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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 39권, 연산 6년 9월 29일 경진 1번째기사 1500년 명 홍치(弘治) 13년

경연에 나아가 《통감강목》 진기를 강하다

경연(經筵)에 납시어 《통감강목(通鑑綱目)》의 진기(秦紀)를 강(講)하였다. ‘연(燕)나라에서 학구(郝晷)양침(梁琛)을 파견하여 진(秦)나라에 갔다.’ 한 대목에 이르러, 왕이 이르기를,

"학구(郝晷)연(燕)나라가 장차 망할 줄 알고 몰래 자신을 〈진(秦)나라에〉 의탁하려고 하여 자못 그 실정을 누설시켰으니, 이 사람과 양침(梁琛)과 누가 나은가."

하매, 시강관(侍講官) 성세순(成世純)이 아뢰기를,

"양침이 자기 나라의 좋고 나쁜 점을 말하지 않는 것을 본다면 양침학구보다 훨씬 낫습니다."

하고, 검토관(檢討官) 박은(朴誾)은 아뢰기를,

"후일에 학구양침보다 낫다고 논하는 사람이 있으므로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그대는 반드시 정공(丁公)을 임용하고 계포(季布)189) 를 목베일 것이다.’ 하자, 그 사람이 답변하지 못했다 합니다."

하고, 지사(知事) 이세좌(李世佐)는 아뢰기를,

"신하인 사람이 평상시 일이 없을 때에는 보통 사람과 다름이 없지마는 그가 어떤 일에 임하게 되면 그 절개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하니, 왕이 이르기를,

"지금 사람들도 또한 마땅히 이 일로써 거울을 삼아야 할 것이다."

하였다. 강론이 끝나자 집의(執義) 유헌(柳軒)이 아뢰기를,

"예로부터 나라를 그르친 인군은 혹 소인이 용사(用事)하거나 환자(宦者)가 권세를 부리고 외척(外戚)이 득지(得志)하였으니, 인주(人主)가 기미를 방지하고 점염(漸染)을 막기에 달린 것입니다. 전하께서 근자에 외척 대우를 너무 후하게 하시는데, 청컨대 억제하여 교만하고 방종하여 패망하는 데 이르지 않도록 하소서."

하고, 정언 손세옹(孫世雍)은 아뢰기를,

"유헌의 말이 옳습니다."

하니, 왕이 이르기를,

"신수영(愼守英)을 승지로 삼고, 윤구(尹遘)에게 가자하였더니, 반드시 이것을 가지고 말한 것이다. 비록 외척이라도 현명하다면 어찌 임용하지 못할 것인가."

하였다. 손세옹이 아뢰기를,

"군주가 간하는 말을 따르면 어질어진다는 것인데, 전하께서 근일에 간하는 말을 들어주지 않으시니 실망(失望)됨을 견딜 수 없습니다. 전일에 논계한 내수사(內需司) 장리(長利)의 일은 대신들에게 의논하도록 하셨는데, 그 후에 결과를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니, 왕이 이르기를,

"대간의 말이 옳다. 그러나 내수사(內需司)의 장리는 유독 국가의 물건이 아니겠는가. 내수사의 관리들이 거개가 모두 용렬한 무리여서 그 수량을 떠벌렸기 때문에 마지 못해서 수령(守令)을 시켜 관장하도록 한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39권 5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428 면
  • 【분류】
    금융-식리(殖利) / 왕실-경연(經筵) / 왕실-비빈(妃嬪) / 역사-고사(故事) /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재정-상공(上供)

  • [註 189]
    정공(丁公)을 임용하고 계포(季布) : 모두 초(楚)나라 항우의 장수로서 한 고조를 여러 번 괴롭혔었는데, 후에 정공은 한 고조에게 살려준 공을 요구하자 고조가 반역자(叛逆者)로 규정하여 베었으며, 계포는 자기의 죄를 알고 망명하므로 고조가 특사하여 임용한 일이 있었음.

○庚辰/御經筵。 講《綱目》 《秦紀》, 至郝晷梁琛, 王曰: "將亡, 陰欲自托, 頗泄其實, 此與孰賢?" 侍講官成世純曰: "觀不言國之美惡, 則賢於遠矣。" 檢討官朴誾曰: "後有論勝於, 人曰: ‘如此則君必用丁公, 而斬季布。’ 其人無以應。" 知事李世佐曰: "人臣平居無事, 無異尋常, 及其臨事, 其節可見。" 王曰: "今人亦當以此爲鑑耳。" 講訖, 執義柳軒曰: "自古誤國者, 或小人用事、宦寺擅權、外戚得志, 在人主防微杜漸而已。 殿下近者待外戚過厚, 請裁抑之, 不使至於驕縱, 而敗也。" 正言孫世雍曰: "之言是矣。" 王曰: "愼守英爲承旨, 尹遘加資, 必謂是矣。 雖外戚, 賢則豈可不用耶?" 世雍曰: "后從諫則聖。 殿下近日不從諫言, 不勝缺望。 前啓內需司長利事, 命議大臣, 其後未知發落。" 王曰: "臺諫言是也。 然內需司長利, 獨非國物耶? 內需司官吏, 類皆庸流, 虛張其數。 故不得已使守令掌之。"


  • 【태백산사고본】 10책 39권 5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428 면
  • 【분류】
    금융-식리(殖利) / 왕실-경연(經筵) / 왕실-비빈(妃嬪) / 역사-고사(故事) /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재정-상공(上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