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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 58권, 연산 11년 6월 8일 신유 3번째기사 1505년 명 홍치(弘治) 18년

중궁의 덕을 권장하고자 옥책 등을 내리고, 자순 왕대비께도 존호를 올리고자 하다

승정원에 전교하기를,

"중궁에게 옥책(玉冊)을 내리면 휘호(徽號)가 없어서는 안 되며, 자순 왕대비(慈順王大妃)께도 존호(尊號)를 올려야 옳다. 세조(世祖)께서는 집을 화(化)하여 나라로 만드셨고, 성종(成宗)께서도 수성(守成)한 성군(聖君)이시니, 또 소혜 왕후(昭惠王后)258) 같은 분도 다 추숭(追崇)해야 옳다. 이러하니 옥책도 고쳐야 하느냐? 바야흐로 이제 간흉(奸兇)이 모조리 제거되어 국가가 맑고 밝으며 풍속이 크게 변하였으니, 세상이 태평하다 하겠다. 예로부터 기린·봉황·거북·용은 다 상서(祥瑞)로 여겨 왔으나, 상서라 하여 역사에 쓰는 것이 당시에 친히 보는 것만 못하니, 존숭(尊崇)의 여러 가지 일을 정승·예관(禮官) 등을 불러 의계(議啓)하게 하라."

하매, 영의정 유순(柳洵)·좌의정 박숭질(朴崇質), 우의정 강귀손(姜龜孫), 예조 판서 김감(金勘), 참판 안윤량(安允良), 참의 심광보(沈光輔)가 아뢰기를,

"상의 분부가 윤당하십니다. 다만 신들의 생각으로는, 중궁의 어진 덕이 다 성덕(聖德)의 융성하신 데 말미암았고, 성상께서 간흉을 제거하시어 공이 종묘 사직을 빛내셨으니, 먼저 존호를 올리어 공덕을 포양하고, 그런 뒤에 중궁께 휘호를 내리고 대비께 휘호를 더하여 올리고 선왕·선후께 추숭하는 의전(儀典)들을 차례로 거행함이 사체(事體)에 합당합니다. 또 추숭하는 의식에는 따로 새 옥책을 만드는 것이 마땅하며 고칠 것이 없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내가 덕이 없음을 생각하면 존호를 일컫기에 매우 부끄럽다. 그러나 이번에 간흉을 제거하여 조야(朝野)가 맑고 밝졌으므로, 공이 종묘 사직을 빛냈다 하겠으니, 존호 또한 부득이하다. 간신이 조장에 있으면 화난이 참혹하니, 혹 조정에 끼어 있을 것 같으면, 한때의 부끄러움일 뿐 아니라 만세 뒤와 구천(九泉) 아래에서 그 통분함을 어찌 이루 말하랴! 나 같이 덕 없는 임금을 후세에 누가 종(宗)으로 일컬으랴마는, 어느 임금 때에 능히 간신을 눌러 기미에 앞서 제거하였다고 일컫는다면 어찌 아름답지 않으랴! 이는 실로 종묘 사직의 경사이며 세조·성종께서 잠잠히 도우신 힘이다.

중국의 덕이 지극하여 기려 권장하고자 한 지 이미 오래이다. 임어(臨御)한 지 오래지 않아서 덕택이 온 나라에 흡족하지 못하므로 거행하지 못하였을 따름이다. 이에 풍속을 변화시킨 때를 당하여 존숭·추숭하는 의전을 차례로 거행함이 옳지 않으랴? 대비께서는 은혜가 친어머니와 같으니, 내가 10살이 되기 전에 모후(母后)께서 폐위(廢位)되시매 대비께서 기르신 은혜를 어찌 이루 갚으랴. 대비의 옥책을 이런 뜻으로 지으라."

하고, 또 전교하기를,

"중궁을 포숭(褒崇)하는 의전을 중외(中外)에 선포하면 후궁들이 보고 감화될 것이며, 사대부의 아내로부터 온 나라에 미쳐서 누구나 우러러 바라보고 진작될 것이니, 혹 이 거조(擧措)를 비방하는 무식한 사람이 있더라도 논할 것이 못된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58권 9장 B면【국편영인본】 14 책 5 면
  • 【분류】
    왕실-사급(賜給)

  • [註 258]
    소혜 왕후(昭惠王后) : 덕종비.

○傳于承政院曰: "賜中宮玉冊, 則不可無徽號, 慈順王大妃, 亦可上尊號也。 世祖化家爲國, 成宗亦守成聖君也, 又如昭惠王后, 皆可追崇。 如此則玉冊亦可改耶? 方今奸兇盪除, 國家淸明, 風俗丕變, 可謂躋世昇平矣。 自古麟、鳳、龜、龍, 皆以爲祥瑞, 然以爲祥瑞, 而垂之竹帛, 不如當時親見也。 尊崇諸(爭)〔事〕 , 其召政丞禮官等, 議啓。" 領議政柳洵、左議政朴崇質、右議政姜龜孫、禮曹判書金勘、參判安允良、參議沈光輔啓: "上敎允當。 但臣等以爲, 中宮賢德, 皆原於聖德之隆。 聖上剪除奸兇, 功光宗社, 宜先上尊號, 以褒揚功德, 然後賜中宮徽號, 加上大妃徽號, 與追崇先王先后等儀, 次第行之, 允合事體。 且追崇之儀, 宜別作新冊, 不須改也。" 傳曰: "顧予薄德, 深愧尊號之稱然, 今者剪除奸兇, 朝野淸明, 可謂功光宗社, 尊號亦不得已也。 奸臣之在朝, 爲禍慘矣, 如或間於朝廷, 則非特爲一時之羞, 萬世之後, 九泉之下, 其痛憤何可勝言? 如予薄德之君, 後世誰肯以宗稱之, 然若稱某王之時, 能制奸臣, 先機剪除, 則豈不美乎? 玆實宗社之慶, 世祖成宗默祐之力也。 中宮之德至矣, 欲褒奬已久。 只緣臨御未久, 德澤未洽於四方, 故未能擧耳。 玆當化俗之時, 尊崇、追崇之典, 次第擧行, 無乃可乎? 大妃恩同親母, 予在十歲之前, 母后廢位, 大妃(鞫)〔鞠〕 育之恩, 何可勝報? 大妃玉冊, 其以此意製之。" 又傳曰: "褒崇中宮之典, 布諸中外, 則後庭之人, 觀瞻感化, 而士大夫之妻, 以及四方, 無不仰望興起矣。 雖或有無識之人, 非議此擧者, 不足論也。"


  • 【태백산사고본】 16책 58권 9장 B면【국편영인본】 14 책 5 면
  • 【분류】
    왕실-사급(賜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