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 이효돈 등이 홍백경 등의 인사가 잘못임을 논계하다
지평 이효돈(李孝敦)이 아뢰기를,
"홍백경(洪伯慶)은 일찍이 방출(放出)된 궁녀(宮女)를 간음하였으니, 죄는 마땅히 영구히 서용(敍用)하지 않아야 할 것인데도 국가에서 그가 척리(戚里)라는 이유로 특별히 용서했으니, 상의 은혜가 지극히 중합니다. 참판은 곧 재상의 직책인데, 백경(伯慶)은 나이가 젊은데도 갑자기 이 직에 제배하니, 조정에서 이 말을 듣고 몹시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었습니다. 외척(外戚)의 세력이 강성해 지는 것은 예로부터 걱정했습니다. 지금 신수영(愼守英)은 도승지가 되고, 한위(韓偉)는 동부승지가 되었으니, 이는 외척이 승정원을 독점한 것입니다. 도승지의 임무는 무릇 온 나라의 공사(公事)가 그곳을 경유(經由)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모름지기 옛일을 많이 알고 물망(物望)이 있는 사람을 뽑아서 이 직책을 제수해야 할 것인데, 수영(守英)은 나이가 젊고 경력(經歷)이 없으며 또 옛일을 많이 알지도 못하여 인망에 만족하지 못하니, 이 벼슬에 앉을 수 없습니다. 한위(韓偉)는 배우지 못하여 아는 것이 없으므로 왕명(王命)을 출납하는 임무에는 적합하지 못합니다. 한세보(韓世俌)는 본디부터 재간(才幹)이 없으면서 사의(詞議)가 되었는데, 임기도 차지 않아 갑자기 승진을 시켰으며, 윤구(尹遘)·윤후(尹逅)·윤우(尹遇)는 특별히 가자(加資)된 지가 오래되지 않았는데 이제 또 가자를 하였으니, 매우 외람됩니다. 참외직(參外職)032) 은 비록 임기가 찼더라도 관례상 반드시 순서를 따라 서용해야만 되는데, 이세회(李世薈)와 권만형(權曼衡)은 순서를 뛰어넘어 승진시켰으며, 신수정(愼守正)과 김담(金潭)과 변성(邊成)은 그들의 사람됨이 어진지의 여부는 알지 못하겠지만, 이 무리들은 나이 젊고 일에 경험이 없는데 특별히 내지(內旨)033) 로써 녹용(錄用)하였으며, 이윤식(李允湜)은 비록 이미 사과(司果)를 지내기는 했지만, 본대 내력(來歷)이 없는데도 내지로 찰방(察訪)을 제수하였으니, 제수를 이렇게 한 것도 이미 참람되거늘, 또 전지하여 장차 신수겸(愼守謙)을 당상(堂上)에 승진시키려고 하니, 당상은 반드시 공로와 재능이 있는 사람을 기다려 제수해야 하는데, 수겸(守謙)은 인품이 용렬하옵거늘, 어찌 이렇게 해야 하옵니까?
대체로 관작은 조정의 공기(公器)이므로 임금된 이는 마땅히 사정(私情)이 없어야 할 것인데, 하루 동안에 내지(內旨)를 내려 서용(敍用)한 사람이 13인이나 되니, 어찌 공기(公器)라 하겠습니까. 채윤혜(蔡允惠)는 무신(武臣)이니 마땅히 변방에 임용해야만 될 것이고 내지(內地)에 임용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하물며 상주(尙州)는 남도(南道)에서 일이 많은 고을이고 목사(牧使)는 한 고을의 장관이니, 사람을 가려서 임명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윤(韓倫)은 전일에 영흥 판관(永興判官)으로 있었는데, 어미의 병으로써 애원하여 나주(羅州) 원으로 고쳐 제수하였으나, 그의 형 숙(淑)이 용담 현령(龍潭縣令)이 되어 어미를 모시고 부임하였으니, 여러 아들을 모두 한 도(道)에 모여 있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주는 전라도의 큰 고을이므로 사무가 번거롭고 바쁜데, 한윤은 백성을 다스릴 만한 재간이 없으니, 어찌 그 직위에 적합하겠습니까?
대저 나이 젊은 무사(武士)들은 체력이 강성할 때에 변방에 시험하여 변방의 일을 잘 알도록 함이 옳을 것입니다. 체력이 만약 쇠약해진다면 장차 어디에 이들을 쓰겠습니까? 윤사원(尹士元)과 정계함(鄭啓咸)은 감찰(監察)이 된 지가 모두 오래되지 않았는데 승서(陞敍)되었으며, 안방언(安邦彦)은 인품이 용렬하니 백성을 다스리는 데 적합하지 못하며, 이계의(李繼義)는 전일에 현령(縣令)으로 있을 적에 고적(考績)이 중등(中等)이었는데 주부(主簿)로 옮겨졌다가 얼마 안 되어 도사(都事)가 되고 또 경력(經歷)에 승진되었으니, 무슨 공로와 재능이 있기에 이에 이르게 된 것입니까? 모두 고쳐 바로잡기를 청합니다."
하였다. 사간원 정언 이숭로(李崇老) 또한 아뢰기를,
"홍백경(洪伯慶)은 술과 여색에 빠져 있으며, 조행(操行)은 일컬을 만한 것이 없는데 승진하여 참판(參判)으로 삼았으니, 육조(六曹)는 곧 주(周)나라 때의 육관(六官)이므로 맡은 바 직책이 지극히 중요한데, 어찌 나이 젊고 공로와 재능이 없는 사람이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겠습니까? 정현(鄭鉉)은 비록 그전에 감찰(監察)을 지냈지마는 물망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감찰은 백관(百官)을 규찰(糾察)하므로 맡은 바 직책이 중대하니, 어찌 두번 다시 제수하겠습니까? 마땅히 곧 체직시켜야 할 것이며, 수의할 필요도 없습니다. 또 이조에서는 주의(注擬)034) 에 전혀 마음을 쓰지 아니하여, 김자정(金自貞)은 2품 재상(宰相)으로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서용하지 않았으며, 비록 형이 끝난 뒤 녹봉을 추급(追給)하였으나 대신(大臣)을 대우하기를 어찌 이와 같이 해야 하겠습니까? 이조를 추문(推問)하기를 청합니다.
또 은률 현감(殷栗縣監) 안방언(安邦彦)은 어리석고 사리에 어두우며, 횡성 현감(橫城縣監) 최세성(崔世省)은 인품이 용렬하므로 두 사람이 모두 수령에 적합하지 않으니, 모두 고쳐 바로잡기를 청합니다.
평안도 절도사(節度使) 유순정(柳順汀)은 지금 상사(賞賜)를 가하였는데, 전일에 전군(全軍)을 패몰시켰으니, 마땅히 중죄를 받아야 할 터인데도 용서를 받았으니 상의 은혜가 이미 중합니다. 지금에 와서 다만 5, 6명의 포로를 잡았다하여 도리어 상사를 가하려 하니, 비록 공로와 과실이 서로 비등하더라도 또한 마땅히 상을 주어서는 안될 것인데, 하물며 공로가 과실을 가릴 수 없는 처지이겠습니까. 상을 주지 마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아뢴 일은 내일 마땅히 결정 짓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42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461 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윤리-강상(綱常)
- [註 032]참외직(參外職) : 7품 이하의 관직.
- [註 033]
내지(內旨) : 왕이 은밀히 내린 명령.- [註 034]
주의(注擬) : 관원을 임명할 때 먼저 문관(文官)은 이조(吏曹)에서, 무관(武官)은 병조(兵曹)에서 후보자 3인을 정하여 임금에게 올리는 것.○持平李孝敦啓: "洪伯慶曾奸放出宮女, 罪當永不敍用。 國家以戚里特原之, 上恩至重。 參判乃宰相職, 伯慶年少, 遽拜是職, 朝廷聞之, 莫不駭愕。 外戚强盛, 自古爲患。 今愼守英爲都承旨, 韓偉爲同副承旨, 是外戚專政院也。 都承旨之任, 凡一國公事, 無不關由。 須擇稽古有物望者授之。 守英年少無經歷, 又無稽古之力, 不厭人望, 不宜居此位。 韓偉不學無識, 不合喉舌之任。 韓世俌素無才幹, 爲司議未箇滿而遽陞敍。 尹遘、尹逅、尹遇特蒙加資, 未久而今又加資, 甚爲猥濫。 參外職雖箇滿, 例必循序而敍。 李世薈、權曼衡越次陞敍, 愼守正、金潭、邊成其爲人賢否未可知。 但此輩年少未更事, 特以內旨錄用。 李允湜雖已經司果, 素無來歷, 以內旨授察訪。 除授若此, 已爲濫矣, 又有旨, 將以愼守謙陞堂上。 堂上官必待功能授之, 守謙人品庸下, 豈宜如此? 大抵官爵朝廷之公器, 王者固當無私。 一日之批, 內旨敍用者十三人, 烏在其爲公器也? 蔡允惠武臣, 當用之邊方, 不宜用於內地。 況尙州南道劇邑, 牧使一邑之長, 不可不擇授。 韓倫前爲永興判官, 以母病陳乞, 改授羅州, 然其兄淑爲龍潭縣令, 已將母之任, 不必諸子皆聚一道。 羅州 全羅巨邑, 事務煩劇。 倫無治民才, 豈稱其職? 大抵年少武士當膂力方强時, 試之邊方, 俾諳邊事可也。 力若衰矣, 將奚用之? 尹士元、鄭啓咸爲監察, 皆未久而陞敍。 安邦彦庸劣, 不合治民。 李繼義前爲縣令考中, 遷主簿, 未幾爲都事, 又陞經歷, 有何功能而至此? 請竝改正。" 司諫院正言李崇老亦啓曰: "洪伯慶沈冒酒色, 無操行可稱, 而陞爲參判。 六曹卽周之六官, 所任至重, 豈年少無功能者所當處哉? 鄭鉉雖曾經監察, 不協物望。 監察糾察百執事, 所任重大, 豈容再授? 當卽遞之, 不必收議。 且吏曹注擬, 專不用意。 金自貞以二品宰相, 無故不敍, 雖科後給祿, 然待大臣, 豈宜如此? 請推吏曹。 且殷栗縣監安邦彦愚暗, 橫城縣監崔世省庸劣, 俱不合守令, 請竝改正。 平安道節度使柳順汀今加賞賜。 前者全軍敗沒, 當受重罪而蒙宥, 上恩已重。 今只獲五、六虜, 而反加賞賜, 雖功過相准, 亦當不賞, 況功不掩過乎? 請勿賞。" 傳曰: "所啓事, 明當發落。"
- 【태백산사고본】 11책 42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461 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윤리-강상(綱常)
- [註 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