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와 당상들이 이세좌의 일을 의논하다
의정부와 육조(六曹)·한성부 당상들을 명소(命召)하여 전교하기를,
"이계동(李季仝)이 과일을 던져 기생을 희롱한 것도 대간이 오히려 탄핵하였는데, 이세좌(李世佐)는 하사하는 술을 엎질렀으니 이는 교만 방종하여 그런 것이니, 계동의 일보다도 공손스럽지 못함이 더욱 심하다. 그런데, 지금 조정에서나 대간이 한 사람도 말하는 자가 없으니, 이는 세좌의 아들 이수의(李守義)가 한림(翰林)이고, 이수정(李守貞)이 홍문관 원이기 때문에 세력이 무서워 말하지 않는 것이다. 수의 등은 청요(淸要)한 자리에 있는 것이 옳지 않으니, 갈도록 하라. 다만 세좌의 죄를 다시 논할 것이 있는지 대간이 벙어리인 양 한 마디 말도 없으니, 역시 죄주어야 할 것인지 각각 의논하여 아뢰도록 하라."
"세좌가 성상을 면대하여 하사하는 술을 엎질렀으니 죄가 죽어 마땅합니다. 신 등이 처음에는 세좌가 본래 술을 못마시기 때문에 엎질러지는 것도 몰랐다고 여겼는데, 여러 번 성상의 전교를 받아 그 무례함을 알고 보니, 죄가 용서할 수 없는데, 신 등이 미처 죄주기를 청하지 못하였으니, 신들 역시 죄가 있습니다."
하고, 김응기(金應箕)·이집(李諿)·허침(許琛)·김수동(金壽童)·송질(宋軼)은 의논드리기를,
"세좌는 하사하시는 술을 마실 때에 실로 거만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엎질러 어복(御服)을 젖게까지 한 것이니, 죄가 진실로 죽어 마땅합니다. 다만 세좌는 평소 술을 마시지 못하였으니, 만일 공경하고 조심함을 극진히 하다가 흘러 쏟아지는 것을 몰랐다면 그 죄가 분간이 있겠습니다. 그러나 친히 잔대를 잡고 주시는데 무례하기가 이러하였으니, 본직만을 가는 것은 죄는 중하고 벌은 경합니다. 또 대간이 일에 당하여 혹 논란할 것은 논란하지 않고, 혹 논란하지 않을 것을 논란하는 것은 역시 한때의 소견이 같지 않기 때문일 것이나, 지금 대간이 세좌의 일을 논집(論執)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죄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죄를 준다면, 뒤에는 일을 논란하는 자들이 다투어 심각한 논란을 하려 할 것이니 과중한 폐단이 있을까 염려됩니다."
하고, 박건(朴楗)·강귀손(姜龜孫)·신준(申浚)·박숭질(朴崇質)·한사문(韓斯文)·안처량(安處良)·양희지(楊稀枝)·유순정(柳順汀)·김봉(金崶)·김감(金勘)·안호(安瑚)는 의논드리기를,
"이계동이 잔치에 모신 자리에서 취중에 희롱하였는데도 대간이 죄주기를 청하여 외방에 부처(付處)하였는데, 지금 세좌는 본래 술을 마시지 못하기는 하지만 하사하시는 술을 받는 자리에서 흘리고 쏟아 어의(御衣)를 적시게까지 하였으니, 그 무례함이 계동보다도 지나친데, 특별히 대신이라고 우대하여 본직만 체임하니, 벌이 지극히 경하고, 대간은 말을 하여야 하는데 말하지 않았으니, 역시 죄가 없을 수 없습니다."
하고, 홍자아(洪自阿)·노공유(盧公裕)·남궁찬(南宮璨)·한형윤(韓亨允)·이과(李顆)는 의논드리기를,
"세좌가 이미 무례한 죄를 범하였으니, 중한 벌을 주어 조심스럽지 못함을 징계하여야 하는데, 다만 본직을 가니, 벌이 매우 경합니다. 《좌전(左傳)》에 이르기를 ‘인군에게 무례한 자를 보면 새매가 참새를 쫓듯 한다.’ 하였는데, 대간이 벙어리인 양 한 마디 말도 없었으니, 역시 죄가 없을 수 없습니다."
하니, 그 의논을 내려 보내며, 전교하기를,
"응기 등의 의논에 ‘공경하고 조심함이 지극하여 흘러 쏟아짐을 몰랐다.’고 하였는데, 이 말은 사정을 둔 말이 아닐 수 없다. 또 대간이 인군을 책망하기는 쉽게 하고 같은 반열의 일에 난색을 보이는 것은, 그 자제들이 그 아비의 일로 혐의를 품고 도리어 독을 부릴까 싶으므로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간을 죄줄 수는 없으니, 강등(降等)하여 서반(西班)의 직을 제수하면 이 역시 죄주는 것이다. 무식한 자들은 반드시 한 잔 술의 작은 허물이니 이렇게까지 할 것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육조가 모두 여기에 모여서 대간을 체직(遞職)하게 된 것이니, 누가 알지 못할 것이냐? 대저 죄는 혹 중할 데에 경하거나, 혹 경할 데에 중한 경우도 있지만 이는 어찌 생각하면 경한 것 같으나 실은 중하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과오나 재변 때문이라면 놓아 사(赦)하여 주고, 믿는 데 있어 다시 범한 것은 죽이는 형을 주며, 과실은 큰 것이라도 용서하고, 알고도 지은 죄는 작은 것도 형벌한다.’ 하였는데, 이것은 죄는 중하고 일은 작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다. 인군이 어리더라도 대신된 자로서는 이렇게 할 수 없는 것이니, 옛날 성왕(成王)274) 이 어리매 주공(周公)이 업고서 보필하였다 하였는데, 어찌 인군이 어리다고 이렇게 할 수 있는가? 세좌가 세력을 믿고 교만 방종한데, 지금 정승들의 의논이 이러하니, 그 아들 이수형(李守亨)이 역시 마음에 기쁘겠는가? 수형의 사인(舍人) 직을 갈라."
하였다. 필상 등이 아뢰기를,
"신 등이 잘못 생각하고 처음에는 세좌가 본래 술을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모르는 중에 엎질렀다고 하였는데, 여러 번 성상의 전교를 받고서야 세좌의 무례한 죄가 이보다도 클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신 등이 처음에 죄주기를 청하지 못하였으니 황공하기 이를 데 없고, 세좌의 죄는 중한 법으로 다스려야 하겠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세좌의 죄는 계동을 부처(付處)한 예에 의하여, 농가가 없는 고을로 귀양보내야 하겠다."
하였다. 또 전교하기를,
"대간(臺諫)은 침중(沈重)한 사람을 구해서 제수하여야 하겠는데 지금 대간을 보면, 논란하여야 할 데 논란하지 않고, 논란하지 않을 데 논란하는 일이 있다. 대간인들 어찌 다 같을 것이랴? 그 중에는 착하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감히 사사로운 분노를 가지고 서로 공격하여 재상에게까지 미치니 어찌 될 일인가? 이런 풍속이 날로 점차 깊어지고 고질이 되어가니 의당 시초에서 바로잡아야 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50권 22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575 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인사-임면(任免)
- [註 274]성왕(成王) : 주(周)나라 임금.
○命召議政府、六曹、漢城府堂上, 傳曰: "季仝投果弄妓, 臺諫猶劾之。 世佐傾注賜酒, 此驕縱而然也。 其視季仝之事, 不恭尤甚。 今朝廷、臺諫無一人言之, 是世佐之子守義爲翰林, 守貞爲弘文館, 故畏勢不言耳。 守義等不宜居淸要之地, 其遞之。 但世佐之罪, 更有可論耶? 臺諫喑無一言, 亦可罪耶? 其各議啓。" 尹弼商、成俊、柳洵議: "世佐面對天威, 傾注賜酒, 罪不容死。 臣等初以爲, 世佐本不能飮, 故不覺傾注矣。 累承上敎, 審知無禮, 罪不可恕。 臣等未及請罪, 臣等亦有罪。" 金應箕、李諿、許琛、金壽童、宋軼議: "世佐當飮賜酒時, 實有慢心, 故令傾注, 致濺御服, 則罪固當死。 但世佐素不能飮, 若於敬謹之極, 不覺流注, 則其罪有間。 然親執臺以賜, 而無禮若此, 只遞本職, 罪重罰輕。 且臺諫遇事, 或當論而不論, 或不當論而論之, 亦一時所見之不同耳。 今臺諫不論執世佐事, 固有罪矣。 然以此而罪之, 則後之論事者, 爭務深論, 恐有過重之弊。" 朴楗、姜龜孫、申浚、朴崇質、韓斯文、安處良、楊稀枝、柳順汀、金崶、金勘、安瑚議: "李季仝當侍宴, 醉中戲弄, 臺諫請罪, 外方付處。 今世佐雖性不能飮, 當受賜酒, 乃流注以至濺及御衣, 其無禮有過於季仝, 而特以優待大臣, 只遞本職, 罰至輕矣。 臺諫宜言而不言, 亦不得無罪。" 洪自阿、盧公裕、南宮璨、韓亨允、李顆議: "世佐旣犯無禮之罪, 宜加重律, 以懲不恪, 而只遞本職, 罰甚輕也。 《傳》云: ‘見無禮於君, 如鷹鸇之逐鳥雀。’ 臺諫喑無一語及之, 亦不得無罪。" 下其議, 傳曰: "應箕等議曰: "敬謹之極, 不覺流注。’ 此言未免於私。 且臺諫易於責君, 而難於同列之事者, 以其子弟懷嫌乃父之事, 反中其毒, 故不敢言耳。 然臺諫不可罪, 降授西班, 則是亦罪之也。 無識者必以謂: ‘盃酒小愆, 不宜至此。’ 然政府、六曹俱會于此, 至遞臺諫, 誰不知之? 大抵罪或重而輕, 輕而重, 此則雖或似輕, 而其實則重。 《書》曰: ‘眚災肆赦, 怙終賊刑, 宥過無大, 刑故無小。’ 此則罪重而事小, 故如是耳。 君雖幼沖, 而爲大臣者, 不宜如此。 昔成王幼沖, 周公負而輔之。 豈可以君之幼冲, 而至於此乎? 世佐恃勢驕縱, 今政丞之議如此, 其子守亨亦其悅於其心乎? 其遞守亨舍人職。" 弼商等啓: "臣等錯料, 初以謂: ‘世佐本不能飮, 不覺傾注。’ 累承上敎, 知世佐無禮之罪, 莫大於此。 臣等初未請罪, 皇恐無已, 世佐之罪, 宜置重典。" 傳曰: "世佐之罪, 當依季仝付處, 宜配於無農舍之邑。" 又傳曰: "臺諫務得沈重人授之乃可。 今觀臺諫有當論而不論, 有不當論而論之者, 臺諫豈盡同耶? 其中如有不善之人, 則敢以私憤相攻, 以及宰相豈可乎? 如此風俗, 日漸深痼, 固當救之於始。"
- 【태백산사고본】 13책 50권 22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575 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