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림 칠현의 일에 관한 홍유손의 공초 내용
의금부에서 아뢰기를,
"홍유손이 공초하되, 지난 임인(壬寅)년 봄에 조자지(趙自知)의 집에 갔었는데, 남효온(南孝溫)·수천정(秀泉正) 정은(貞恩)·한경기(韓景琦)·우선언(禹善言)·무풍정(茂豊正) 총(摠)도 또한 모였으므로, 나는 효온에게 말하기를 ‘현재 세상이 벼슬하기에는 부당하니 우리들이 죽림 칠현(竹林七賢)이라 호를 하고 방랑한 놀이나 할 뿐이다.’ 하니, 효온이 ‘그러자.’ 하여 각기 소요건(逍遼巾)114) 을 준비하고 술과 안주를 싸가지고 동대문 밖에 모이기를 약속하여 성 밑 죽림(竹林) 속에서 그 두건(頭巾)을 쓴 다음 효온이 우두머리가 되고 유손이 차석이 되어 수천정·무풍정·우선언·조자지·한경기와 칠현(七賢)이 되었는데, 명양정(明陽正) 현손(賢孫)·노섭(盧燮)·유방(柳房)이 뒤늦게 와서 서로 대해 몇 순배를 마시고, 도소주(屠蘇酒)115) 를 마시는 예에 의해서 젊은 자에서 윗사람까지 스스로 노래하고 스스로 춤추다가 날이 저물어서야 파했다.’ 하였습니다. 효온은 이미 죽었고, 무풍정 총은 먼 지방으로 유배되었으니, 그 나머지 조자지·정은·한경기·우선언·현손·노섭·유방 등을 잡아다가 추국(推鞫)하소서."
하니, 그대로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책 31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329 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변란-정변(政變)
○義禁府啓: "洪裕孫供云: ‘去壬寅年春, 往趙自知家, 南孝溫、秀泉正 貞恩、韓景琦、禹善言、茂豐正 摠亦來會。 吾語孝溫曰: 「時世不當仕, 吾等宜號爲竹林七賢, 浪遊耳。」 孝溫曰: 「諾。」 各備逍遙巾, 齎酒殽, 約會東大門外城底竹林間, 着其巾。 孝溫作頭, 裕孫次之, 秀泉正、茂豐正、禹善言、趙自知、韓景琦爲七賢。 明陽正 賢孫、盧燮、柳房後至, 相對酒巡, 依屠蘇飮, 自少達上, 自唱自舞, 日暮而罷。’ 孝溫則已死, 茂豐正 摠流配遠方。 其餘趙自知、貞恩、韓景琦、禹善言、賢孫、盧燮、柳房請拿來推鞫。" 從之。
- 【태백산사고본】 9책 31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329 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