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에 담 쌓는 일과 이현에 문 만드는 일을 의논하다
경연에 납시었다. 장령 이맥(李陌)이 아뢰기를,
"전번 전하께서 하교하시기를 ‘불교를 쇠퇴시키고, 공자의 도를 흥하게 한다.’ 하셨고, 근자에는 또 중들이 도성 안에 들어오는 것을 금하시므로, 사람들이 모두 전하께서 성덕이 고명하시어 이단을 좋아하지 않으심을 아니, 이는 매우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런데 오직 중울 뽑는 법은 아직도 남아있으며, 전지(傳旨)를 내리시어 집합시켜 시험보이기까지 하시니,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말하기가 쉬우므로 예리한 입 빠른 혀로 시끄럽게 진계(陳啓)한다. 그러나 말하는 자가 많다 하여 경솔하게 조종(祖宗)의 법을 고칠 수는 없다. 또 궁궐은 엄밀하여 내외(內外)가 현격(懸隔)하여야 하는데, 창덕궁(昌德宮)은 담이 낮다. 바깥 사람이 환하게 보지는 못하지만, 모서리만 보이더라도 불가한 일이니, 옛 담대로 더 쌓아야겠고, 또 이현(梨峴)에 문을 만들되 일이 없을 때는 항상 닫아두는 것이 어떠한가?"
하였다. 이극균(李克均)이 아뢰기를,
"새 법을 세우고, 옛 법을 폐지하는 것이 제일 중한 일이니, 경솔히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세상이 태평하여 연소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을 다 아뢰나 어찌 일일이 들어 주시겠습니까? 성상의 의견으로 짐작하여 하셔야 할 것입니다. 담 쌓는 일은 신 역시 계품(啓稟)하여 따로 안 담을 산등성이에 쌓아 막아 가리려고 하였는데, 지금 성상의 전교를 받고 보니 매우 타당합니다. 이현에는 성종 때에 문을 만들려다가 금기(禁忌)되는 곳이라 하여 중지하였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궁궐 담이 낮은 것은 실로 불가하다. 근자에 응사(鷹師)304) 가 죄를 범하여 담을 넘어 달아났고, 선왕조에도 도둑이 신경당(信敬堂) 근처에 들어온 일이 있었으니, 이런 일들이 어찌 좋은 일이겠는가? 지형이 낮은 곳은 담을 높이 쌓더라도 막아 가리우기 어려우니 엄하게 판자로 덮었다가 봄이 되는 대로 쌓아야 하겠다. 전자에 불초한 무리들이 ‘울타리를 치고 그 속에서 놀이한다.’고 하였는데, 놀이를 하려면 어찌 반드시 울타리 속에서 할 것인가? 이런 말은 들어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만일 따로 안 담장을 쌓는다면 공력이 많이 들고 폐해가 클 것이요, 예전대로 더 쌓으면 힘이 적게 들고 공은 배나 될 것이다. 경이 수리 도감(修理都監) 일을 보니, 경복궁만 수리할 것이 아니라 창덕궁도 겸하여 수리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51권 8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580 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사(宗社) / 정론-간쟁(諫諍) / 사상-불교(佛敎) / 인사-선발(選拔) / 건설-건축(建築)
- [註 304]응사(鷹師) : 매 기르는 사람.
○御經筵。 掌令李陌曰: "前者殿下敎云: ‘衰佛氏之敎, 興孔氏之道。’ 近又禁僧徒入都城。 人皆知殿下之聖德高明, 不好異端, 此甚美矣。 惟選僧之法尙存, 至下傳旨集試之, 不勝缺望。" 傳曰: "出言易, 故利口捷舌, 紛紜陳啓。 然不可以言者多而輕變祖宗之法。 且宮闕當嚴密, 使內外隔絶。 昌德宮墻低卑, 外人雖不洞見, 只見稜角亦不可。 因舊墻加築, 又欲作門於梨峴, 無事則常鎖閉何如?" 李克均啓: "新法之立, 舊法之弊, 最是重事, 不可輕爲。 方今昇平, 年少之輩所懷悉陳, 豈可一一聽納乎? 當於上意斟酌耳。 築墻之事, 臣亦欲啓稟, 別築內墻於山脊, 以爲障蔽, 今承上敎, 甚當。 梨峴 成宗朝亦欲作門, 以其禁忌而止。" 傳曰: "宮墻低卑, 實爲不可。 近者鷹師犯罪, 踰垣而走, 先王朝亦有盜入信敬堂近地。 如此等事, 夫豈美哉? 若地勢卑下, 則雖高築, 難於障蔽, 須嚴備蓋板, 待春修築。 前者不肖之輩以爲: ‘設藩籬, 遊宴其中。’ 若欲遊宴, 豈必藩籬中耶? 此言不足數也。 若別築內墻, 則功多弊鉅, 因舊加築, 則力少功倍矣。 卿領修理都監事, 非但修理景福宮, 可兼修昌德宮。"
- 【태백산사고본】 13책 51권 8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580 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사(宗社) / 정론-간쟁(諫諍) / 사상-불교(佛敎) / 인사-선발(選拔) / 건설-건축(建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