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도 절도사 이조양이 구령진을 포위한 적병을 수비하기 위한 성을 쌓을 것을 청하다
평안도 절도사 이조양(李朝陽)이 치계(馳啓)하기를,
"전자 구령진(仇寧鎭)을 포위하였던 적병들이 비록 포위는 풀었지만 그대로 둔치고 물러가지 않고 있다가 청수보(淸水堡)의 민가 20호를 불태웠고 또 관사에 불을 지르고 노략질하여 갔습니다. 청컨대 요해처(要害處)에 성을 쌓고 목책을 설치하도록 하여 주옵소서."
하니, 의논하도록 명하였다. 한치형과 성준이 의논드리기를,
"지금 사변에 관한 계본을 보옵건대, 적들이 기웃거리고 물러가지 아니하는 것은 반드시 엿본 바가 있는 것이니, 청컨대 절도사에 유(諭)하여 다시 조치를 가하되 그때그때 대처하여 조금도 어긋남이 없도록 하옵소서. 그 치계에서 성채의 설치를 청한 여러 보(堡)들은 모두 긴요한 곳들이오나, 아직 신 등은 직접 목도한 적이 없사오니, 병조에 명하시어 적변의 완급과 민력의 여유 여부를 상세히 의논하여 계문(啓聞)케 한 후에 다시 의논함이 어떠하옵니까?"
하고, 신승선(愼承善)·여자신(呂自新)·변종인(卞宗仁)은 의논드리기를,
"추구비(楸仇非)·대소 부호리(大小夫號里)·묘동(廟洞)·운두리(云豆里) 등처는 적의 초입구(初入口)이므로 목책(木冊)으로써 방어하기는 곤란하오니, 청컨대 아뢴 대로 농번기 전에 삼포 선군(三浦船軍)과 인접군의 연호군(煙戶軍)072) 을 뽑아 조속한 시일에 성을 쌓게 하고, 우구리(牛仇里)·등공구비(登公仇非)는 그리 급하지 않은 곳이니 가을을 기다려 성을 쌓게 하고, 갑암(甲巖)은 본진과 더불어 멀리 떨어져 있으니 아뢴 대로 목책을 설치하고, 장용군(壯勇軍)073) 을 뽑아 수호하면서 경작하게 하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또 ‘적인이 기웃거리고 물러가지 아니한다.’ 하니 청컨대 더욱 조치를 가하도록 하옵소서."
하고, 정문형은 의논드리기를,
"그들이 떼를 지어 연략하며 여기저기 나타나는 것을 보아 도둑질을 할 계획이 뚜렷하지만 날씨가 이미 따뜻하여 강 복판에 얼음이 이미 풀렸으니, 건너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들도 반드시 오래 머물러 있지는 못할 것이므로 그렇게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농사철이 임박하였는데, 그들의 서절 구투(鼠竊狗偸)074) 가 염려되옵니다. 청컨대 각진으로 하여금 척후를 근실히 하고 수비를 엄중히 하여 적변에 대비하게 하시고 성을 쌓는 일에 있어서는 병조로 하여금 의논하도록 하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하고, 윤필상은 의논드리기를,
"지금 계본을 보건대, 그들이 아직도 흩어지지 아니하고 제진(諸鎭)의 건너편에서 방자하게 행동하니 지금 같아서는 비록 그 계략을 이롭게 할 수 없다 할지라도, 우리의 허실을 엿보아 침략하고자 함이니, 더욱 근신을 가하여 조금도 해이하는 일이 없도록 하유(下諭)하심이 어떠하옵니까? 또 축성에 관한 일은 그 형세를 보아야 하므로 그대로 응종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니, 한치형 등의 의논을 좇았다.
- 【태백산사고본】 9책 32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346 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군사-관방(關防)
- [註 072]연호군(煙戶軍) : 각도에 배당되어 부역에 나가는 인부를 연호 또는 연군이라고 한다. 연호란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집이란 뜻, 곧 빈 집이 아닌 인가(人家)를 뜻한다.
- [註 073]
장용군(壯勇軍) : 각 군영의 기패관(旗牌官)·교련관(敎鍊官) 중에서 목전(木箭)·주력(走力)·유엽전(柳葉箭)·강서(講書) 등을 시험하여 합격한 장교들로 조직한 군대를 장용위 또는 장용영이라 하고, 이에 소속된 군사를 말한다.- [註 074]
서절 구투(鼠竊狗偸) : 좀도둑질.○壬辰/平安道節度使李朝陽馳啓: "前者賊兵圍仇寧鎭, 雖解圍, 而猶聚屯不退, 因火其靑水堡民家二十餘戶, 又火官舍, 掠物而去。 請要害處築城設柵。" 命議之。 韓致亨、成俊議: "今觀事變啓本, 賊人逗留不退, 必有所窺, 請諭節度使, 令更加措置, 隨機應變, 毋或違失。 其請築城設柵諸堡, 必皆緊處, 然臣等未曾目覩, 令兵曹賊變緊緩及民力有裕與否, 詳議啓聞後, 更議何如?" 愼承善、呂自新、卞宗仁議: "楸仇非、大小夫號里、廟洞、云豆里等處, 賊來初口, 以木柵難禦, 請依所啓, 農務前抄三浦船軍, 與隣邑烟戶軍, 趁時築城。 牛仇里、登公仇非, 則歇處也, 待秋築城。 甲巖則與本鎭隔遠, 依所啓設木柵, 擇壯勇軍, 守護耕作何如? 且賊人逗留不退, 請令益加措置。" 鄭文炯議: "彼人等成群絡繹, 彼此見形, 作賊之計顯然, 然已日暖, 江心已破, 越涉爲難, 彼必不得久留, 無足患矣。 但農作時逼, 鼠竊狗偸, 是可慮也。 請令各鎭謹候望, 嚴守備以待變。 且築城等事, 令兵曹擬議何如?" 尹弼商議: "今觀啓本, 彼人等迄今不散, 諸鎭越邊, 互相恣行, 如今雖不得觀其(刑)〔形〕 勢, 似難從之。" 從致亨等議。
- 【태백산사고본】 9책 32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346 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군사-관방(關防)
- [註 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