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정청(詳定廳)이 실행할 수 있는 조례(條例)에 대하여 아뢰기를,

"1, 모든 관사(官司)에서 쓰는 잡물(雜物)에 남는 것도 있고 부족한 것도 있으면 남는 것을 감해서 부족한 것을 채우고, 그것이 부족만 하고 남는 것이 없어서 서로 보충할 수 없는 것은 재량해서 가정(加定)하소서. 1, 잡물(雜物)이 비록 용도(用度)에 부족하더라도 그것이 민간(民間)의 희귀(稀貴)한 물건이 되어 경솔하게 가정할 수 없는 것은 용처의 긴요 여부를 상고해서 감해도 될 것은 끝내 없애고 대용(代用)할 수 있는 것은 그 사(司)의 남은 물건으로 대신하되, 본 사(司)에 만약 대신할 물건이 없으면 다른 사(司)의 남는 물건으로써 대신하여 공안(貢案)으로 정하소서. 1, 진상이나 제향 이외의 불긴처(不緊處)에 쓰는 물건이 부족하면 적당히 감하소서. 1, 각관 공물(貢物) 소납처가 전에 바치던 곳이 아니면 바치는 때에 폐단이 말할 수 없이 많으니, 무릇 가정(加定)이나 추이(推移)는 모름지기 그 사(司)의 본디 속해 있던 관에 분정(分定)하되, 단 민간에서 준비하기가 어려운 것이거나 부득이 고르게 나누어야 할 물건은 이 규정에 구애하지 마소서. 1, 무릇 잡물을 추이(推移)할 적에 전세(田稅)는 전세(田稅)의 물건으로써, 공물(貢物)은 공물로써 추이 보충하여 서로 혼동되지 않게 하소서. 1, 각관에 바친 잡물 가운데 혹 그 관사(官司)의 소용(所用)이 아닌데도 답습하여 바치는 것은 옳지 않으니, 그것이 쓰이는 관사(官司)에 이송(移送)하소서. 1, 비록 공안(貢案)에는 실려 있더라도 본디부터 쓸 곳이 없는 것들은 아예 안 바치며, 이런 것들은 공안(貢案)에서 삭제해 버리소서. 1, 서울의 각사(各司)는 유사 노자(留司奴子)가 부족하여 고지기[庫直] 같은 꼭 필요한 노자도 차비(差備)로써 정수(定數)대로 채울 수 없습니다. 지금 상고해 보건대, 각사(各司)의 장인(匠人)이나 장악원(掌樂院) 악공(樂工) 등은 모두 서울에 사는 공천 노비들로서 투속(投屬)한 자들로 긴요하지 않은 자도 자못 많으니, 그 사(司)의 제조(提調)가 줄일 수 있다고 하면 줄이소서. 각사에서 선상(選上)한 《경국대전(經國大典)》에 정한 수 3천 3백여 명도 이미 너무 많은데 그 후에도 계속해서 가정(加定)하니, 비단 외도에 있는 공천(公賤)들이 그 폐단을 입을 뿐만이 아니라, 사섬시(司贍寺) 납공(納貢)의 수가 차츰 줄어들어 그 폐단이 적지 않으니, 《대전(大典)》에 정한 수 이외에 긴요하지 않은 것을 가정(加定) 선상하는 것은 재량하여 줄이는 것이 어떻습니까."

하니, 그대로 좇았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40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446 면
• 【분류】
  재정-공물(貢物) / 재정-전세(田稅) / 재정-역(役) / 신분-천인(賤人) / 신분-신량역천(身良役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