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홍이 평안·황해에서 뽑은 홍녀 20인이 임금의 명에 맞지 않는다고 아뢰다
채홍사(採紅使) 임사홍(任士洪)이 개성부(開城府)에 있으면서 종사관(從事官)인 병조 정랑(兵曹正郞) 윤귀수(尹龜壽)를 보내어 아뢰기를,
"신이 평안·황해 두 도에서 홍녀(紅女) 20여 인을 뽑았사온데, 전에 내리신 유지(諭旨)에 ‘자색(姿色)이 있고 음률(音律)을 알고 호기(豪氣)가 있는, 이 세 가지를 겸한 자를 뽑아오라. 만약 재주가 성취하지 못할 자라면 왕래하는 폐해만 있을 뿐이다.’ 하셨는데, 이제 신이 선택한 바에는 한 사람도 음률을 아는 자가 없으므로 유지의 뜻에 어긋나오니, 어찌하리까?"
하니, 전교하기를,
"이미 뽑았으면 거느리고 와서 복명(復命)함이 옳거늘, 제가 하룻길의 개성부에 있으면서 사람을 보내어 취품(取稟)하는 것이 무엇이냐? 전에 사홍이 여러 사류(士類)에게 배척을 받기 거의 수십 년에, 내가 특별히 들어 써서 마치 물에서 구원하고 불에서 건져 준 것과 같으니, 힘을 다해 나라를 위하여 집을 잊어야 하거늘, 만약 두터운 사랑을 받는 것을 믿고 임금의 일을 소홀히 한다면 참으로 소인(小人)이다. 대저 사홍은 재주는 넉넉하나 생각이 모자라는 자이다. 윤귀수는 사피(辭避)하고 오지 않아야 하는데도 감히 그 뜻을 받고 와서 아뢰었으며, 정원(政院)도 마땅히 아뢰지 않았야 할 것인데도 아뢰었으니, 다 녹(祿)만 지키고 몸을 용납하려는 사람들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59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14 책 20 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採紅使任士洪, 在開城府, 遣從事官兵曹正郞尹龜壽啓: "臣於平安、黃海兩道, 採紅女二十餘人。 但前下諭旨內, ‘以有姿色解音律有豪氣, 兼斯三者取來。 若不成才, 徒爲往來有弊而已。’ 今臣所擇, 無一人解音律者, 有乖諭旨之意, 如之何?" 傳曰: "旣已採取, 則率來復命可也, 而身在開城府一日之程, 遣人取稟何也? 前者士洪, 見斥於群類, 幾數十年, 予特擧用, 如援之於水, 拯之於火, 當盡力爲國忘家, 若自恃眷重, 忽於王事, 則誠小人矣。 大抵士洪, 才有餘而計不足者也。 尹龜壽宜辭避不來, 而敢承其意來啓, 政院亦不當啓而啓之, 皆持祿容身之人也。"
- 【태백산사고본】 16책 59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14 책 20 면
- 【분류】왕실-비빈(妃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