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상 등이 사마소의 폐단에 대해 논하다
윤필상(尹弼商)이 아뢰기를,
"유자광의 말에 의하면 ‘외방의 생원·진사(生員進士)들이 사마소(司馬所)라 자칭한다.’ 하옵니다."
하니, 자광이 급히 나서며 ‘내가 아뢰겠다.’ 하고, 드디어 아뢰기를,
"남원(南原)과 함양(咸陽)은 모두 신의 본관(本貫)이므로 신이 친히 보았습니다. 생원과 진사들이 별도로 한 장소를 만들어서 사마소라 이름하고, 사사로 서로 모이어 여럿이 술을 마시면서 빗나간 의논을 하고, 서민이나 서리가 조금만 마음에 맞지 아니하면, 문득 매질을 합니다. 유향(留鄕)의 품관(品官)들이 거개 늙고 열등하기 때문에 온 고을 인리(人吏)들이 유향소(留鄕所)를 멸시하고 도리어 사마소에 아부하여 그 폐단이 적지 아니하온데, 수령된 자들이 비단 능히 금단하지 못할 뿐 아니라 도리어 노비(奴婢)를 지급하며 식리(殖利)하는 곡식과 물화(物貨)를 맡기니, 국가에서 설립한 유향소 이외에 또 이 무리들이 사사로 세운 한 장소가 있는 것은 매우 불가하옵니다."
하고, 필상은 아뢰기를,
"칠국(七國)의 처사(處士)와 동한(東漢)의 당인(黨人)과 조송(趙宋)의 낙당(洛黨) 촉당(蜀黨)과 근일 김종직의 간당(姦黨)이 모두 떼로 모여서 빗나간 의논을 하는 데서 이루어진 것이오니, 이러한 풍조는 통렬히 개혁해야 하옵니다. 청컨대 팔도 감사에게 유서(諭書)를 내리시어 소위 사마소(司馬所)라는 것은 일제히 혁파하도록 하소서."
하였다. 그리고 자광이 필상더러 이르기를,
"홍유손(洪裕孫)의 일도 역시 아뢰어야 한다."
하니, 필상이 아뢰기를,
"남양부(南陽府)공생(貢生)106) 홍유손이란 자가 있는데, 시문(詩文)이 능하옵니다. 그러나 그 행동이 심히 괴이하여 나이 젊은 6, 7명과 당(黨)을 만들어서 아무개는 정자(程子)고 아무개는 주자라 자칭하며, 이따금 강가의 인가에 모이어 소요건(逍遙巾)을 쓰고 서로 더불어 떼 지어 술마시며, 비방을 하옵니다. 일찍이 과거를 보러 갔는데 제술은 아니하고, 종일 술에 취해서 희어(戲語)를 쓰고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이 무리들이 오래 도성 아래 있으면 반드시 후생을 그르치고 말 것이오니, 청컨대 잡아내서 먼 지방으로 내치시옵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외간의 이러한 일을 내가 어찌 들을 수 있겠느냐. 경 등의 이 계(啓)는 내가 매우 아름답게 여기는 바이다."
하고, 드디어 의금부에 명하여 유손을 잡아 포박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책 31권 2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328 면
- 【분류】향촌-지방자치(地方自治) / 사법-탄핵(彈劾) / 사법-치안(治安)
- [註 106]공생(貢生) : 교생(校生).
○尹弼商啓: "柳子光云: ‘外方生員、 進士, 自稱司馬所。’" 子光遽曰: "吾當啓之。" 遂啓曰: "南原、咸陽皆臣本貫, 故臣親見之。 生員、進士別立一所, 名曰: ‘司馬。’ 私相聚集, 群飮橫議。 於人吏少有不愜, 輒鞭撻。 留鄕品官多是老劣, 故一邑人吏, 蔑視留鄕所, 反附司馬所, 其弊不貲。 爲守令者, 非徒不能禁之, 反給奴婢, 以典其所殖穀貨。 國家所設留鄕之外, 又有此輩私立一所, 甚不可。" 弼商啓: "七國之處士, 東漢之黨人, 趙宋 洛、蜀黨, 近日金宗直姦黨, 皆成於群聚橫議, 如此之風, 所宜痛革。 請下書八道監司, 凡所謂司馬所, 一切革罷。" 子光謂弼商曰: "洪裕孫事, 亦可啓也。" 弼商啓: "南陽府有貢生洪裕孫者, 能詩文, 然行己甚怪。 與年少六、七輩爲黨, 自稱某也程, 某也朱, 時會江上人家, 着逍遙巾, 相與群飮誹謗。 嘗赴試, 不肯製述, 終日沈酣, 或書戲語而出。 此輩久在都下, 必詿誤後生, 請尋捕, 屛諸遐方。" 傳曰: "外間如此事, 予何得聞? 卿等此啓, 予甚嘉之。" 遂命義禁府尋捕裕孫。
- 【태백산사고본】 9책 31권 2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328 면
- 【분류】향촌-지방자치(地方自治) / 사법-탄핵(彈劾) / 사법-치안(治安)