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청 당상과 낭관이 사국의 일을 누설하는 사람을 다스리는 법을 정하도록 건의하다
일기청(日記廳) 당상과 낭관이 아뢰기를,
"집에 간직하고 있는 사초(史草)를 일기청에 바치는 기일이 서울은 5월 그믐인데 이제 기일이 지났어도 바치지 않아 일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이는 반드시 바르게 쓴 사람이, 사람들이 누설할까 두려워하여 무오년398) 의 일로써 경계를 삼기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다. 사필을 잡는 자는 바르게 써야 하는 것이니, 모름지기 폐주가 난을 이루게 된 까닭을 바르게 써야 전하께서 중흥하신 왕업(王業)이 밝혀질 것입니다. 사기(史記)는 한때의 일만이 아니고 만세에 경계를 보여 주는 큰 법입니다.
예종(睿宗) 때에 강치성(康致誠)·원숙강(元叔康)·민수(閔粹) 등이 한림(翰林)이 되어 권신의 일을 바르게 썼다가 위세가 두려워 다시 지워버린 것이 탄로되어 즉시 무거운 법으로 다스리고 또한 부처(付處)된 자도 있었습니다. 이제 사국의 일을 누설하는 사람은 법을 정하여 그 조짐을 막도록 하소서. 지금 예문관 상소에도 또한 무오년 일을 누설한 사람을 벌하고자 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사국의 일은 삼공(三公)과 함께 의론하여 하도록 하라."
하자, 삼공이 아뢰기를,
"일기청에서 아뢴 것이 옳습니다. 사국의 일은 비밀히 하여야 하므로 마땅히 무거운 법을 세워야 합니다."
하니, ‘그리하라.’ 전교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3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14책 158면
- 【분류】역사-편사(編史)
- [註 398]무오년 : 연산군 4년 무오 사화.
○日記廳堂上郞官啓曰: "家藏史草納廳日期, 京中則五月晦日, 而今過限不納, 故未得始事。 此必直筆者, 畏人漏洩, 以戊午之事爲戒故然耳。 秉史筆者, 不容不直, 須直書廢主致亂之由而後, 殿下中興之業明矣。 史記, 非徒一時之事, 萬世垂戒之大法也。 睿宗朝, 康致誠、元叔康、閔粹等, 爲翰林, 直書權臣之事, 而畏威勢還削去, 事露, 卽置之重典, 亦有付處者。 今史局事漏洩者, 請立法, 以杜其漸。 今藝文館上疏, 亦欲罪戊午漏洩之人矣。" 傳曰: "史局事, 與三公同議爲之。" 三公啓曰: "日記廳所啓然矣。 史局義當秘密, 宜立重法。" 傳曰: "可。"
- 【태백산사고본】 2책 3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14책 158면
- 【분류】역사-편사(編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