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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 1권, 중종 1년 12월 1일 을사 3번째기사 1506년 명 정덕(正德) 1년

좌의정 박원종 등이 유빈·이과·김준손 등의 반정 격문을 사책에 적으라 아뢰다

좌의정 박원종·우의정 유순정·이조 판서 성희안 등이 아뢰기를,

"유빈(柳濱)·이과(李顆)·김준손(金駿孫) 등은 죄를 받고 전라도에 있으면서 국운이 이미 떠나고 민심이 향하는 바를 알고서 주상(主上)을 추대하고자 옥과(玉果) 현감(縣監) 김개(金漑)로 하여금 서울에 격문을 전달하게 하였는데, 미처 이르지 않아서 전하께서 등극한 것을 듣고 돌아갔으니, 그 사기(事機)가 꾀하지 않고서도 같았습니다. 중외가 협심하여 추대한 것임을 이로써도 알 수 있으니, 마땅히 사책(史冊)에 크게 적어야 하므로 와서 아룁니다."

하였다. 그 격서(檄書)는 다음과 같다.

"삼가 생각하건대, 우리 태조 강헌 대왕(康獻大王)은 어렵게 창업하여 자손에게 물려 주셨고, 우리 세종에 이르러 덕교(德敎)가 아름답고 밝아졌으며 정화(政化)가 크게 행하여져서 예악 문물이 환하게 날로 새로워졌습니다. 우리 성종에 이르러는 한결같이 성헌(成憲)을 좇아 국용을 절약하고 인민을 사랑하여, 형벌은 죽이지 않는 것으로써 위엄을 삼고, 재물은 축재하지 않는 것으로써 부유함을 삼았습니다. 관후하게 백성을 대접하고 은례(恩禮)로 선비를 대우하며, 문무를 아울러 숭상하여 등용하니, 사람들은 쓰임을 즐거이 여기고 모두 명절(名節)을 숭상했습니다. 백성은 평안하고 물화는 풍성하여 온 세상에 근심되는 일이 없었으니, 태평스러운 정치가 이에 융성했습니다. 아깝게도 장수를 누리지 못하고 갑자기 정호(鼎湖)252) 의 슬픔을 주어, 비록 심산 궁곡이라도 달려와 호곡하지 않음이 없었음을 깊은 사랑과 두터운 은택이 인심에 젖은 때문이었습니다.

불의에 사군(嗣君)이 계승하여서는 선왕의 법을 모두 변혁하고 포학하고 무도함이 날로 심하였습니다. 부왕의 후궁을 장살(杖殺)하고 옹주와 왕자를 유배하여 죽였으며, 일을 말리는 대간을 귀양보내거나 주참하였습니다. 대신을 욕보이고 충량(忠良)을 해치되, 아비가 살육되면 아들에게 미치고 아들이 살육되면 아비에게 미치며, 형이 살육되면 아우에게 미치고 아우가 살육되면 형에게 미치니, 서로 수사(收司)253) 하고 연좌(連坐)254) 함이 진(秦)나라 법보다도 심했습니다. 죽은 자와 귀양간 자가 그 얼마인지를 몰랐는데, 모두 죄가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의 무덤을 파헤치고 재앙이 마른 해골에까지 미쳐 두골이 여기저기 거리에 매달려 있고 맨 송장이 오래도록 저자에 버려져 있으며 촌참(寸斬)하는 형벌과 뼈를 부수는 형벌을 자행하였으니, 이 또 무슨 형벌입니까?

남의 처첩을 앗아 음욕을 자행하고 남의 집을 헐어서 원유(苑囿)를 넓혔으며, 선옹의 능침은 꿩이나 토끼의 놀이터가 되고, 선성(先聖)의 사묘(祠廟)는 곰이나 호랑이의 우리로 변했습니다. 정사는 내실에 있어 명분이 문란하고 용도는 절제가 없어 공사(公私)가 탕갈되니, 징발하여 거두어 들임이 그침이 없었으므로 백성이 의지하여 살길이 없어서 늙은이를 부축하고 어린이를 이끌며 유망(流亡)이 잇달았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종실 형제의 첩을 핍박하여 서로 간통하게 하니 인륜이 벌써 두절되고 인도가 없어졌습니다. 삼년상에 있어서도 이것은 천하의 통상적인 상사인데 차마 그 상제를 단축하고, 부모의 기일은 군자가 종신토록 입은 상사인데 또한 모두 없앴으니, 이는 곧 제사 지냄이 유익함이 없다 하여 스스로 그 제사를 끊은 것입니다.

아, 슬픈 일입니다! 하늘에 있는 선왕의 영혼이 과연 평안히 흠향하시겠습니까? 말과 생각이 이에 이르니, 통곡함을 깨닫지 못하겠습니다.

기타 토목의 역사와 성색의 기호(嗜好), 대지(臺池)·유전(游畋)의 오락과 금수 화훼(花卉)의 완상 등, 일일이 다 들기 어렵습니다. 곤충 초목과 돌까지도 모두 평안할 수 없었습니다. 큰 죄가 걸(桀)·주(紂)보다도 더하니, 예로부터 나라를 망친 임금 중에 이와 같이 심한 자가 있지 않았습니다. 생민의 일시적 괴로움은 아직 족히 말할 것도 없으나, 임금 자리는 간사한 이가 엿보는 것인데, 만일 왕위를 엿보는 자가 하루 아침에 갑자기 일어난다면 괴로움을 싫어하고 평안하길 생각하는 백성이 반드시 소리가 호응하듯 그림자가 따르듯 할 것이니, 역성(易姓)의 화가 또한 걱정됩니다.

성묘(成廟)께서 26년간 경사(卿士)를 예로 대접하고 충의(忠義)를 배양한 것도 바로 오늘에 위해서입니다. 우리 성묘를 섬겨 두터운 은혜를 받고 총권(寵眷)을 입은 자가, 사직이 망하는 것을 앉아서 구경만 하고 견디고 참아 두 성을 섬기겠습니까? 하늘에 있는 성종의 영혼은 응당 구천 지하의 옛 신하들과 이미 몰래 주참한 것을 의논했을 것이고, 또 조정에 있는 공경 대부들의 녹봉만을 구차스럽게 탐하고 제몸만을 오로지 두호해서 옛 임금의 은혜를 생각하지 않음을 원망할 것입니다.

진성 대군(晉城大君)255)성종 대왕의 친아들로서, 어질고 덕이 있어서 주외가 촉망하여 구가(謳歌)하며 귀의하는 바이니, 이 분을 두고 어느 분을 우러르겠습니까? 그래서 성종의 옛 신하 모모(某某) 등은 진성(晉城)을 추대하고자 모월 모일에 의병을 일으켜 제도(諸道)에 격서를 돌리고 날을 약속하여 서울에 모일 것입니다. 조정에 있는 삼공·육경과 여러 집사(執事)들은 마땅히 속히 추대하여 종사의 위태로움을 붙들고 인신의 분함을 펴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없으면 함께 도모하고 몸을 보호해서 의병이 이르기를 기다리십시오!

태공(太公)무왕을 도와 주(紂)를 치자, 앞의 무리가 창을 거꾸로 잡고 뒤를 공격하여 배반했으니, 이때를 당하여는 무왕이 이성(異姓)으로서 혁명하였는데도 인심은 순한 것을 도와서 오히려 이와 같았는데, 지금 이 거사는 성종의 친아들을 추대하는 것이라, 하늘에 응하고 사람에 따르는 것이니, 누가 감히 이의를 가지겠습니까? 그렇지 않고 간계를 꾸미는 이가 있으면 스스로 조정의 의논이 있을 것입니다. 전쟁을 일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갑주(甲胄)를 입지 않고, 궁시(弓矢)를 들지 않을 것입니다. 믿는 건 인심이고 의거하는 바는 대의(大義)일 뿐입니다. 만약 어지러운 명령을 받들고 군사를 거느려 막는 자가 있으면, 뒤를 공격하여 배반하는 일이 사세상 반드시 이를 것입니다. 각각 마땅히 소심하게 살펴 후회를 남기지 말아야 합니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57장 B면【국편영인본】 14책 99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정론-정론(政論) / 사법-치안(治安) / 변란-정변(政變) / 역사-사학(史學)

  • [註 252]
    정호(鼎湖) : 중국 고대의 황제(皇帝)가 용을 타고 하늘에 올랐다는 곳. 제왕의 죽음을 뜻함.
  • [註 253]
    수사(收司) : 서로 규찰하여 적발하는 것.
  • [註 254]
    연좌(連坐) : 친척이나 아웃간에 죄를 연대하여 받는 것. 중국 전국 시대 진(秦)나라 상앙(商鞅)이 만든 법.
  • [註 255]
    휘 : 이역(李懌).

○左議政朴元宗、右議政柳順汀、吏曹判書成希顔等啓曰: "柳濱李顆金駿孫等被罪, 在全羅道, 知國事已去, 民心所屬, 欲推戴主上, 使玉果縣監 金旣, 傳檄于京師, 未至, 聞殿下登極而還, 其事機不謀而同。 然則中外協心推戴, 於此可見, 當大書史冊, 故來啓。" 其檄書曰:

恭惟我太祖康獻大王, 艱難創業, 以遺子孫, 逮我世宗, 德敎休明, 政化大行, 禮樂文物, 煥然日新。 及我成宗一遵成憲, 節用愛人, 刑以不殺爲成, 財以不畜爲富。 寬厚待民, 恩禮待士, 崇文、尙武, 文ㆍ武竝用, 人樂爲用, 咸尙名節。 民安、物皐, 躋世昇平, 大平之治, 於斯爲盛。 惜其不享遐算, 遽有鼎湖之悲, 雖深山、窮谷, 莫不奔走號哭, 深仁、厚澤, 浹於人心故也。 不意嗣君繼體, 盡變先王之法, 暴虐無道, 惟日以滋。 父王後宮, 杖而殺之, 翁主、王子, 流而殛之, 臺諫之言事者, 竄之誅之, 戮辱大臣, 賊害忠良。 父戮則子及; 子戮則父及, 兄戮則弟及, 弟戮則兄及, 相收司連坐, 甚於秦法。 死者、竄者, 不知其幾, 而皆非其辜。 發人之塚, 禍及枯骸, 頭骨相懸於藁街, 暴屍長留於布肆, 寸斬之刑、碎骨之辟, 此又何等刑也? 奪人之妻妾, 恣行淫欲; 破人之廬舍, 以廣苑囿; 先王陵寢, 盡爲(雉免之場)〔雉兎之場〕 ; 先聖祠廟, 變作熊處之圈。 政在宮闈, 名分紊亂; 用度無節, 公私虛竭; 徵歛無藝, 民不聊生; 扶老、携幼, 流亡相繼。 不特此也。 宗室兄弟之妾, 逼令相奸, 彝倫已斁, 人道滅矣。 至於三年之喪, 天下之通喪, 而忍短其制, 父母忌日, 君子終身之喪, 而亦皆罷之, 是乃謂祭無益, 自絶其祀也。 嗚呼! 先王在天之靈, 果安所享乎? 言念至此, 不覺痛哭。 其他土木之役, 聲色之好, 臺池、游畋之娛, 禽獸、花卉之翫, 難以覶縷。 而昆蟲、草木、石, 皆不得其寧焉。 貫盈之罪, 浮於, 自古亡國之君, 未有如是之甚者也。 生民一時之苦, 姑不足言, 大位奸之窺也, 萬一窺覦神器者, 一朝遽起, 則厭苦思安之民, 必響應而影從矣, 易姓之禍, 亦或可虞。 成廟二十六年之間, 禮接卿士, 培養忠義者, 正爲今日也。 其逮事我成廟, 受厚恩、荷寵眷者, 坐視社稷之亡, 而忍事二姓乎? 成宗在天之靈, 應與泉下舊臣, 已議陰誅, 且怨在朝公卿大夫, 苟錄容身, 不念舊主之恩也。 晋城大君諱, 成宗大王之親子也, 賢而有德, 中外屬望, 謳歌所歸, 舍此安仰? 玆以成宗舊臣某某等, 欲推戴晋城, 某月、某日, 擧義兵, 移書諸道, 約日聚京師。 在朝三公、六卿, 凡百執事, 速宜推戴, 以扶宗社之危, 以攄人臣之憤。 如不得爾, 則共謀保護, 以待義兵之至者。 太公武王伐紂, 前徒倒戈, 攻于後以北, 當是時, 武王以異姓革命, 人心助順, 尙且如此。 今此之擧, 推戴成宗親子, 應天、順人, 誰敢有異議? 不然有奸計者, 自有朝廷之議。 不以戰爭爲事, 故不甲冑、不弓矢。 所恃者人心, 所據者大義耳。 如有奉亂命將兵以禦者, 攻于後以北, 勢所必至。 各宜小省, 毋貽後悔。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57장 B면【국편영인본】 14책 99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정론-정론(政論) / 사법-치안(治安) / 변란-정변(政變)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