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관이 경상 감사 이점이 흰 꿩을 바친 것이 온당하지 못함을 논하다
경상 감사 이점(李坫)이 흰 꿩을 진상하였다. 장령 유희철(柳希轍)·정언 서후(徐厚)가 아뢰기를,
"점(坫)이 진상한 것을 상서라고 한다면 그 폐단이 반드시 아름다움을 자랑하게 될 것이요, 진기한 새라고 한다면 인군이 물건에 정신 팔려 뜻을 잃게 할 것인데, 감히 진상하니, 이는 아첨하는 것입니다. 대체로 간사한 신하는 혹은 개와 말, 혹은 진기한 새, 혹은 상서라는 것으로 인군의 욕심을 노리고 맞추어 은혜를 바라고 총애를 굳히는 것이니, 죄를 주기 바랍니다. 또 들은즉, 풍양궁(豊壤宮)에서 밤을 새우며 사냥을 한다는데, 요사이 서울에 지진이 있었으니, 진실로 재변에 대하여 근신하여야 하므로 많은 사람을 동원함이 온당하지 못합니다."
하니, 왕이 이르기를,
"점(坫)이 특히 잘못 생각한 것이다. 또 근래 해마다 지진이 있는데, 음기가 성하고 양기가 쇠미한 데서 오는 것이니, 신하가 그 도를 잃어 인군을 잘 섬기지 못하는 소치가 아니겠는가? 역사에 ‘아무 달에 지진이 있고, 아무 달에 사냥하였다.’고 쓰더라도 누가 나를 어질지 못하다 할 것이냐?"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50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573 면
- 【분류】재정-진상(進上)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왕실-행행(行幸) / 과학-천기(天氣)
○癸亥/慶尙道監司李坫獻白雉。 掌令柳希轍、正言徐厚啓: "坫之所獻, 以爲祥瑞, 則其弊必至於誇美; 以爲珍禽, 則使人主玩物喪志矣。 敢獻之, 是獻諛也。 大凡奸臣或以狗馬, 或珍禽, 或以祥瑞, 規中人主之欲, 希恩固寵, 請科罪。 且聞, 豐壤宮經宿打圍。 近日京師地震, 固當謹災, 而動衆未便。" 王曰: "坫特錯料耳。 且近來連年地震, 陰盛陽微之應, 無乃臣失其道, 不能事君, 而致之耶? 史書某月地震, 某月打圍, 誰以予爲不賢?"
- 【태백산사고본】 13책 50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573 면
- 【분류】재정-진상(進上)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왕실-행행(行幸) / 과학-천기(天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