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들에게 나라에서 금지하는 동철을 무역하는 일들의 처벌을 의논하게 하다
정승들에게 전교하기를,
"동철(銅鐵)을 무역하는 것은, 국가에서 입법하여 금지하고 있으니 이는 마땅히 처벌하여야 한다. 만약 법에서 금제함이 없다면 그 죄를 다스릴 수 없는 것이다. 그 동철의 댓가를 이미 왜인에게 지급하고, 지금 와서 동철을 몰수하고 따라 처벌한다면 애매하지 아니한가. 그것을 의논하라."
하였다. 한치형(韓致亨)·성준(成俊)·홍귀달(洪貴達)·신준(申浚) 등은 의논드리기를,
"《경국대전》 금제조(禁制條)에 ‘금지 물품을 비밀히 무역한 자는 장 1백·도 3년에 처한다.’ 하였고, 그 주에는 ‘양계(兩界)021) 의 포소(浦所) 및 객관에서 파는 자도 또한 금한다.’ 하였으며, 《대전속록》 금제조에는 ‘왜인이 갖고 온 대랑피(大狼皮) 및 잡물을 포소에서 비밀히 매매하는 사람 및 이러한 정을 알고 있는 통사(通事)는, 《경국대전》에 규정된 금지 물품을 비밀히 판 자의 예에 의하여 장 1백·도 3년에 처한다.’ 하였으니, 지금 이 왜동랍(倭銅鑞)을 무역한 사람 등을 형조에서 장 1백·도 3년에 처하기로 한 것은, 《대전속록》의 금제조를 바로 적용한 것이나, 다만 이 범인들은 객인(客人)에게서 무역한 것이 아니요, 고직(庫直)이 객인으로부터 그를 받아 방에 두었고, 객인 등은 고직에게 무역하였으니, 그 객인을 면대하여 무역한 자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며, 또 범행 물품을 이미 관에서 몰수하였으니, 금제조에만 따라 장 1백·도 3년의 형량을 다 적용함은 과중한 듯하오니 도형만은 감하는 것이 어떠하오리까?"
하고, 이극균(李克均)은 의논드리기를,
"《경국대전》 금제조에, ‘금지 물품을 비밀히 무역한 자는 장 1백·도 3년에 처한다.’ 하였고, 그 주에 ‘활세포(闊細布)·채문석(綵紋席)·후지(厚紙)·초피(貂皮)·토표피(土豹皮)·해달피(海獺皮) 같은 유를, 양계의 포소(浦所) 및 객관에서 파는 것도 또한 금한다.’ 하였으며, 《속록》 금제조에는, ‘왜인이 갖고 온 대랑피와 잡물을 비밀히 매매한 사람 및 그러한 정을 알고 있는 통사는 《경국대전》에 규정된 금지 물품을 비밀히 판 자의 예에 의하여 장 1백·도 3년에 처한다.’ 하였으나, 객관에서 매매한 것도 같이 한다는 말은 아니하였습니다. 신의 생각엔, 《속록》은 다만 포소에 한하여 만든 법이라 할 수 있으니, 왜인들이 경중(京中)으로 갖고 온 잡물로 말하면 호조가 공사를 구분하여 매매하도록 허가하기 때문입니다. 속록에서 말한 바 장 1백·도 3년의 율은 객관에서 매매한 예에는 합당치 아니합니다. 지금 형조에는 취조한 각인(各人)의 초사를 보건대, 객인과 비밀히 면대하여 매매한 것도 아니요, 고직이 내어다가 둠으로 인하여 매매하게 된 것입니다. 또 동철의 댓가는 객인이 이미 받아갔고, 그 포물(布物)을 형조가 이미 몰수하였으니 그 죄율을 말감(末減)함이 어떠하오리까?"
하고, 박건(朴楗)은 의논드리기를,
"소민이 법을 무시함은 이때보다 더 심한 적이 없거늘, 하물며 객관에서 이 법을 범함이겠습니까. 징벌치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법이 조금이라도 해이하게 되면, 뒤에 오는 폐단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그 중에 혹 애매한 것이 있으면 마땅히 분간하여 말감해야겠지만 만약 비밀히 매매한 사실이 명백한다면 형조가 아뢴 바에 의하는 것이 어떠하오리까?"
하니, 한치형 등의 의논을 좇았다. 형조 판서 이계남(李季男) 등이 아뢰기를,
"지금 이 동철을 사사로 사는 자가 더할 수 없이 범람하고, 또 이미 처결된 죄인을 추사(追赦)할 수 없는 일이온데, 어떻게 처리하오리까?"
하니, 전교하기를,
"해와 달의 비침이 어찌 평지와 구학이 차이가 있겠느냐. 하물며 임금이 베푸는 관전(寬典)을 이와 같이 편협하게 하여서는 아니되느니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책 32권 3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342 면
- 【분류】외교-왜(倭) / 사법-법제(法制) / 사법-행형(行刑) / 무역(貿易)
- [註 021]양계(兩界) : 우리 나라의 서북쪽은 만주와의 국경을 접하고 있으므로 동쪽의 함경도는 동계, 서쪽의 평안도는 서계, 이를 합칭 양계라고 한다.
○傳于政丞等曰: "銅鐵貿易者, 國家立法禁之, 則宜有罪矣。 若無科禁, 則不可治罪也。 其銅鐵之價, 已給倭人, 而今又沒其銅鐵, 從而科罪, 無乃曖昧乎? 其議之。" 韓致亨、成俊、洪貴達、申浚等議: "《大典》禁制條: ‘潛貿禁物者, 杖一百, 徒三年。’ 註: ‘兩界浦所及客館賣者亦禁。’ 《續錄》禁制條: ‘倭人齎來大狼皮及雜物, 浦所潛相貿易人及知情通事, 依《大典》潛賣禁物者例, 杖一百, 徒三年。’ 今此倭銅鑞貿易人等, 刑曹以杖一百, 徒三年照律, 正用《大典續錄》禁制條也。 但此犯人等, 非貿易於客人, 庫直受於客人, 出置其房。 各人等貿易於庫直, 則其與面對客人貿易者有間。 且犯物旣已入官, 一從禁制條, 杖一百, 徒三年全科罪之似重, 除徒何如?" 李克均議: "《大典》禁制條: ‘潛貿禁物者杖一百, 徒三年。’ 註: ‘闊細布、綵紋席、厚紙、貂皮、土豹皮、海獺皮之類, 兩界浦所及客館賣者亦禁。’ 《續錄》禁制條: ‘倭人齎來大狼皮雜物, 潛相貿易人及知情通事, 依《大典》潛賣禁物者例, 杖一百, 徒三年, 而不言客館同。’ 臣意, 《續錄》只謂浦所而設法也。 若倭人等齎來京中雜物, 則戶曹分公私許貿故也。 《續錄》所云: ‘杖一百, 徒三年。’ 之律, 似不合於客館買賣之例。 今觀刑曹各人取招, 非與客人潛相對面買賣也, 因庫直出置而賣之。 且銅鐵之價, 客人旣已受去, 而其布物, 刑曹又沒官, 罪律末減何如?" 朴楗議: "小民慢法, 莫甚於此時。 況於客館, 犯法如是, 則不可不懲, 此法小弛, 則後弊難禁。 其中或有曖昧者, 則當分揀末減也, 若潛相買賣明白, 則依刑曹所啓何如?" 從致亨等議。 刑曹參判李季男等啓: "今此銅鐵私買者, 汎濫莫甚。 且有已決罪者, 不可追赦, 何以處之?" 傳曰: "日月之照, 豈間於平地丘壑哉? 汎人君寬典, 不如是之狹也。"
- 【태백산사고본】 9책 32권 3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342 면
- 【분류】외교-왜(倭) / 사법-법제(法制) / 사법-행형(行刑) / 무역(貿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