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향하는 때에 쇠고기를 쓰게 하니, 백성들이 물건 실은 소까지 다 빼앗기다
승정원(承政院)에 전교하기를,
"앞서 연향(宴享) 때에 쇠고기를 쓰지 않았음은 농사를 위해서이나, 중국에서는 우리 나라 사람을 공궤(供饋)함에는 오히려 쇠고기를 쓰니, 이제 쓸 수 있으며, 더구나 연향은 여느 일과 다르니 써도 무방하리라. 아울러 정승 및 예관(禮官)에게 물으라."
하매, 승지들이 아뢰기를,
"어리석은 백성이 농사의 근본이 여기에 있는 줄 모르고 함부로 잡으므로 그것을 금지하였으나, 공상(供上)에는 써도 무방합니다."
하고, 정승 및 예조는 아뢰기를,
"상의 분부가 윤당하십니다."
하니, 또 전교하기를,
"앞서 까닭없이 소를 잡은 자는 전가 사변(全家徙邊)하고, 나라에서 법금(法禁)이 있는데, 승복(承服)하지 않으면 형신(刑訊)까지 하기에 이르렀으나, 그중에는 어찌 범법(犯法)이 없겠으며, 애매한 자가 없으랴! 앞으로는 소가 병들거나 늙어서 농토에서 일할 수 없는 것을 본주(本主)가 고하거든, 서울에서는 한성부(漢城府)가 외방에서는 소재관(所在官)이 검험(檢險)하여 낙인(烙印)해 주고, 잡아서 가죽을 벗긴 뒤에 또 관가에 신고하면, 다시 검험하여 가죽에 낙인하여 절계(節季)마다 본주의 이름 및 소의 수를 개록(開錄)170) 하여 아뢰라. 또 모든 연향에 모두 쇠고기를 쓰라."
하매, 정승 및 예조가 아뢰기를,
"늙거나 병든 소는 쓸데없고 먹이기에 형세가 어려우니, 관가에 신고하여 잡는 것이 매우 옳으며, 또 연향 때에 쇠고기를 쓰면 노루·사슴을 많이 쓸 것 없으니, 이 또한 좋은 법입니다. 상의 분부가 윤당하십니다."
하였다.
이로부터 여느 때의 흥청을 공궤하는 데에도 다 쇠고기를 쓰니, 날마다 10여 두(頭)를 잡아 수레로 실어들였다. 노상에 수레를 끌거나 물건을 실은 소까지도 다 빼앗아 잡으니, 백성이 다 부르짖어 곡(哭)하였고, 또 군현(郡縣)으로 하여금 계속하여 바치되, 가까운 도(道)에서는 날고기로, 먼 도에서는 포(脯)를 만들게 하였다. 또 왕이 소의 태(胎)를 즐겨 먹으므로 새끼를 낳은 배가 부른 소는 태가 없을지라도 잡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57권 27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694 면
- 【분류】농업-축산(畜産) / 사법-법제(法制)
- [註 170]개록(開錄) : 벌여 적는 것 낱낱이 열기함.
○乙亥/傳于承政院曰: "前此宴享時, 不用牛肉, 爲農事也。 然中朝饋我國人, 尙用牛肉, 今可用之。 況宴非常事, 用之無妨。 竝問政丞及禮官。" 承旨等啓: "愚民不知農事之本在此, 而妄爲屠殺, 故禁之。 然於供上, 用之無妨。" 政丞及禮曹啓: "上敎允當。" 又傳曰: "前此無故屠牛者, 全家徙邊, 國有法禁, 不服則至於刑訊。 然其間豈無犯法, 又豈無曖昧者乎? 今後牛或病或老, 不能服事田畝者, 令本主進告, 京則漢城府, 外則所在官檢驗烙印, 宰(剝)〔殺〕 後, 又申官更驗, 皮張烙印, 每節季, 主名及牛數開錄以啓。 且一應宴享, 竝用牛肉。" 政丞及禮曹啓: "老病之牛無可用, 畜之勢難, 告官宰殺甚可。 且宴享時用牛肉, 則獐鹿不必多用, 此亦良法。 上敎允當。" 自是, 常時供饋興淸, 皆用牛肉, 日屠十餘頭, 車載以入。 行路駕車載物之牛, 皆奪而屠之, 民皆號哭。 又令郡縣續進, 近道則生肉, 遠道則作脯。 且王好食牛胎, 故乳牛之脹腹者雖不胎, 無不見屠。
- 【태백산사고본】 16책 57권 27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694 면
- 【분류】농업-축산(畜産) / 사법-법제(法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