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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51권, 연산 9년 11월 23일 병술 1번째기사 1503년 명 홍치(弘治) 16년

간관들이 박원종의 일을 아뢰다

경연에 납시었다. 지평 유희저(柳希渚)가 아뢰기를,

"옛말에 ‘법이 행하지 않음은 귀하고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된다.’ 하였는데, 이번에 특별히 박원종(朴元宗)의 죄를 버려두는 것은 매우 불가합니다."

하고, 헌납 박이관(朴以寬)은 아뢰기를,

"원종의 범한 죄가 이러하니 죄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니, 왕이 이르기를,

"법이 그렇더라도, 조종조엔들 어찌 특별히 용서된 자가 없었겠는가? 이 역시 한때의 특은(特恩)이니, 이런 정도에 그치더라도 넉넉히 징계될 것이다."

하였다. 박이관이 아뢰기를,

"구례현(求禮縣)배목인(裵穆仁)의 죄 때문에 혁파하고, 이속과 백성은 모두 남원(南原)에 소속시켰는데, 지경이 멀어 관부(官府)에 왕래하는 백성들이 매우 수고롭고 피폐됩니다. 또 고을이 본래 바다에 가까워 섬진(蟾津)·덕실(德實) 등 포구와 거리가 10리도 못 되는데, 지금은 태평하여 그런대로 보전할 수 있지만, 만일 왜변(倭變)이 뜻밖에 일어난다면, 남원의 관부와 크게 떨어져 있어 미처 구원하지 못할 것이 뻔합니다. 고을을 다시 세울 수 없다면, 방어소(防禦所)를 설치하여 뜻밖의 일에 대비하는 것이 어떠하리까?"

하니, 왕이 좌우 사람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유순(柳洵)이 아뢰기를,

"지극히 악한 사람이 그곳에서 나면 반드시 그 고을을 혁파하는 것은, 대개 통절히 징계하는 것인데, 이는 우리 나라 법이요 중국에는 이런 법이 없습니다. 연혁(沿革)334) 은 중한 일인데 어찌 사람으로하여 가볍게 혁파한 것이겠습니까? 다시 세우는 것이 무방하겠습니다."

하고, 특진관(特進官) 김수동(金壽童)과 동지사(同知事) 송질(宋軼)은 아뢰기를,

"다시 세우는 것이 또한 좋을 것입니다."

하니, 왕이 이르기를,

"이 법은 조종조 이래로 그러한 것이요, 또 혁파한 지 아직 오래지 않으니, 아직은 다시 세우지 말라."

하셨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51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585 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註 334]
    연혁(沿革) : 옛 제도를 따르고 고치는 것.

○丙戌/御經筵。 持平柳希渚曰: "古云: ‘法之不行, 自貴近始。’ 今者特棄元宗之罪, 甚不可。" 獻納朴以寬曰: "元宗所犯若此, 不可不罪。" 王曰: "法雖如此, 在祖宗朝, 豈無特宥者乎? 此亦一時特恩耳。 止此亦足懲矣。" 以寬曰: "求禮縣(裵目仁)〔裵穆仁〕 之故革之。 吏民皆屬於南原, 境地遼遠, 民之往來官府者甚勞弊。 且縣本近海之地, 距蟾津德實等浦未十里。 今賴昇平, 猶可保也, 萬一變起於不測, 則南原官府大相懸遠, 未及救援必矣。 若不可復立, 當設防禦所, 以備不虞何如?" 王顧問左右, 柳洵曰: "至惡之人出於其地, 而必須廢革其邑者, 蓋痛懲之也。 此我國之法, 而中原則無此法。 沿革重事, 豈以人而輕革之乎? 復立無妨。" 特進官金壽童、同知事宋軼曰: "復立亦可。" 王曰: "此法自祖宗朝而然。 且革之未久, 姑勿復立。"


  • 【태백산사고본】 13책 51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585 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