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관이 박원종의 일과 옮긴 사찰의 물건 바치는 일을 논하다
장령 이맥(李陌)이 아뢰기를,
"연굴사·복세암을 철거하니, 인심이 대단히 쾌하게 여기는데, 지금 하교에 ‘바치던 잡물은 예전대로 하라.’ 하시니, 자못 이단(異端)을 물리치시는 뜻이 아닙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두 절이 모두 대비의 원찰(願刹)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박원종(朴元宗)이 처음 관찰사(觀察使)에 제수될 때 대간(臺諫)이 논박하였는데, 특별히 성상의 은혜를 입어 갈리지 않았으니, 경계하여야 할 것인데, 이렇게 방자하니, 죄를 다스리기 바랍니다.
또 복세암·연굴사를 옮긴 곳에 물건 바치는 일은, 자전(慈殿)의 뜻을 어길 수 없다고 하시지만, 옛사람은 어버이를 따르기만 하는 것을 효도라 여기지 않았습니다.
정숙지(鄭叔墀)는, 전에 형조(刑曹)에 합당하지 않다 하므로 호조로 바꾸었는데, 숙지는 그 인물이 육조에는 합당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호조는 전곡(錢穀)을 맡은 곳이며, 참판은 또 제용감 제조(濟用監提調)를 겸하는 것인데, 어찌 소임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두 절에 관한 일은 이 정도에 그쳐도 또한 족하다. 원종의 일은, 의논에 이른바 ‘명을 받음에는 다름이 없다.’는 것은 인군의 명을 중히 여겨 한 말이나, 정승의 이른바 ‘차이가 있다.’는 것 역시 옳다. 다만 의논을 모아 결정하는 것은 위에서 할 일인데, 죄가 그렇게 크지도 않고 내가 죄를 주지 않는 것도 또한 뜻이 있는 것이다. 정숙지는 써 보아 감당하지 못하면 죄를 다스리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51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586 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정론-간쟁(諫諍) / 사상-불교(佛敎) / 재정-국용(國用) / 사법-탄핵(彈劾)
○掌令李陌啓: "演窟、福世菴撤去, 人心大快。 今敎云: ‘進排雜物仍舊。’ 殊非闢異端之意。" 傳曰: "兩寺皆大妃願刹, 故如是。" 李陌、朴以寬啓: "朴元宗初授觀察使時, 臺諫論駁, 特蒙上恩不遞, 所當戒懼, 而放恣若此, 請治罪。 且福世菴、演窟移排處進排事, 雖曰慈旨不可違, 古人不以從親爲孝。 鄭叔墀前以不合刑曹, 換戶曹。 叔墀人物不合六曹, 況戶曹錢穀之地? 參判又兼濟用監提調, 豈能堪任?" 傳曰: "兩寺事, 止此亦足矣。 元宗事, 議得所謂受命不異者, 重君命而言也, 政丞之所謂有間者亦是矣。 但收議而決之者上也。 罪不甚大, 而吾所以不加罪者, 亦有意也。 鄭叔墀試之不能, 則當治罪。"
- 【태백산사고본】 13책 51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586 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정론-간쟁(諫諍) / 사상-불교(佛敎) / 재정-국용(國用)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