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세창이 사신을 접대하는 일에 관해 논하다
조강에 나아갔다. 집의(執義) 경세창(慶世昌)이 음직으로 가자한 일을 아뢰고, 또 아뢰기를,
"명나라 사신이 왔을 때 태만한 관리들은 공죄(公罪)와 사죄(私罪)를 논할 것 없이 태형(笞刑) 50 이상은 모두 파직시키도록 했으므로 법을 요동할 수가 없으니, 그 정실(情實)을 자세히 보아서 형률에 따라 논죄하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 말이 그럴 듯하다. 내 생각에도 전자에 김보(金輔)와 왕헌신(王獻臣)이 왔을 때, 모든 일이 뜻에 맞지 않아 이런 걱정이 있을까 염려되기 때문에, 우선 이 법을 제정했던 것이다."
하였다. 세창(世昌)은 또 아뢰기를,
"우리 나라는 사람을 접대하는 태도가 지나치게 공손하니, 명나라 사신 왕창(王敞)·동월(董越) 등이 말하기를, ‘동방(東方) 예수(禮數)058) 는 모두가 진(秦)나라 법인 것이다. 진나라의 이사(李斯)와 조고(趙高)059) 는 그 술책을 부리려고 하여, 군주를 높이고 신하를 누르는 것으로써 명칭을 삼았지마는, 실상은 그 임금을 속인 것이다.’ 하였으니, 청컨대 명나라 사신이 올 때에는 중국의 제도에 의하여 행례(行禮)하기를 바랍니다. 신이 일찍이 《나충록(蠃蟲錄)》을 보건대, 다만 우리 조정에서만 갓끈[笠纓]이 있으니, 갓끈은 중국 제도는 아닌 것입니다. 중국 사람이 그 턱 아래에 드리운 구슬을 기롱하고 있으니, 중원(中原) 사람이 갓끈을 만드는 것은 우리 나라를 위하기 때문입니다. 폐주(廢主)의 법제(法制)가 비록 일정함이 없지마는, 다만 이 일만은 간편하게 하였는데, 소용이 없는 물건을 비싼 값을 쳐서 지나치게 사들이고 있으니, 그 제도를 폐지하기를 청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예도(禮度)는 이미 풍속을 이루었고 명나라 사신도 일찍이 이를 보았으니, 지금 고칠 수는 없다. 갓끈은 비록 중국 제도는 아니지마는, 우리 조정에서 중국 제도를 따르지 않는 것이 자못 많으니, 다 고칠 필요는 없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5권 6장 A면【국편영인본】 14책 219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외교-명(明) / 의생활(衣生活) / 역사-고사(故事)
○丙午/御朝講。 執義慶世昌啓蔭加事。 且曰天使時緩慢官吏, 勿論公私罪, 笞五十以上, 皆令罷職, 法不可搖動, 莫如觀其情, 實依律論罪。" 上曰: "此言然矣。 予意以爲: ‘前者金輔、王獻臣之來, 凡事不稱意慮,’ 有此患, 故姑立此法耳。" 世昌又曰: "我國禮貌過恭, 天使王敞、董越等曰: ‘東方禮數皆秦法也。 秦之斯、高欲售其術, 以尊君抑臣爲名, 而實欺其君也。’ 請於天使來時, 依中朝之制行禮。 臣嘗見《嬴蟲錄》, 唯我朝有笠纓, 笠纓非中朝制也。 華人譏其頷下垂珠, 中原人造笠纓, 爲我國也。 廢主法制雖無常, 而唯此事爲便, 以無用之物, 而濫施高價, 請廢其制。" 上曰: "禮度則已成風俗, 天使曾見之, 今不可改也。 笠纓雖非華制, 我朝不遵華制者頗多, 不必盡改也。"
- 【태백산사고본】 3책 5권 6장 A면【국편영인본】 14책 219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외교-명(明) / 의생활(衣生活)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