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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 32권, 연산 5년 3월 2일 신유 5번째기사 1499년 명 홍치(弘治) 12년

사람을 무고한 죄인 이종준을 중벌에 처하라고 명하다

좌참찬(左參贊) 홍귀달이 아뢰기를,

"신은 의금부 지사(義禁府知事)로서, 죄인 이종준(李宗準)이 형벌될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신은 애당초 추관이 아니므로 이종준의 죄상을 상세히 알지 못하고, 범연히 무풍 정(茂豊正)을 무고한 난언의 대개를 듣고 그 보잘것없는 소인은 죽어도 죄가 남음을 알았습니다. 다만 성인의 용형(用刑)은 하늘이 만물을 숙살(肅殺)109) 함과 같아서 사람들이 누구나 보기 때문에 무리들이 보는 가운데 기시(棄市)하는 것입니다. 또 이르기를, ‘좌·우와 모든 대부·국인이 다 죽어야 한다고 한 연후라야 죽인다.’고 하였습니다. 이종준의 죄상은 일찍이 바깥에 드러난 적이 없으며, 당시의 추관만이 진실로 그 정을 알고 있을 뿐이니, 모든 대부와 국인들이 어찌 다 알겠습니까. 지금 처형에 다달아 어찌 그 죄상을 반포하여 천도(天道)의 숙살하는 공을 누구든지 다 알도록 하지 아니하겠습니까. 한편 생각하옵건대 천지는 만물을 생함을 위주하기 때문에 곤충·초목 등 아무리 괴악한 물건까지도 다 생육하며 숙살의 위엄을 혹 시행하지 않는 곳도 있는 것입니다. 성인은 호생하는 덕을 가졌기 때문에, 무릇 죄망에 걸려 법으로서는 마땅히 죽어야 할 것이라도 때로는 관대히 용서하여 이 천지 사이에 함께 살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천지도 성인도 비록 생육하는 은혜와 숙살하는 위엄을 두었지만, 역시 인(仁)을 주로 하는 것입니다. 근래 법에 저촉되어 사형을 받는 자가 많으나 이 어찌 성인의 마음이겠습니까. 참으로 죄가 크고 악이 극하므로 스스로 형벌에 걸리는 것이며, 생육의 은혜를 사사로이 베풀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하오나 근래 천변이 누차 경계하였고 지도(地道)가 불령하며 백성들은 기근을 호소함에 대하여 혹자는, ‘화기가 충족하지 못한 소치.’라고 하옵니다. 이종준은 소인 중에서도 우심한 자이라, 비록 만 번 죽는다 하여도 누가 애석하게 여기겠습니까. 그러나 다시 그 소위를 고찰하오면 다만 남의 죄를 고발하여 자기의 죄를 속죄코자 함이었고, 무풍정이 무고는 당했으나 거기에 연좌되지 않고 죽었습니다. 이종준이 비록 간사하기는 하지마는 직접 역란(逆亂)을 범한 자와는 차이가 있사오니, 차라리 불경에 실 할지언정[寧失不經]110) , 호생지덕을 생각하시어 장형을 가해 먼 변방으로 내쳐 곤충이나 초목처럼 여기고 끝내 사람으로 치지 않는 것이 인(仁)과 위(威)를 아울러 행함이 아니겠습니까. 회포가 있으면 반드시 상달하는 것이 신자의 지극한 정이옵기에 스스로 그 참람함을 알지 못하고 삼가 죽기를 무릅쓰고 아뢰나이다."

하니, 전교하기를,

"경은 추관이 아니므로 그 말이 이와 같다. 서서히 그 연유를 들으면, 이종준의 정상을 알 것이다. 이종준은 비록 이총의 말하지 아니한 바를 무고함으로써 저죄(抵罪)되었다지만 참혹한 말이 많았다. 나의 뜻으로서는 이종준이 비록 산다 해도 쓸 곳이 없다."

하였다. 추관 윤필상·정문형·한치형·성준·이극균·신수근이 아뢰기를,

"이종준의 죄는 마땅히 중벌에 처하여야 하옵니다."

하니, 이를 좇았다.

이종준의 소위는 무상한 소인으로서도 더욱 심한 자이다. 그러나 율로 보아 죽이는 것은 부당하다. 윤필상(尹弼商) 등은 이미 사옥(史獄)111)나직(羅織)112) ·부회(傅會)113) 하여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죽이더니, 또 이종준을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왕의 죽이기 좋아하는 마음을 열어 준 것이다. 홍귀달은 성격이 본래 너그럽고 정미수는 자상하고 온화하였다. 이 두 사람의 논간(論諫)은 평반(平反)114) 코자 힘썼으니, 어진 사람의 마음씀이다.


  • 【태백산사고본】 9책 32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350 면
  • 【분류】
    사법-치안(治安) / 사법-재판(裁判) / 변란-정변(政變)

  • [註 109]
    숙살(肅殺) : 쌀쌀한 가을 기운.
  • [註 110]
    차라리 불경에 실 할지언정[寧失不經] : 죄에 비해 벌이 너무 경한 실수란 뜻. 《서경》의 대우모(大禹謨)의, ‘여기살불고 영실불경(與其殺不辜寧失不經).’에서 따왔다. 죽여야 할 죄인을 죽이지 않는 것도 실(失), 억울하게 사형하는 것도 실이지만, 다 같은 실일 바에야 후자의 실보다는 전자의 실을 범하는 것이 성인의 호생지덕이란 뜻이다.
  • [註 111]
    사옥(史獄) : 기묘 사화.
  • [註 112]
    나직(羅織) : 죄를 꾸며 법망에 끌어넣음.
  • [註 113]
    부회(傅會) : 억지로 이치에 맞춤.
  • [註 114]
    평반(平反) : 원통한 옥사를 공정하게 바로잡음.

○左參贊洪貴達啓曰: "臣以義禁府知事, 知囚人李宗準當刑矣, 但臣初不爲推官, 故未詳宗準罪狀, 泛聞誣告茂豐正亂言大槪耳, 而知其爲無狀小人, 信死有餘辜矣。 但聖人之用刑, 如天之肅殺萬物, 人皆見之。 故曰: ‘刑人於市, 與衆棄之。’ 又曰: ‘左右、諸大夫、國人皆曰可殺, 然後殺之。’ 宗準罪狀, 未嘗暴露於外。 當時推官則固知其情矣, 諸大夫、國人何能盡知? 今旣臨刑, 盍亦以布其情狀, 使人人知天道肅殺之功乎? 且念, 天地以生物爲心, 故昆蟲草木之妖, 凡諸怪惡之物, 無不生育於其間, 肅殺之威, 或有所不行。 聖人有好生之德, 故凡入于罪網者, 法當刑戮, 而或有時寬貸之, 竝生於覆載之間。 然則天地、聖人雖均有生育之恩, 肅殺之威, 而仁爲主。 近來觸法誅死者多, 豈聖人之心哉? 良以罪大惡極, 自罹于刑, 而生育之恩, 不得以私之耳。 雖然, 近來天變屢警, 地道不寧, 民間告饑。 或者和氣未充, 有以致之也。 宗準小人之尤者, 雖滅死萬萬, 人誰惜之? 然夷考其所爲, 直欲告人之罪, 自贖己罪耳。 茂豐正雖被誣告, 亦不坐而死, 宗準雖奸詐之甚, 其與身犯逆亂者有間。 寧失不經, 以念好生之德, 杖以投諸遐荒, 視以昆蟲草木之怪, 永不齒於人類, 不亦仁威幷行乎? 有懷必達, 臣子之至情。 不自知其狂僭, 謹昧死以聞。" 傳曰: "卿不爲推官, 故其言如是耳。 徐聞所由, 則可知宗準之情狀矣。 宗準雖以誣告所不言抵罪, 然多有慘酷之辭。 予意以謂, 雖使宗準得生, 用之無處矣。" 推官尹弼商鄭文炯韓致亨成俊李克均愼守勤啓: "宗準罪, 當置重刑。" 從之。 宗準所爲無狀, 小人之尤者, 然律不當死。 弼商等旣於史獄, 羅織傅會, 濫殺不辜, 又於宗準必殺不貸, 以啓王好殺之心。 貴達性本休休, 鄭眉壽慈祥愷悌, 二人論諫, 務欲平反, 其仁者之用心乎!


  • 【태백산사고본】 9책 32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350 면
  • 【분류】
    사법-치안(治安) / 사법-재판(裁判)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