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례를 베풀지 말게 하다. 배우 공길이 논어를 외운 곳이 불경하다 하여 곤장치다
전교하기를,
"《주례(周禮)》에 방상씨(方相氏)가 나례를 맡아 역질을 쫓았다면 역질 쫓는 것과 나례가 진실로 두 가지 일이 아닌데, 우리 나라 풍속이 이미 역질은 쫓았는데 또 나례를 하여 역질을 쫓는 것은, 묵은 재앙을 쫓아버리고 새로운 경사를 맞아들이려는 것이니, 비록 풍속을 따라 행하더라도 오히려 가하거니와, 본디 나례(儺禮)는 배우의 장난으로 한 가지도 볼 만한 것이 없으며, 또 배우들이 서울에 떼를 지어 모이면 표절(剽竊)하는 도둑이 되니, 앞으로는 나례를 베풀지 말아 옛날 폐단을 고치게 하라."
하였다.
이보다 앞서 배우 공길(孔吉)이 늙은 선비 장난을 하며, 아뢰기를,
"전하는 요(堯)·순(舜) 같은 임금이요, 나는 고요(皐陶) 같은 신하입니다. 요·순은 어느 때나 있는 것이 아니나 고요는 항상 있는 것입니다."
하고, 또 《논어(論語)》를 외어 말하기를,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으면 아무리 곡식이 있더라도 내가 먹을 수 있으랴."
하니, 왕은 그 말이 불경한 데 가깝다 하여 곤장을 쳐서 먼 곳으로 유배(流配)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60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14 책 33 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사법-행형(行刑) / 풍속-풍속(風俗) / 보건(保健) / 역사-고사(故事) / 신분-천인(賤人)
○傳曰: "《周禮》方相氏, 掌儺以逐疫, 則逐疫與儺, 固非二事。 而國俗旣逐疫, 又設儺逐疫者, 逐舊災迎新慶, 雖循俗行之猶可, 若儺禮, 則皆是俳優之戲, 無一事可觀。 且優人群聚京城, 剽竊爲盜, 自今勿設儺禮, 以革舊弊。" 先是優人孔吉, 作老儒戲曰: "殿下爲堯、舜之君, 我爲皋陶之臣。 堯、舜不常有, 皋陶常得存。" 又誦《論語》曰: "君君臣臣父父子子。 君不君臣不臣, 雖有粟, 吾得而食諸?" 王以語涉不敬, 杖流遐方。
- 【태백산사고본】 16책 60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14 책 3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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