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때 이항의 첩 기생 소홍립이 수심에 찬 얼굴로 노래하였다 하여 같이 죄주다
왕이 종친들과 옛 성균관(成均館) 하연대(下輦臺)에서 활쏘기를 하며, 기생 풍악을 베풀어 아주 즐겁게 놀고, 사복시(司僕寺)의 말 13필을 가져다 사관(射官)들로 하여금 승부를 겨루도록 하고, 전교하기를,
"기생 소홍립(笑紅粒)은 이항(李㤚)의 첩이었으니, 항을 통하여 혹 금내(禁內)의 일을 들었을 것이다. 항이 서인이 되어 먼 지방에 있으니, 이 기생은 반드시 원한을 품고 궁중의 일을 누설하였을 터이니, 그를 형신(刑訊)하라. 대저 창기(唱妓)를, 혹은 노류 장화(路柳墻花)라 하고, 혹은 동가식 서가숙(東家食西家宿)한다 하였다. 그런데 이 기생은 노래부를 때에 항상 수심에 찬 얼굴을 하고 노래도 화한 음성이 없다. 대저 풍악은 화기를 통창(通暢)하는 것으로 마음에 걱정이 있으면 울적하여 통창하지 못하는 것이니, 공자(孔子)가 10일에야 비로소 성음(成音)462) 하고, 백아(伯牙)는 뜻이 산수(山水)463) 에 있었다는 것이 모두 이런 것이다. 음식(飮食)에 비하면, 근심이 있는 사람은 비록 온갖 음식이 앞에 있다 할지라도 먹는 것이 달지 않는 것이다. 옛 시(詩)464) 에,
얼굴을 들면 나는 새를 보고,
머리를 돌려 잘못 사람을 대한다.
하였으니, 어찌 이 기생의 마음에 근심이 있어 그런 노래를 하므로 이렇게 울적하여 통창하지 못한 것인지 알겠는가. 또 이 기생은 서울에 둘 수 없으니, 형신한 뒤에 먼 변방으로 보내고, 또 이봉(李㦀)도 역시 첩이 있을 터이니, 아울러 상세히 국문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55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656 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종친(宗親) / 신분-천인(賤人) / 사법-재판(裁判)
- [註 462]공자(孔子)가 10일에야 비로소 성음(成音) : 십일 성음(十日成音) 《예기(禮記)》 단궁(檀弓) 상편(上篇)에 "공자가 대상(大祥)을 지낸 지 5일 만에 거문고를 탔으나 소리를 이루지 못하고, 10일 만에야 생가(笙歌)가 제대로 되었다.[孔子旣祥五日 彈琴而不成音 十日而成笙歌]" 하였음.
- [註 463]
백아(伯牙)는 뜻이 산수(山水) :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종자기(鍾子期)는 듣기를 잘 하였는데, 백아가 거문고를 타며 뜻이 높은 산에 있으며, 자기가 듣다가 말하기를 ‘좋다 아아(峩峩)하여 태산 같도다.’ 하고, 뜻이 유수(流水)에 있으면, 자기가, ‘좋다 양양(洋洋)하여 강하(江河) 같도다.’ 하여, 백아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자기가 반드시 알았다고 함.- [註 464]
옛 시(詩) : 두보(杜甫)의 시.○甲戌/王與宗親射于舊成均館下輦臺, 設妓樂極歡, 命取馬十三匹于司僕寺, 令射官賭之。 傳曰: "妓笑紅粧 㤚之妾, 因㤚或聞禁內之事矣。 㤚爲庶人, 在遐方, 此妓必怨懟, 說宮中之事, 其刑訊。 夫娼妓或云路柳墻花, 或云東家食而西家宿。 然此妓於唱歌之時, 常有愁容, 歌無和聲。 夫樂者, 所以通暢和氣者, 其心有憂, 則鬱積不暢。 如孔子之十日始成音, 伯牙志在山水, 皆是也。 比之飮食, 憂者雖百味在前, 食之不甘。 古云: ‘仰面貪看鳥, 回頭錯應人。’ 安知此妓之心有憂, 而發其歌, 故如此鬱積不通乎? 且此妓不可在京城, 刑訊後投之遐裔。 又㦀亦必有妾, 竝詳鞫之。"
- 【태백산사고본】 15책 55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656 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종친(宗親) / 신분-천인(賤人) / 사법-재판(裁判)
- [註 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