑生曰: "方今民間無厚葬之弊, 但信巫覡淫祀, 名曰: ‘野祭。’ 又設佛事, 罄竭財産, 以禱于神。 此宜痛禁, 必須在上者, 先自禁絶, 然後民乃則效矣。 國家自祖宗以來, 設(忌晨齋)〔忌辰齋〕 , 非禮之擧也。 臣聞其日, 浴祖宗位板, 引入便門, 不由正路, 待飯佛供僧畢, 然後始祭於神位, 其汚辱先王之靈, 莫此爲甚。 生事之以禮, 死葬之以禮, 祭之以禮可也。 請痛加禁止, 勿行此擧, 庶可以禁民之淫祀。"
- 【태백산사고본】 3책 5권 42장 B면【국편영인본】 14책 237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풍속-예속(禮俗)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사법-법제(法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