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부원군 신승선의 졸기
시호(諡號)를 장성(章成)이라 내리니, 온화(溫和)하여 올바른 몸가짐을 하는 것[溫克令儀]이 장(章)이요, 임금을 보필하여 끝맺음을 잘하는 것[佐相克終]이 성(成)이다.
승선은 젊었을 때에 용모가 아름다워서 뽑혀 임영 대군(臨瀛大君)389) 의 사위가 되었다. 일찍이 문과(文科)에 응시하였으나 합격하지 못했는데, 세조(世祖)께서 상제(上第)390) 로 뽑았다. 여러 관직을 거쳐 이조 판서에 이르렀는데, 성종(成宗)께서 그 딸을 맞이하여 세자빈(世子嬪)으로 삼았다. 갑인년 겨울에 우의정에 발탁되었다가 왕(연산군)이 즉위하매, 영의정이 되었다. 사람됨이 연약하기가 부녀자와 같아서 아무런 건의한 일이 없고 직무에 게으르고 녹만 먹으며 있으나마나 하므로, 당시 사람들이 죽반승(粥飯僧)391) 이라 하였다.
아들 세 사람이 있었으니, 수근(守勤)·수겸(守謙)·수영(守英)이다. 수근은 성질이 음험하여 남을 해치고 세력을 믿고서 거만하여 자기에게 거슬리는 사람이 있으면 문득 배척하고, 남의 재물 빼앗기를 자기 것처럼 하여, 심지어 남의 가옥·전답 등을 빼앗고도 뻔뻔스럽게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며, 세력이 불꽃처럼 대단하니 조정 사람들이 눈흘겨 보았다. 수겸은 용렬하고 경망하며 무식하였으니, 다만 한 젖내나는 어린애였으며, 수영은 욕심많고 방종하며 음험하고 교활함이 수근과 비등한데, 성질내고 거스르며 남을 해침은 수근보다도 더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44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495 면
- 【분류】인물(人物)
- [註 389]
○居昌府院君 愼承善卒。 謚章成, 溫克令儀章, 佐相克終成。 承善少時, 以貌揚選爲臨瀛大君之壻。 嘗赴文科試, 不入格, 世祖擢置上第, 累歷至吏曹判書。 成宗聘其女爲世子嬪, 甲寅冬, 擢授右議政。 及王卽位, 轉至領議政。 其爲人愞弱, 類婦人。 無所建明, 曠官尸祿, 不能爲有無焉, 時人, 謂之粥飯僧。 有子三人, 曰守勤、守謙、守英。 守勤陰險忮害, 恃勢倨傲, 人有忤己, 輒擠之攘之。 取人貨賂, 若固有之, 至奪人家舍田民, 恬不知愧, 勢焰薰灼, 朝廷側目。 守謙庸妄無識, 特一乳臭子耳。 守英其貪縱陰狡, 埒於守勤, 而悻戾害物殆過。
- 【태백산사고본】 12책 44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495 면
- 【분류】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