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귀달과 이세좌의 죄를 논하다
경기 관찰사 홍귀달(洪貴達)이 아뢰기를,
"신의 자식 참봉(參奉) 홍언국(洪彦國)의 딸이 신의 집에서 자랍니다. 처녀이므로 예궐(詣闕)하여야 되는데, 마침 병이 있어 신이 언국을 시켜 사유를 갖추어 고하게 하였는데, 관계 관사에서 예궐하기를 꺼린다 하여 언국을 국문하게 하였습니다. 진정 병이 있지 않다면 신이 어찌 감히 꺼리겠습니까? 지금 비록 곧 들게 하더라도 역시 들 수 없습니다. 언국의 딸이기는 하지만 신이 실은 가장(家長)이기로 대죄(待罪)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언국을 국문하면 진실과 허위를 알게 될 것이다. 아비가 자식을 위하여 구원하고 아들이 아비를 위하여 구원하는 것은 지극히 불가한 일이니, 귀달도 함께 국문하라."
하였다. 이어 승정원에 전교하기를,
"귀달의 아뢴 말이 옳으냐, 그르냐? 이런 말을 정원에서 입계(入啓)하니 어쩐 일이냐? 아울러 정원도 국문하라."
하니, 승지 박열(朴說) 등이 아뢰기를,
"대신이 아뢰는 말을 막아 가리울 수는 없었습니다."
하였다. 또 귀달에게 전교하기를,
"누가 곧 입궐(入闕)하라 하였기에 이런 패역(悖逆)한 말을 하느냐? 그 불공함이 이세좌(李世佐)가 하사주(下賜酒)를 기울여 쏟은 죄와 다름이 없다. 대신이 이런 마음을 가지고서 관찰(觀察)의 소임을 할 수 있겠느냐? 그 직첩(職牒)을 거두라. 도승지는 장관(長官)이 되어, 귀달의 불공한 말을 입계(入啓)하였다. 대신의 아뢰는 말을 막아 가리지는 못하더라도, 죄를 청할 수는 있는데, 그러지 않았으니, 따로 전지(傳旨)를 만들어 국문하라."
하였는데, 승지 이계맹(李繼孟)이 아뢰기를,
"승지들이 전원 국문을 받으니, 누가 추고(推考)할 전지를 짓겠습니까?"
하니, 승정원에 전교하기를,
"귀달(貴達)이 대신이니 백관의 사표(師表)라 할 수 있는데, 이런 불공한 말을 아뢰었다. 대저 대신이 재상이노라 하지 않고 그 마음을 경계하고 조심하면 신진(新進) 선비들이 역시 본받게 될 것인데, 그 위를 업신여김이 세좌(世佐)와 같다. 정원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니, 승지 성세순(成世純)·이의손(李懿孫)·강징(姜澂)이 아뢰기를,
"귀달이 제 지위를 믿고 불공한 말을 한 것인지, 그 마음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말은 그릅니다."
하였다. 사헌부 대사헌 이자건(李自健) 등을 명소(命召)하여, 김자원(金子猿)으로 하여금 바로 귀달의 아뢴 사연을 전달하여 이르기를,
"어세(語勢)가 불공하니, 오로지 위를 업신여기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사헌부의 의견은 어떠한가?"
하니, 자건 등의 아뢰기를,
"귀달이, 필시 그 아들이 죄를 입을까 두려우므로 와서 구원한 것입니다. 또한 ‘비록 곧 들게 하시더라도 예궐할 수가 없습니다.’는 말은 지극히 불공합니다. 신들이 지금 전교를 듣고 놀라는 마음 이를 데 없습니다."
하였다. 전교하기를,
"군신의 분의는 엄히 하지 않을 수 없다. 군신의 분의가 엄하지 않으면 상하가 문란하여 이적(夷狄)이나 다를 것이 없다. 이러므로 자주 전교와 전지를 내려 폐습(弊習)을 없애려는 것인데, 그럭저럭 고쳐지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 전일 이세좌(李世佐)가 하사주를 기울여 쏟아 나의 옷을 적시기까지 하였으니, 그 죄가 불경을 범한 것이다. 신하로서 죄가 무엇이 불경보다 크겠는가? 대간(臺諫)인 자 의당 탄핵하여야 할 것인데, 그의 세력이 두려워 입을 다물고 아무 말이 없었으나, 세좌는 이미 죄를 주었다.
대저 지금 대간은 그 근거를 보면, 재상은 세력이 두려워 말하지 않고, 고단한 세력 없는 사람을 보면 반드시 탄핵 논란하여 말지 않는데, 대간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재상까지 한 사람도 말하는 자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이어 대간이나 재상된 자들이 서로 붕당(朋黨)이 되어 인군을 위에 고립되게 하니, 이렇게 하기를 말지 않는다면 우리 나라의 오래되고 먼 왕업(王業)이 반드시 장차 떨어지고 말 것이다.
앞서 무오년044) 붕당의 무리들이 이미 중한 벌을 받았으니, 앞 수레의 엎어짐을 역시 거울삼아야 할 것인데, 그런 풍습이 다 없어지지 않고 아직도 남아 있으니, 이런 폐습은 없애지 않을 수 없다. 물에 비한다면 아직 터지지 않았을 때에는 둑을 쌓아 막을 수 있지만 무너져 넘친 뒤에는 사세가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예전에 이르기를 ‘네가 면대하여서는 따르고 물러가서는 뒷말하지 말라.[爾無面從 退有後言]’ 하였는데, 재상들이 항상 인군의 앞에서는 모두들 ‘인군의 명은 죽어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물러가게 되면 말과 사실이 틀리니, 이 어찌 되겠는가? 지금 귀달의 아뢴 것은, 대개 이세좌가 공경스럽지 못한 죄를 범하였는데도 중한 죄로 다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패역(悖逆)한 말은, 친구간이라도 좀 높은 자에게는 감히 하지 못할 것인데, 하물며 인군의 앞에서 이겠는가? 국문하라."
하니, 자건 등이 아뢰기를,
"성상의 하교가 지당하십니다. 세좌(世佐)는 과연 중한 죄를 범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감히 다시 추론(追論)하기를 청하지 못하지만, 귀달 역시 불경의 죄를 범하였으니, 추국(推鞫)하여 죄주기 청합니다."
하였다. 전교하기를,
"의정부 및 육조(六曹)를 부르고 또 승지들을 머물러 물러가지 말게 하라."
하니, 대개 홍귀달·이세좌(李世佐) 등의 일을 의논하려 한 것이다. 성준(成俊)·이극균(李克均)이 병으로 예궐(詣闕)하지 못하자, 주서(注書) 이희보(李希輔)·윤귀수(尹龜壽)를 보내어 묻기를,
"이세좌가 중죄를 지고 귀양갈 때에 재상이나 대간(臺諫)이 그 세력을 무서워하여 한 사람도 그 처벌이 경함을 말하지 않았고, 방면될 때에도 역시 누구 하나 빨리 풀려온 것에 대해 말한 자가 없었다. 모든 재상들이 이 때문에 교만해져 모두들 ‘아무개도 귀양간 지 얼마 안 되어 돌아왔으니, 내가 죄를 입더라도 역시 오래지 않아 방면될 것이다.’ 하여, 귀달 역시 경계하지 않고 공손스럽지 못한 말을 한 것이니, 지금 마땅히 국문하여 죄주어야 한다. 세좌가 지금 방면되었지만 하필 성 안에 있게 해야겠느냐? 성 밖에 두는 것이 어떤가? 혐의하지 말고 말하라."
하니, 성준·이극균이 아뢰기를,
"세좌가 당초 중한 죄를 범하였는데, 오래지 않아 풀려났으니, 성상의 은혜가 지극히 중합니다. 지금 또 그 집에 편안히 있는 것은 지극히 지나친 일이니, ‘성 밖에 둔다.’는 성상의 하교가 지당하십니다."
하고, 윤필상(尹弼商)·유순(柳洵)·박건(朴楗)·강귀손(姜龜孫)·신준(申浚)·김응기(金應箕)·이집(李諿)·허침(許琛)·정미수(鄭眉壽)·송질(宋軼) 등은 아뢰기를,
"세좌의 죄는 과연 중합니다. 당초 놓아 사면하는 날에 신들의 생각 역시 빠르다 여겼으나, 다만 특별히 내리는 은명(恩命)이기 때문에 감히 아뢰지 못하였던 것인데, 지금 생각하니 신들의 잘못이었습니다. ‘성 밖에 있게 한다.’는 성상의 하교가 지당하십니다. 지금 귀달의 죄 다스리는 것인즉, 재상들이 알아두어야 하겠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신하의 죄가 불공(不恭)보다 큰 것이 없으니, 내가 망령되이 스스로 존대(尊大)하려 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체로 군신 사이의 분의는 엄히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니, 인군으로서는 인군의 도를 알고 신하로서는 신하의 도를 알아, 인군과 신하가 각기 그 도를 다하여야 한다. 만일 인군과 신하의 분의가 엄하지 못하다면 조정 안에서 무슨 일이 바로 될 수 있을 것이랴?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공공(共工)045) 유주(幽州)로 귀양보냈다.’ 하였으니, 불경죄를 범한 자에게는 법이 의당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전에 세좌를 먼 곳으로 귀양보냈던 것인데, 지금 도로 사람이 희소하고 조잔하여 피폐한 고을로 내쫓는 것이 마땅하니, 정배할 곳을 의논하여 아뢰도록 하라. 다만 경들의 아뢰는 말이 어찌 그리 늦은가?"
하였다. 필상 등이 강원도 영월(寧越)로 써서 아뢰니, 전교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하였다. 사헌부에서 아뢴 귀달의 추안(推案)을 내려보내며 이르기를,
"귀달이, 그 아들 언국(彦國)의 죄 입을 것을 두려워한 것이나, 그 ‘딸자식이 병이 있어 낫지 않았으니, 비록 곧 명하여 들게 하더라도 아마 예궐(詣闕)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는 말은, 아들을 비호한 뜻이 확실하니, 시추(時推)로 조율(調律)하라. 대저 부자간이 전쟁 때라면 서로 구원해야 하겠지만, 이런 일에 있어서는 서로 구원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52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594 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사법-재판(裁判) / 사법-행형(行刑) / 윤리(倫理) / 인사-관리(管理) / 정론-정론(政論)
○京畿觀察使洪貴達啓: "臣子參奉洪彦國之女, 長於臣家。 以處女當詣闕, 而適患疾, 臣令彦國具由告, 該司以憚於詣闕, 命鞫彦國。 非眞有病, 臣何敢憚? 今雖命卽入, 亦不得入矣。 雖彦國之女, 臣實家長, 待罪。" 傳曰: "鞫彦國則可知眞僞矣。 父爲子救, 子爲父救, 至爲不可, 其竝鞫貴達。" 仍傳于承政院曰: "貴達所啓之言是耶, 非耶? 如此之言, 政院入啓何耶? 竝鞫政院。" 承旨朴說等啓: "大臣有啓, 不可阻蔽。" 又傳于貴達曰: "誰令卽入闕, 而有如是悖逆之言耶? 其不恭, 無異於世佐傾注賜酒之罪。 大臣有如此之心, 而能治觀察之任乎? 其收職牒。 都承旨爲長官, 而以貴達不恭之言入啓。 大臣所啓, 雖不得阻蔽, 猶可請罪而不爾, 其別製傳旨鞫之。" 承旨李繼孟啓: "承旨等全數被鞫, 誰製推考傳旨乎?" 傳曰: "若然則予當製之耶? 其速製入。 予將親覽而爲之。" 傳于承政院曰: "貴達爲大臣, 可謂百官之師表, 而啓此不恭之言。 大抵大臣不以宰相自挾, 戒懼其心, 則新進之士亦取法矣, 而其慢上, 與世佐同, 於政院意何如?" 承旨成世純、李懿孫、姜澂啓: "貴達自挾而發不恭之言, 其心未知也, 然其言則非矣。" 命召司憲府大司憲李自健等, 令金子猿直傳貴達所啓之辭曰: "語勢不恭, 專是發於慢上之心, 於憲府意何如?" 自健等啓: "貴達必恐其子受罪, 故來救耳。 且雖卽令命入, 將不得詣闕之言, 至爲不恭。 臣等今聞傳敎, 不勝駭愕。" 傳曰: "君臣之分, 不可不嚴。 君臣之分不嚴, 則上下紊亂, 無異於夷狄矣。 是以數下敎旨, 欲祛弊習, 而因循不革, 至于今日。 前日李世佐傾注賜酒, 濺及予衣, 罪犯不敬。 人臣之罪孰大於不敬? 爲臺諫者, 固當彈劾, 而畏其勢焰, 喑無一言, 世佐則旣已罪之。 大抵今之臺諫, 見其根據, 宰相則畏焰而不言, 見其孤單無勢之人, 則必彈論不已。 非但臺諫爲然, 至於宰相, 亦無一人言之者。 以此繼而爲臺諫、宰相者, 交相朋黨, 使人主孤立於上, 若此不已, 則三韓久遠之王業, 必將隳矣。 前此戊午朋黨之徒, 旣被重典, 前車之覆, 亦當鑑矣。 餘風未殄, 猶有存者, 如此弊習, 不可不革。 比之於水, 當其未決之時, 猶可堤防, 及其潰溢之後, 勢不得障。 古云: ‘爾無面從, 退有後言。’ 宰相等常於君前皆曰: ‘人君之命, 死且不避。’ 及其退也, 言與事悖, 是豈可乎? 今貴達所啓, 蓋由世佐犯不敬之罪, 而不置之重典故也。 如此悖逆之言, 雖於朋友之尊者, 尙不敢發, 況君前乎? 其鞫之。" 自健等啓: "上敎當矣。 世佐果犯重罪, 然今不敢更請追論。 貴達亦犯不敬之罪, 請推鞫科罪。" 傳曰: "其召議政府及六卿, 且留承旨等亦勿退。" 蓋議洪貴達、李世佐等事也。 以成俊、李克均病不能詣闕, 分遣注書李希輔、尹龜壽問之曰: "李世佐犯重罪被謫時, 宰相、臺諫畏忌其勢, 無一人言其輕譴者; 及其免放, 亦無一人言其速還者。 凡宰相以此驕傲皆曰: ‘某被謫未幾而還, 我雖被罪, 亦將不久而見放。’ 故貴達亦不之懲, 而語涉不恭, 今當鞫而抵罪。 世佐今雖免放, 何必處於城中? 置之城外何如? 其勿嫌言之。" 俊、克均啓: "世佐初犯重罪, 不久而放, 上恩至重。 今又安處其家, 至爲過矣, 置之城外, 上敎當矣。" 尹弼商、柳洵、朴楗、姜龜孫、申浚、金應箕、李諿、許琛、鄭眉壽、宋軼啓: "世佐之罪果重。 當初放赦之日, 臣等意亦以爲速矣, 但以特降恩命, 故未敢啓焉。 自今思之, 臣等過矣。 處于城外, 上敎允當。 今治貴達之罪, 則宰相當知。" 傳曰: "人臣之罪, 莫大於不恭, 予非爲妄自尊大而言也。 大抵君臣之分, 不可不嚴。 爲君而當知爲君之道; 爲臣而當知爲臣之道, 君臣當各盡其道, 若君臣之分不嚴, 則朝廷之中, 何事能正乎? 《書》曰: ‘流共工于幽州。’ 犯不敬之罪者, 法當如此, 故前此, 配世佐于遠地。 今又逬諸人物鮮少凋弊之郡, 爲當, 其議配所以啓。 但卿等所啓之言, 何其晩也?" 弼商等書江原道 寧越以啓, 傳曰: "依所啓。" 下司憲府所啓貴達推案曰: "貴達恐其子彦國受罪, 其曰: ‘女子有病不瘳, 雖卽令命入, 將不得詣闕。’ 庇護其子之意判然, 其以時推照律。 大抵父子當相救於戰鬪之時, 不宜相救於如此之事。"
- 【태백산사고본】 14책 52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59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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