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군과 봉안군을 곤장 때리다
전교하기를,
"안양군(安陽君) 이항(李㤚)과 봉안군(鳳安君) 이봉(李㦀)을 목에 칼을 씌워 옥에 가두라."
하고, 또 전교하기를,
"숙직 승지 두 사람이 당직청에 가서 항과 봉을 장 80대씩 때려 외방에 부처(付處)하라. 또 의금부 낭청(郞廳) 1명은 옥졸 10인을 거느리고 금호문(金虎門) 밖에 대령하라."
하고, 또 전교하기를,
"항·봉을 창경궁(昌慶宮)으로 잡아오라."
하고, 항과 봉이 궁으로 들어온 지 얼마 뒤에 전교하기를,
"모두 다 내보내라."
하였다. 항과 봉이 나오니 밤이 벌써 3경이었다.
항과 봉은 정씨(鄭氏)의 소생이다. 왕이, 모비(母妃) 윤씨(尹氏)가 폐위되고 죽은 것이 엄씨(嚴氏)·정씨(鄭氏)055) 의 참소 때문이라 하여, 밤에 엄씨·정씨를 대궐 뜰에 결박하여 놓고, 손수 마구 치고 짓밟다가, 항과 봉을 불러 엄씨와 정씨를 가리키며 ‘이 죄인을 치라.’ 하니 항은 어두워서 누군지 모르고 치고, 봉은 마음속에 어머니임을 알고 차마 장을 대지 못하니, 왕이 불쾌하게 여겨 사람을 시켜 마구 치되 갖은 참혹한 짓을 하여 마침내 죽였다.
왕이 손에 장검을 들고 자순 왕대비(慈順王大妃) 침전 밖에 서서 큰 소리로 연달아 외치되 ‘빨리 뜰 아래로 나오라.’ 하기를 매우 급박하게 하니, 시녀들이 모두 흩어져 달아났고, 대비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왕비 신씨(愼氏)가 뒤쫓아가 힘껏 구원하여 위태롭지 않게 되었다.
왕이 항과 봉의 머리털을 움켜잡고 인수 대비(仁粹大妃) 침전으로 가 방문을 열고 욕하기를 ‘이것은 대비의 사랑하는 손자가 드리는 술잔이니 한 번 맛보시오.’ 하며, 항을 독촉하여 잔을 드리게 하니, 대비가 부득이하여 허락하였다. 왕이 또 말하기를, ‘사랑하는 손자에게 하사하는 것이 없습니까?’ 하니, 대비가 놀라 창졸간에 베 2필을 가져다 주었다. 왕이 말하기를 ‘대비는 어찌하여 우리 어머니를 죽였습니까?’ 하며, 불손한 말이 많았다. 뒤에 내수사(內需司)를 시켜 엄씨·정씨의 시신을 가져다 찢어 젓담그어 산과 들에 흩어버렸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52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598 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국왕(國王) / 왕실-비빈(妃嬪) / 사법-행형(行刑) / 변란(變亂)
- [註 055]엄씨(嚴氏)·정씨(鄭氏) : 둘 다 성종(成宗)의 후궁인 귀인(貴人). 엄씨는 딸 공신 옹주(恭愼翁主)가 있었는데 청녕위(淸寧尉) 한경침(韓景琛)에게 출가하고, 정씨는 아들 안양군(安陽君) 항(㤚)과 봉(㦀)이 있고, 딸 정혜 옹주(靜惠翁主)는 청평위(淸平尉) 한기(韓紀)에게 출가하였음.
○傳曰: "安陽君 㤚、鳳安君 㦀鎖項囚獄。" 又傳曰: "直宿承旨二人往當直廳, 杖㤚、㦀各八十, 付處外方。 且義禁府郞廳一員領獄卒十人, 待命于金虎門外。" 又傳曰: "㤚、㦀拿來于昌慶宮。" 㤚、㦀入宮良久, 傳曰: "竝皆放送。" 㤚、㦀出, 夜已三鼓。 㤚、㦀 鄭氏之出。 王以母妃尹氏廢死, 由於嚴、鄭之譖, 夜縛嚴、鄭于宮庭, 手自亂擊踐踏之, 召㤚、㦀, 指嚴、鄭曰: "撲此罪人。" 㤚暗不知爲誰撲之, 㦀心知其爲母, 不忍加杖。 王不之快, 令人亂撲, 備諸慘酷, 竟殺之。 王手劎立慈順王大妃寢殿外, 厲聲連叫曰: "速出庭下。" 甚迫。 侍女皆散走, 大妃猶不出, 賴王妃愼氏追到力救, 得不危。 王捽㤚、㦀髮, 至仁粹大妃寢殿, 開戶辱之曰: "此大妃愛孫, 所進觴可一嘗。" 督㤚進爵, 大妃不得已許之。 王又曰: "愛孫其無賜乎?" 大妃驚, 遽取布二匹賜之。 王曰: "大妃何殺我母?" 多有不遜之辭。 後令內需司取嚴、鄭屍, 裂而醢之, 散棄山野。
- 【태백산사고본】 14책 52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598 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국왕(國王) / 왕실-비빈(妃嬪) / 사법-행형(行刑) / 변란(變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